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8 "그랜저에 고통받던 아슬란과 다르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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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9 13:47
기아 K8 "그랜저에 고통받던 아슬란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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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8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K8은 지난달 23일 시작된 사전계약 첫날 1만8015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7일까지 누적 2만4000여대가 계약됐다. 사전계약 기록만 놓고 보면 K5(1만6000대)보다 많고, 쏘렌토(2만5368대)와 비슷하다.

이 같은 사전 흥행과는 별개로 K8을 두고 현대차 아슬란을 연상케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랜저의 상위 체급을 노렸던 아슬란은 흥행에 실패해 3년 만에 단종된 '비운의 대형 세단'이다.

일각에서 K8을 아슬란에 빗대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 K7보다 상위에 포지셔닝 된 '닮은꼴 세그먼트'라는 점, 그리고 최상위 플래그십인 K9 아래 위치한 대형 세단의 포지션은 다소 난해하다는 주장이다. K8은 정말 '기아 판 아슬란'일까.

# K8 "간섭현상 없다!"

앞서 아슬란은 현대차가 의도했던 것과 달리 그랜저와 끊임없이 비교당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일부 사양을 제외하면, 당시 그랜저를 마다하고 아슬란을 살 이유가 마땅치 않았다. 아슬란의 가격은 3990만~4590만원으로, 엔트리 트림은 그랜저 HG 3.0 최고급 트림(3875만원)보다 115만원 비싼데 그쳤다. 자연스레 아슬란 엔트리 모델보다 그랜저 최고급 트림을 선택했다.

반면, 기아는 K7을 단종시켜 이 같은 리스크를 해소했다. 기아 최초 K시리즈로서 큰 의미를 가진 차량임에도 과감히 바꿨다. 제네시스를 의식해 '체급 나누기'에 나섰던 아슬란과는 달리 K8은 K9에 맞먹는 고급 사양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춰 상품성을 높였다.

K9과의 간섭 현상도 우려할 만큼은 아니다. K8 최상위 트림(4526만원)과 K9 엔트리 트림(5478만원) 사이 가격 장벽은 꽤 크다. K8이 전륜구동 세단인 것에 반해 K9은 정통 후륜구동 세단을 지향한다. 더욱이 K9도 올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고, 상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 최신 플랫폼에 차체는 더 커졌다

K8은 현대기아차 대형 세단 중 최초로 전륜구동형 3세대 플랫폼을 탑재했다. 골격 구조를 재배치하고 초고장력강 적용 범위를 확대해 강성은 10% 이상 높아졌다. 공차중량은 1540kg으로, K7(1565kg)보다 25kg 가볍다(2.5 가솔린 기준). 

차체도 커졌다. K8은 전장 5015mm, 전폭 1875mm, 휠베이스 2895mm를 갖춰 K7(전장 4995mm, 전폭 1870mm, 휠베이스 2855mm)보다 모든 면에서 커졌다. 전폭, 전고, 휠베이스를 비롯해 도어까지 똑같은 그랜저 HG 및 아슬란과는 분명 다르다. 

아슬란과의 차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신 3세대 플랫폼을 적극 반영한 K8과 달리 아슬란은 초기형 플랫폼(N1)을 고집했다. 이는 7세대 쏘나타(LF) 출시 이후 N2 플랫폼을 확대 적용하던 당시 상황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 3.5 AWD부터 하이브리드까지…"골라보세요"

K8 파워트레인은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을 비롯해 3.5리터 V6 가솔린, 3.5리터 V6 LPI, 그리고 다음 달 출시될 1.6 터보 하이브리드까지 4종이다. 반면 아슬란은 그랜저에 탑재되던 3.0 및 3.3 V6 가솔린 엔진을 바탕으로, 흡차음재 및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추가한 데 그쳤다.

엔트리 라인업인 2.5 가솔린은 기존 K7 프리미어 2.5와 동일하지만, 컬럼식 파워스티어링을 랙 타입 파워스티어링으로 교체했다. 이를 통해 조향 직결감을 한층 높였다.

V6 가솔린 라인업은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전륜 기반 AWD 시스템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더해 구동계에도 선택지를 마련했다. 8단 자동변속기는 투 챔버 토크컨버터 구조를 적용해 변속 충격을 완화하고, 직결감을 높였다.

그간 개선 폭이 미미했던 LPI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대대적으로 바뀌었다. 3.0리터 LP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3.5리터 LP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교체됐다. 더불어 2.4리터 가솔린 엔진 기반이던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크기는 줄이고 성능은 높였다.

# 최고급 사양의 향연…"그랜저 잡겠다"

K8에 탑재된 편의사양은 여느 플래그십 모델과 맞먹는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12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앞좌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 에르고 모션 시트 등이 적용됐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그랜저는 물론, K9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옵션이다. 국산차 최초로 적용된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도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로 꼽힌다.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도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차로 변경 기능이 포함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를 비롯해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등 최신 기술이 망라됐다.

반면, 과거 아슬란은 그랜저와 유사한 상품 기조를 이어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퀼팅 시트 등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차별화된 사양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6세대 그랜저(IG)가 출시되며 단종되는 수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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