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코나EV 리콜, 불나는 배터리는 누구 탓?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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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26 12:08
[전승용 칼럼] 코나EV 리콜, 불나는 배터리는 누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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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EV 리콜을 둘러싼 현대차와 LG의 논쟁이 뜨겁습니다. 국토부가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지만, LG 측이 이에 대한 반박 입장을 냈기 때문이죠. 이제 전기차 리콜은 단순한 차량 결함 문제가 아니라 화재 원인을 둘러싼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의 대립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국토부 발표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 코나 전기차의 화재 원인은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공장에서 초기 생산(2017년 9월~2019년 7월)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발생한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이다.

두 번째, 셀 제조불량으로 음극 및 양극탭이 서로 달라붙는 단락 현상이 발생해 화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음극탭 접힘 조건에서 재현 실험을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세 번째, 현대차가 배터리관리시스템(이하 BMS)을 오적용 한 것을 확인했고, 화재와 연관성이 있는지는 추가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과충전은 화재의 원인이 아니다. BMS에서 과충전을 차단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 코나EV 화재는 중국 공장에서 만든  LG 배터리의 품질 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깁니다. 일단, 조사가 끝나기 전에 빠르게(?) 리콜을 결정한 것은 잘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는 “현대차와 LG는 KATRI의 결함조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존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개선된 제품으로 전량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그러나 좀 아쉽습니다. 화재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작년 10월부터 분리막 손상과 음극탭 접힘이 발견된 불량 배터리로 실험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불이 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는 연쇄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던 배터리셀 문제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인지 LG에서도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국토부 발표가 난 후 LG에서는 공식 입장문을 내지는 않았지만, 기자들과의 통화를 통해 국토부의 결론을 부정하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LG 관계자는 “소비자 안전을 위해 리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면서도 “국토부가 발표한 배터리셀 불량은 화재의 직접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불이 난 원인이 자사의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의 BMS 충전맵 오적용이라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대차에 따르면 현재까지 불이 난 코나EV 15대 중 9대는 BMS 오적용 전 모델입니다. 불이 난 차량의 절반이 이상이 BMS 충전맵 오적용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죠. 배터리 업계에서도 “코나EV의 최대 충전율은 97%인데, 충전맵이 오적용되더라도 2%가량 더 충전돼 최대 99%까지만 올라갈 뿐”면서 “LG에서는 코나EV를 100% 충전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LG 측도 반박했습니다. “BMS 충전율이 아니라 충전속도 설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토부와 현대차는 좀 당황스러울 듯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LG는 이미 코나EV 배터리 음극탭 접힘이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했거든요. 국토부에서는 이를 반영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LG에서 이를 부인하니 모양새가 좀 우스워진 것이죠.

LG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토부의 리콜 결정을 수용했지만,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자동차 리콜은 안전을 위협하는 작은 가능성만 발견돼도 진행되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습니다.    

2020년 6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
2020년 6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

이렇게 현대차와 LG가 이렇게 다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리콜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입니다.

현대차의 코나EV 리콜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이번 리콜 관련 총 예상 비용은 1조원 수준입니다. 이 비용을 LG와 몇 대 몇으로 분담률을 나눠 부담하는 것이죠. 치열한 협상이 오고 갈 겁니다. 

그런데 이 분담률을 결정하는 것은 화재의 원인입니다. LG 배터리의 문제냐, 현대차 BMS 문제냐에 따라 분담률이 달라지고, 내야 하는 돈도 달라집니다. 수천억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라는 것이죠. 현재까지 나온 내용으로 볼 때 LG 측의 부담률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LG는 현대차뿐 아니라 다양한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합니다. 이번 리콜이 자사의 배터리 품질로 완전히 결정이 난다면 추후 해외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전기차 화재 이슈에서 불리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때마다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뭐, 추후 계약도 쉽지 않겠고요. 

이번 리콜 사태를 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토부의 역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현대차와 LG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국토부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가 커 보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나올 자동차들은 비단 전기차와 관련된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첨단 ‘전장’ 업체와의 협업이 계속될 겁니다. 당연히 기술적 분쟁의 수준은 한층 고도화될 것인데, 과연 현재의 국토부가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국토부의 수준 향상 및 조직적 체질 개선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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