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718 GTS 4.0, 자동차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의 모든것
  • 이동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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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02 14:02
[시승기] 포르쉐 718 GTS 4.0, 자동차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의 모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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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칼럼니스트로 일하며 사람들을 만나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떤 차를 가장 좋아하세요?”

한 줄인 이 문장은, 묻기는 쉬워도 답을 하기는 어렵다. 이는 경력이 쌓일수록 타본 차가 많을수록 더 힘든 답변이 된다. 특히나 자동차와 관련 없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말을 해야 할 때 더 그렇다.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만 깊어진다. 

그럼에도 그간 여러 번 바뀐 자동차 세상을 겪으며 정해진 답은 있다. ‘달리는 즐거움’을 주는 차다. 최고속이 빠른 것만이 아니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성능이 몇 초라는 숫자가 아니라, 모든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 

포르쉐 GTS의 시작인 904 GTS
포르쉐 GTS의 시작인 904 GTS

여기에는 차를 타기 전 눈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해 운전석 시트에 앉아 보이는 모습,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와 달리고 난 후 차를 세우고 내렸을 때를 포함한다. 이 모든 과정이 즐거운 차, 바로 포르쉐 718 GTS 4.0이다. 

개인 취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자동차 역사 초기로 돌아가면 많은 자동차는 지붕이 없었다. 특히 양산차와 경주차의 차이가 거의 없던 시절은 더 그랬다. 심지어 포르쉐가 처음 만든 스포츠카인 356은 미드십 엔진을 얹은 2인승 로드스터였다. 911이 포르쉐 브랜드의 맏형 노릇이자 대세인 것은 맞아도 그 뿌리는 미드십 로드스터인 것이다. 

또 엔진의 힘을 전달해 차를 앞으로 밀어내는 구동과 차의 방향을 바꾸는 조향이 분리된 차가 좋다. 타이어의 접지력을 앞뒤로 나눠 쓸 수 있어 달리기에 최적이기 때문인데 무게 중심을 차 가운데로 모은 미드십 배치의 후륜 구동이어야 한다. 

차를 움직이는 엔진은 어떨까. 10여년 전부터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은 스포츠카 회사들에게 가혹한 시대였다. 새 차가 나올 때마다 출력을 높여야 하는데 배기량을 키워야 하는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운사이징이라는 이름 아래 터보 등 과급 엔진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원하던 출력을 숫자로는 얻었지만 엑셀 페달과 엔진이 직접 이어진 듯한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텁텁한 배기음이 남았다. 넉넉한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이라면 저회전에서도 괜찮은 토크로 부드럽게 달릴 수 있고 고회전으로 올라가면 금관 악기의 상쾌한 배기 사운드와 함께 내 생각이 바로 가속과 감속이 되는, 직결감이 생길 것이다. 변속기가 수동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는데,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똑똑한 듀얼 클러치나 자동 변속기라도 좋을 것이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자연 흡기 대배기량 고회전 엔진을 얹은 뒷바퀴 굴림 2인승 미드십 로드스터라면 달리는 즐거움을 위한 최고다. 

물론 트랙에서 좀 더 높은 차체 강성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차체가 쿠페여야 할 것이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에서, 취향에 딱 맞는 이런 차를 만나고 멋진 길과 트랙을 달리고 소유할 수 있는 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벌써 1년이 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덮기 직전인 2020년 2월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에서 가까운 에스토릴에서 포르쉐 718 GTS 모델의 현지 시승행사에 참석했다. 유서 깊은 에스토릴 서킷과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인 까보 다 로까(Cabo da Roca) 주변 도로를 달리는 행사였다. 

지난 2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718 GTS 모델은 7단 PDK를 얹었는데 작년에는 오직 수동 6단 모델만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까다로운 기준, 그러니까 수동 변속기 차에 익숙하고 트랙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운 좋게 참석할 수 있었다. 

변화의 핵심은 새로 바뀐 수평대향 6기통 4.0L 자연 흡기 엔진이다. 과거에도 718 모델에 GTS는 있었다. 365마력을 내는 4기통 2.5L 터보 엔진으로 43.8kg.m의 최대토크는 1900~5000rpm에서 나왔다. 새 GTS의 출력은 407마력으로 높아졌고 최대 토크는 43.9kg.m로 큰 차이가 없지만 나오는 시점은 5500rpm으로 올라갔다. 

