LG vs SK 배터리 전쟁 마침표, 합의금 2조원!…진짜 승자는 바이든?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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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12 12:10
LG vs SK 배터리 전쟁 마침표, 합의금 2조원!…진짜 승자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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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왼쪽부터)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 양사는 10일(미국 현지시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극적 합의를 도출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합의금은 총 2조원 규모다. 구체적인 합의안을 살펴보면, SK는 LG에게 올해와 내년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2023년부터 배터리 판매에 대해 로열티 총 1조원치를 지급한다. 이와 더불어 양사는 ITC 소송을 포함한 국내외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관련된 추가 분쟁도 일으키지 않기로 합의했다.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SK이노베이션의 사내 메일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SK이노베이션의 사내 메일

이번 LG와 SK의 분쟁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화학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 핵심인력을 대거 유출했고, 증거를 인멸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 비밀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다. SK 측은 자발적인 이직이며 기술 유출도 없다고 맞소송에 나섰다.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의 영업 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미국 내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에 대해 10년간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린다. 다만, 이미 계약이 완료됐던 포드와 폭스바겐의 배터리 및 부품은 각각 4년과 2년씩 유예 조치가 더해졌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조감도(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조감도(사진=SK이노베이션)

SK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SK는 미국 조지아주에 9.8GWh 규모의 1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2020년에 약 15억 달러(한화 약 1조6500억원)를 투자해 11.7GWh 규모의 2공장을 추가 건설한다. 수조원의 비용을 투입한 미국 공장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LG는 3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요구했고, SK는 1조원 이상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양사 합의는 미뤄졌다. 그러나 공방전이 벌어지는 동안 소요된 막대한 소송 비용과 실추된 한국 배터리의 이미지,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을 고려해 결국 양사는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으로 알려진다.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

한미 양국 정부의 압박도 거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LG와 SK의 소송전에 대해 "정말 부끄럽다"면서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라고 거세게 질책한 바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측도 합의 직전까지 LG 및 SK 사장과 화상 회의를 통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합의를 두고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긴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란 의견이 우세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미국 노동자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며 "핵심은 미래 전기차와 배터리를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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