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쌍용·한국GM, 위기 고조…판매 부진·생산 차질·노사 갈등 '삼중고'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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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28 10:00
르노삼성·쌍용·한국GM, 위기 고조…판매 부진·생산 차질·노사 갈등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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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 등 외국계 완성차 3사가 심각한 위기를 처해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국내외 판매가 위축된 가운데, 노사 문제부터 생산 차질, 법적 문제 등 회사 안팎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가 더해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 올해 신차 없는 르노삼성…노사 갈등까지

르노삼성은 판매 부진과 더불어 신차 포트폴리오 부재와 노사 갈등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국내외 판매 대수와 생산 물량 모두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11만6166대로, 2019년 대비 34.5%나 급감했다. 이는 2004년 8만5098대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르노삼성은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출시된 소형 SUV XM3는 신차효과가 끝났고, LPe 모델을 앞세워 꾸준함을 보여줬던 QM6마저 흔들리고 있다. 

올해 판매는 더욱 부진할 전망이다. 지난해 SM6 페이스리프트 및 QM6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 반면, 올해는 마땅한 신차가 없다. 캡처·조에·마스터 등 수입 차종은 연간 500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XM3 수출 물량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르노그룹은 작년 9월 XM3 유럽 수출분 생산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배정했다. XM3 수출 물량은 당초 2019년 르노삼성의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되며 생산량 유지를 위해 거론됐지만, 2019년과 2020년 노사 갈등을 겪으며 본사에서 수출 물량 배정을 미뤄왔다.

(왼쪽부터)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사장, 박종규 노조위원장
(왼쪽부터)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사장, 박종규 노조위원장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까지 2020년도 임금 및 단체 협약도 매듭짓지 못했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열고 찬성률 57.5%로 파업권을 확보해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사측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노사 관계가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 1월, '서바이벌 플랜' 시행을 발표하고,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등 고정비 절감에 나섰다.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36개월 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며, 학자금와 의료비, 보험, 차량 할인, 휴가비, 전직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의 반발은 거세다.

르노삼성은 올해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당초 생산 목표는 15만7000대였지만, 최근 10만대 수준으로 낮출 것임을 노조 측에 통보했다. 또한, 주간에만 공장을 1교대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르노삼성 노조는 "1교대로 전환하는 순간 특근 및 잔업을 해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동료를 떠나보내고 난 상황에서 특근과 잔업이 말이 되느냐"면서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 쌍용차 '유동성 위기'…코 앞으로 다가온 법정 관리 

쌍용차 코란도 자율주행차
쌍용차 코란도 자율주행차

쌍용차는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자본 완전 잠식 상태에 상장 폐지 위기까지 겹쳤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300억원, JP모건 200억원, BNP 파리바 100억원 등 외국계 금융권에 연체한 600억원을 연체 중이라고 공시했다. 

결국 이사회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1년 3월 기업회생 절차를 종료한 지 9년 10개월 만이다. 이어 12월 말에는 우리은행 75억원, 산업은행 900억원을 연체하고 있으며, JP모건 400억원, 우리은행 175억원, 산업은행 1000억원 등이 '기한이익 상실(대출 기한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채무 이행을 청구하는 것)' 처리됐다고 전했다. 누계 연체 대출액만 315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현재 회사는 자본 완전 잠식 상태다. 쌍용차가 오는 3월 31일까지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 기준에 해당된다. 더욱이 P 플랜(프리 패키지드 플랜)이 무산될 경우 쌍용차는 곧바로 법정 관리에 돌입하게 된다. 법원에서 자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회사가 청산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
쌍용차 평택공장