최고 출력이 나오는 시점도 과거 6500rpm에서 7000rpm으로 뛰었다. 공차 중량은 1450kg에서 1460kg으로 단 10kg이 늘었을 뿐이고, 0-100km/h 가속은 4.3초에서 4.0초로 빨라졌다. 이는 모두 박스터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카이맨도 무게가 5kg 더 나갈 뿐 모든 성능은 같다. 

사실 이 엔진은 이 차 이전에 카이맨 GT4와 박스터 스파이더 모델에 쓰였는데, 그 뿌리는 전 세대 911(991.2) GT3에 쓰인 4.0L 엔진에 있다. 991.1 GT3에 올라간 3.8L 엔진을 개량한 것으로 내부 저항을 줄여 엔진 반응을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물론 이와 비교하면 718 GTS의 4.0 엔진은 출력이 줄었다.

그럼에도 헤드의 밸브 롤러 베어링과 크랭크 저널 베어링 등 GT3 엔진에서 가져와 마찰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 쓰기 편하게 다듬었다. 현장에서 이 엔진을 개발한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GT 레이스에 실제 뛰는 경주차를 만들고 유지하는 레이스 미케닉들과 많은 교류를 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모터스포츠의 기술을 양산차로, 그야말로 스포츠카 회사인 포르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엔진의 또 다른 특징은 매우 고회전 엔진이라는 점이다. 하긴, 뿌리가 된 GT3 엔진은 회전 한계가 무려 9000rpm에 달하는데, 718 GTS에서는 최대 7800rpm까지 돌아간다. 여기에 GTS 모델은 가변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기본으로 달리는데 단순히 소리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디젤 엔진에 분진을 거르는 배출가스 정화 기술인 DPF(Diesel Particulate Filter)가 있다면 포르쉐의 직분사 가솔린 엔진에는 GPF(Gasoline Particulate Filter)가 포함되어 있다. 직분사 엔진에서 생길 수 있는 미세 분진을 거르고 모아 처리한다. 엔진 부하가 낮을 때 실린더 블록 한쪽의 작동을 멈추는 어댑티브 실린더 컨트롤, 고압 피에조 인젝터 등과 함께 고출력은 물론 환경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은 것이다. 

높아진 엔진 성능에 맞춰 섀시도 충실하다. 터보 엔진이 낮은 회전수부터 높은 토크로 차에 부담을 준다면, 자연흡기 엔진은 고회전 영역에서의 날카로운 출력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핵심이다. 새 718 GTS는 일반 모델보다 지상고가 10mm 낮은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기본이고 기계식 LSD가 포함된 포르쉐 토크 벡터링 시스템까지 달렸다. 

시승했던 수동 변속기는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제동에 이어 클러치 페달을 밟고 기어 레버를 내리면 엔진 회전수를 맞춰주는 레브 매칭이 있다. 물론 그간 다른 모델에서 경험한 포르쉐의 그 똑똑한 PDK라면 반응이 더 빠를 것이다. 

에스토릴 서킷에서는 카이맨 GTS를 탔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해외 트랙에서 고출력의 차를 시승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처음 달리는 트랙에서 처음 만나는 차라면 당연히 그렇다. 그래서 길이 4.183km의 트랙에 대해 사전 공부를 했다. 유튜브에서 수동 변속기로 에스토릴 서킷을 달리는 영상을 찾았다. 물론 차는 달랐지만 최소한 제동과 변속 포인트는 중심으로 몇 번이나 돌려 보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뭐랄까, 미리 공략집을 보고 시작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트랙 주행에서 가장 인상 깊이 남은 것은 ‘빠름 속의 안정성’이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시작해 긴장했던 첫 바퀴를 제외하면 꽤 빠른 페이스였는데, 어떤 경우라도 차는 매우 든든했다. 900m가 넘는 메인 스트레이트는 물론 백 스트레이트도 마지막은 내리막이어서 브레이크에 꽤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고 제동과 조향을 함께 하는 구간이 있었음에도 차 뒤쪽이 흔들리는 일이 없었다. 

역시, 무게 중심이 가운데 운전자와 함께 있는 미드십 구조이자 그간 포르쉐가 다듬은 핸들링 성능은 곳곳이 젖어 있는 트랙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급한 마음에 코너 탈출에서 가속 페달을 급하게 밟아도 차의 자세는 매우 점진적으로 바뀌었다. 

