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프 랭글러 레콘 에디션, '우리가 이 차를 사랑하는 이유'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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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27 10:00
[시승기] 지프 랭글러 레콘 에디션, '우리가 이 차를 사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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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SUV의 시대다. 모든 세그먼트에 SUV가 포진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SUV라 말할 수 있는 차는 그리 많지 않다. 연비를 이유로 사륜구동을 없애고, 왜건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 지상고가 낮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SUV는 어떤가. 흠집이라도 날까봐 험로 주행은 엄두도 못낸다.

지프 랭글러 레콘 에디션은 이 같은 최근 SUV에 일침을 날린다. 곱상한 요즘 SUV와 달리 우락부락한 외관부터 가지 못하는 길이 없을 것 같다. SUV 본연의 그 맛을 느끼기 위해 인적 드문 강원도 한 폐광촌으로 향했다.

#오리지널, 그 자체의 디자인

랭글러는 1세대 YJ부터 현행 4세대 JL까지 변함없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계승하고 있다. 세븐 슬롯 그릴을 비롯해 동그란 헤드램프 등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가 그대로다. 2018년 출시된 JL은 LED 램프와 주간주행등이 더해졌고 윈드실드만 조금 더 누웠다.

물론, 최근 디자인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오프로드를 달려야 하는 특성상 차량의 돌출된 부분들은 모두 검정 플라스틱 소재다. 각진 휠 아치와 기교 없이 반듯한 루프라인, 툭 튀어나온 앞범퍼 등 공기역학 성능은 전혀 신경쓰지 않은 모양새다.

다만, 랭글러 레콘 에디션은 조금 더 꾸며졌다. 보닛에 무광 블랙 데칼을 더하고, 세븐 슬롯 그릴은 유광 처리했다. 후면부에 스윙 게이트 보강 장치를 더해 스페어타이어와 함께 자전거 등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투박함 그 자체다. 그럼에도 유커넥트 시스템과 USB 포트 등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적용해 시대 큰 흐름만은 놓치지 않았다. 더욱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별도의 오프로드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스페셜 에디션에 걸맞는 디테일이 더해졌다. 가죽 시트에 레드 스티치를 박고 등받이는 빨간 루비콘 로고를 새겼다. 안전벨트도 붉은색이다. 장갑, 견인 스트랩, D형 고리 등으로 구성된 트레일 레이티드 액세서리 키트도 기본 제공된다.

문제는 수납공간이다. 컵홀더와 센터 콘솔은 전반적으로 여유롭지만,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 개인 소지품을 둘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 도어에 붙어있는 사이드 포켓에 소지품을 넣어두자니, 문을 여닫을 때 떨어질까 불안하다.

#단순하게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간다

랭글러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하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된다. 다운사이징 엔진과 다단 변속기를 바탕으로, 복합연비는 9.0km/l이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무려 36%나 높아졌다.

그럼에도 어색하다. 가솔린 터보 엔진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토크를 내지 못할까 우려됐다. 최소 6기통 이상 되는 자연흡기 엔진으로 여유를 뽐내며 달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웬걸, 생각 외로 거침없다. 최대토크가 3000rpm부터 쏟아져 나오는 탓이다. 이전 세대에 적용된 3.6리터 펜타스타 엔진(35.4kg.m/4300rpm)보다 최대토크의 발산 구간이 더 낮다. 덕분에 스로틀 조절에 큰 신경을 쓸 필요 없이 거침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두 발로 걷기에 부담스러운 바위 언덕도 거뜬하다.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원초적인 맛이 있다. 최신 전자식 사륜구동처럼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다. 왼쪽 바퀴가 5번 굴렀다면, 오른쪽 바퀴도 5번 굴러야 하는 아주 단순한 논리로 장애물들을 헤쳐나간다. 차량 핵심 기술까지 랭글러다. 

단점은 딱 하나. 장거리 주행에는 피곤하다. 오프로드 타이어 특성상 매끈한 아스팔트에서는 잔진동이 꽤 크다. 오랜 시간 운전하자니 졸음이 유발될 정도다. 장거리 주행을 염두한다면 온로드용 타이어가 적용된 오버랜드 트림을 선택하는게 나아보인다.

#우리가 랭글러를 사랑하는 이유

랭글러는 자신만의 뚜렷한 지향점을 갖춘 가장 SUV다운 SUV다. 독보적인 스타일과 주행 성능을 경험하면, 최근 나오는 신차들은 SUV라 부르기 민망하다. 자동차와 자연을 좋아한다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차다.

문제는 수긍하기 힘든 가격이다. 레콘 에디션의 가격은 6410만원으로, 랭글러 루비콘보다는 420만원이 더 비싸다. 루프를 전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루비콘 파워탑(6340만원)보다도 높다. 엠블럼과 데칼이 붙고 견인 액세서리가 더해졌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스페셜 에디션에 걸맞게 휠이라도 달랐다면 어땠을까. 

물론, 많은 랭글러 고객들이 스페셜 에디션을 선택한다. 도로에서 좀처럼 똑같이 생긴 랭글러를 보기 어려운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적극 반영한다.

어쨌건 다양한 스페셜 에디션을 투입하고 개성을 강조하는 고객 니즈에 부합한다는건 반가운 일이다. 지프 브랜드 출범 80주년을 맞은 올해 고객들이 자신만의 랭글러를 더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기본 모델도 출시되길 기대해본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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