특히 2월에는 심각한 생산 차질마저 겪고 있다.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겪자 일부 협력사들이 부품 대금 현금 결제를 요구하며 부품 납품을 거부했다. 쌍용차는 2월 3~5일과 8~10일, 16~19일, 22~26일에 각각 공장을 멈춰 세웠다. 주말 및 설 연휴 기간을 포함한다면, 2월 공장이 가동된 날은 1일과 2일, 그리고 16일 등 단 사흘뿐이다. 2월 말 기준 쌍용차는 재고 및 전시 차량까지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이 절실한 회사의 입장에서 판매마저 멈춘다면 현금흐름은 완전히 막히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측은 1월과 2월 임금을 절반만 지급하는 고육지책을 내놓았지만, 대금 미지급 사태가 길어지며 영세 협력업체들의 도미노식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쌍용차의 새로운 인수 후보로 미국의 자동차 유통 업체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유력하다. 쌍용차는 당초 2월 중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협상을 마치고 P 플랜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 및 대주주인 마힌드라 등과 협상이 길어지며 P 플랜 돌입도 3월로 미룬 상태다.

P 플랜은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하기 전,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 인가를 받는 방법이다. 이 과정을 거칠 경우 주식 감자와 대주주 지위 박탈 등이 가능해 마힌드라 지분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가 새로운 대주주로 나설 수 있다.

# 생산 차질에 노사 갈등까지…골머리 앓는 한국GM

한국GM도 생산 차질에 시달리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벌어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글로벌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대만의 TSMC에서 차량 전력제어용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의 공급이 지연됨에 따라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GM은 1월 특근을 취소한 데 이어 2월에는 말리부와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부평2공장 가동을 절반으로 줄였다. 현재는 재고를 소진하고 비인기 차종 위주로 감산하며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시 주력 모델의 생산 차질마저 불가피해진다.

문제는 반도체 공급 확대에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시스템 반도체보다 수익성이 낮으며, 안전 확보가 필요해 가혹한 신뢰성 및 안전성 검사를 거쳐야 하는 품목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신규 업체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단기간에 공급량 확대가 어렵다.

대체 업체를 통한 생산은 공장 적응을 위한 반도체 재설계와 함께 시제품 안전성 확인 등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공급 차질의 핵심은 MCU의 리드 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 시간)이 26주~38주임을 감안할 때 3분기까지 공급 차질이 지속될 전망이다.

(왼쪽부터)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김성갑 지부장
(왼쪽부터)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김성갑 지부장

노사 갈등도 아직 터지지 않은 뇌관이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지었지만, 기본급이 동결된 만큼 노조는 2021년 협상을 벼르고 있다.

노조 측은 2020 임단협 조인식 직후 "형식적으로는 2020년 투쟁이 마무리됐지만, 조합원들의 비판과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여 2021년 사업을 준비하겠다"면서 "카허 카젬 사장과 GM 자본도 조합원들의 희망과 분노를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 1월 '제8회 산업발전포럼 및 1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 참석해 "다른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중요한 노동 관행들과 규제의 확실성 면에서 뒤처져 있다"면서 "미국은 노사 협상 주기가 4년인데 반해 한국은 1년이며, 쟁의행위를 위한 문턱도 낮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에서 겪게 되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패턴은 투자를 어렵게 한다"면서 "노동조합 간부들의 짧은 임기로 인해 노사관계에 필요한 안정성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불법 파견 재판도 한국GM에게는 악재다.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부평, 창원, 군산공장 등에서 근로자 1700여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파견 근로자는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 투입되어서는 안 되지만, 한국GM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차체 제작, 조립 도장 등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에 대해 직접 고용 명령을 내렸다.

이어진 1심과 2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고용부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올해 대법원 판결에서도 고용부가 승리할 경우 한국GM은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 덩달아 흔들리는 부품업계…"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현대차 울산공장

완성차 업체들이 흔들리며 부품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쌍용차의 유동성 부족으로 부품업체들의 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도체 부족에 따라 공장 가동을 멈춘 한국GM의 협력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책 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해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 발행 어음의 상환 등으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에게는 기술성이나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전용자금 5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기존 융자 지원 협력업체를 대상으로는 특별 만기 연장을 제공하고, 납품 대금 연체 등으로 힘든 협력업체 중 성장 잠재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 경영개선 지원 보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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