터보 엔진이었다면 높은 토크 때문에 스핀으로 이어졌을 구간에서도 엑셀 페달을 살짝 되돌리는 것만으로 차는 안정을 찾았다. 오르막의 급한 코너에서는 뒤로 옮겨간 무게가 뒷바퀴에 접지력을 더해 그야말로 꾹꾹 눌러 코너를 돌아간다. 변속을 하느라 두 손 두 발 모두 정신없이 바쁜 와중이었음에도 점점 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한가지, 자연흡기 400마력은 전혀 부족한 힘이 아니다. 어느 정도 스포츠 주행에 익숙하다면 가장 컨트롤 하기 쉬운 딱 맞는 파워다. 게다가 오른발의 움직임에 따라 선형적으로 높아지는 차의 속도는 물론 6000rpm을 넘어 회전한계까지 올라갈 때의 엔진음은, 달리는 즐거움을 두 배쯤 높여주었다. 차에 내려 직선을 달리는 다른 기자들의 차를 보는 것만으로 두근거림이 계속되는 것도 멋진 사운드 덕분이었다. 

마크 웨버(우)와 동승한 필자(좌).
마크 웨버(우)와 동승한 필자(좌).

특별 이벤트로 과거 F1 레이서이자 포르쉐 팀에서 2015년 세계 내구레이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마크 웨버를 만났다. 그가 운전하는 박스터 GTS를 타고 트랙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포르쉐의 여러 차종을 개발하는 테스트 드라이버 역할도 하는 그는 당연히 빨랐다. 개인적으로 직접 보러 갔었던 2010년 코리아 그랑프리에서의 리타이어 이야기를 하자 그도 매우 아쉽다며 기억해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차에서 내리며, 마크 웨버가 76년생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형으로 모시기로 했다. 나보다 빠르고 잘생기면 형님이 되는게 자동차 업계의 공식 룰 아니던가. 언제 또 만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박스터 GTS로 공도 주행을 나섰다. 조용하고 평범하게 운전하면 매우 편하다. 스포츠 크로노를 노멀로 맞추고 옵션으로 달린 보스 오디오에서 나오는 빵빵한 음악을 즐기면 된다. 구불거리는 산길에서도 빠른 스티어링 반응으로 차 앞머리가 날카롭게 안쪽을 파고 들면서도 요철을 만났을 때 긴장한 몸이 무색할 정도로 간단하게 지나간다. 

400마력이 넘는 스포츠카를 타고 있다는 것은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들이 치켜든 엄지 손가락에서 느낄 뿐 운전자와 동승자는 그야말로 편안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여서 루프를 계속 열 수 없는 점이 아쉬울 정도로 매우 즐거운 달리기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더 바랄 것 없는 드라이브였다. 옆 자리에 같이 간 남자 기자가 타고 있다는 점이 최대 단점이었다. ‘그냥 어디다 버리고 혼자 탈까’는 고민을 매우 심각하게 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생각해 보면 이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도 손에 꼽는 드라이빙 코스를 최고라 생각하는 기준을 모두 갖춘 차를 타고 있으니까. 적당한 크기의 차체에 고회전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수동 변속기의 2인승 로드스터를 운전하고 있으니까,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기고 싶었을 것이다. 시승이라는 공식 행사를 갔음에도 이렇게 사심이 발동하는 시간은 분명 있기 마련이다. 

1년이 지났음에도 돌이켜 저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동차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온전히 완벽하게 끝까지 누리고 왔기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 이런 차를 만나기는 점점 더 힘들 것이다. 전기차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자연흡기 대배기량 고회전 엔진을 얹은 차를 사는 것은 아마 앞으로 10년 안에 손으로 꼽을 정도가 될 것이다. 지금은 양 손가락을 다 써야 하겠지만 그 때가 되면 한 손으로도 셀 정도가 될 것이다. 지금의 718 GTS가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칼럼니스트에게 항상 나오는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자. 

“그래서 이 차 살꺼에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그렇다. 기계적으로 완벽히 원하는 차인데다 브랜드가 포르쉐 아닌가. 

물론 당장 새 차를 산다고는 하지 않았다. 실제 손에 넣는 때는 확정할 수 없다. 당연히 차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 통장이 문제일 뿐이다.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게 되었을 때까지 이 차가 계속 판매하기를 바랄 뿐이다. 언젠가,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노란색 718 박스터 GTS 4.0을 타고 남해안의 바닷가 도로를 따라 땅끝 마을로 드라이브를 떠날 날을 소망한다. 그렇게 행복한 드라이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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