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SK' 배터리 전쟁, LG 승리로 마무리…합의금만 수조원?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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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15 16:58
'LG vs SK' 배터리 전쟁, LG 승리로 마무리…합의금만 수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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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

2년 넘게 지속되던 LG와 SK의 배터리 싸움이 사실상 LG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 국제 무역 위원회(ITC)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 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미국 내에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 전 제품에 대해 10년간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단, ITC는 미국 내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배터리 및 부품은 각각 4년과 2년씩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 조치도 함께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SK이노베이션의 사내 메일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SK이노베이션의 사내 메일

앞서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핵심인력을 대거 유출했고, 증거를 인멸했다"며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 비밀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SK 측은 자발적인 이직이며, 기술 유출도 없었다며 맞소송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패소로 인해 사업 확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전기차는 플랫폼 설계 단계에서부터 장기간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협업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이 수입 금지 조치를 하루빨리 해제하지 않을 경우 고객사들이 다른 업체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가동도 불투명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미국 조지아주에 9.8GWh 규모의 1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2020년에는 약 15억 달러(한화 약 1조6500억원)를 투자해 11.7GWh 규모의 2공장을 추가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1공장은 내년부터, 2공장은 202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15일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남은 소송 및 제반 절차를 통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SK이노베이션 측에게 남은 희망은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뿐이다. 미국 대통령은 ITC의 결정과 관련해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도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조치가 없다면 조지아주에 있는 SK이노베이션의 26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중국 등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조했고, 자국 기업 간 분쟁이 아닌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민사 소송 절차가 남아있고, 미국 외 지역에서 소송전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논란이 종식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통해 수입 제한 조치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양사가 합의한다면 ITC의 수입 금지 조치는 해제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즉시 규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60일을 협상 시한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도 양측의 합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포드가 출시할 예정인 F-150 전기 모델과 폭스바겐이 출시할 전기차 플랫폼 MEB 기반 차량 모두 내년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이 실질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기간은 유예 기간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포드 짐 팔리 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ITC의 (규제 유예) 판결이 기쁘지만, 두 공급업체 간의 자발적인 합의가 미국 제조사 및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성명을 통해 수입 금지 유예 기간을 4년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은 양측이 제시한 배상금 액수에 격차가 커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협상에서 LG 측이 요구한 배상금은 수조원이지만, SK 측이 주장하는 배상금은 수천억원 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ITC의 판결 후 SK이노베이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적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이란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11일 "이제는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을 인정하고 소송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SK이노베이션의 태도 변화를 촉구헀다.

그러나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조56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만큼 LG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단 수입 금지 유예 기간이 있는 만큼 협상에 신중하게 임할 가능성도 있다. 판결 직후 SK이노베이션 임수길 밸류 크리에이션 센터장은 "합리적인 조건하에서라면 언제든지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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