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70, 좋은 점과 나쁜 점 그리고 이상한 점
  • 최하림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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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07 10:00
제네시스 GV70, 좋은 점과 나쁜 점 그리고 이상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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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가 2015년 고급 브랜드로 독립을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GV80, 3세대 G80, G70 페이스리프트, GV70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라인업 확장 및 상품성 강화에 적극 나섰다. 이 중에서도 작년 말 모습을 드러낸 제네시스의 5번째 신차 GV70은 BMW X3, 아우디 Q5, 포르쉐 마칸 등과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한다.

GV70에 대한 초기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정말 괜찮은 신차가 나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앞서 언급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라이벌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지 주요 상품성을 세세하게 살펴봤다.

# 선호도 높은 외관

세련된 GV70의 외관은 분명한 장점이다. 제네시스 G90부터 시작된 두 줄의 강렬한 LED 가이드 라인과 화려한 램프 디자인, 전면부를 적당하게 채운 크레스트 그릴, 군더더기 없는 유려한 차체 형상 등은 현행 제네시스 디자인의 특징이다. 물론, 디자인의 신선함과 차별화는 조금 애매할 수 있지만, 요즘 차에 기대할 만한 세련된 모습과 은연 중 느껴지는 스포티함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GV70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외장 색상만 봐도 유광(메탈릭) 8개, 무광(매트) 4개 등 12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휠은 개별 옵션 구성에 따라 18인치부터 21인치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이례적으로 스포츠 패키지를 출시 과정에서 선보인 점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공격적인 앞뒤 범퍼와 화려한 형상을 갖춘 휠, 범퍼 하단 및 루프랙 등 외관 곳곳에 특별함을 더했다.

#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실내

실내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라이벌들과 비교해 실내 곳곳에 사용된 가죽 질감은 물론, 전반적인 고급감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GV70만 봤을 때는 크게 실감하지 못했지만, 하나하나 함께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절감하게 된다.

GV80, G80 등과 마찬가지로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1·2 옵션을 선택하면, 인조 가죽이 크래시 패드를 비롯한 실내 곳곳에 적용되고 색상 선택지도 훨씬 많아진다. 개별 옵션 선택이 불가한 BMW X3와 아우디 Q5는 이러한 실내 고급감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성능 모델을 선택해야 하며, 포르쉐 마칸은 해당 부분에 가죽 옵션을 적용할 경우 500만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내야만 한다. 

날렵한 디자인 때문에 실내 공간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 염려한 것도 기우에 불과했다. 라이벌들에 비해 실내 공간을 잘 뽑았다. 앞서 언급했던 차종들과 크기를 비교해보면, 전장과 휠베이스는 GV70이 제일 길고, 전폭은 마칸이 가장 넓다. X3가 GV70과 비슷한 크기이고, Q5는 마칸과 엇비슷한 덩치를 갖췄다.

또 다른 장점은 남다른 뒷좌석 형상이다. 허벅지를 완전히 지지할 만큼 하단부가 길게 뽑혀 있다. 그나마 X3가 긴 편이며, Q5와 마칸 모두 시트 하단부가 짧다. 실내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시트를 좁히는 형태로 일종의 꼼수이며, 체감상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이다. 트렁크 용량도 빠짐없이 챙겼다. 폴딩하지 않은 상태에서 GV70는 622리터이며, X3와 Q5는 550리터, 마칸은 500리터 등 순이다.

# 곳곳에 보이는 불량

GV70 센터콘솔에는 주행 모드 변경 다이얼과 통합형 컨트롤러, 변속 다이얼 등을 순차적으로 배치했다. 이는 지금껏 출시된 제네시스 중 가장 쓰기 좋은 만듦새다. 센터 콘솔 주위에 앰비언트 라이트도 보기 좋고, 간이 수납 공간과 컵 홀더도 빠짐없이 챙겼다.

그러나 센터 콘솔 마감은 형편없다. 힘을 줬을 때 여지없이 크게 흔들리며, 그 과정에서 잡음도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라이벌들의 센터 콘솔은 화려하지 않아도 견고하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차라면 이렇게 만들지는 말았어야 했다.

이어 공조장치는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부와 풍향·열선 스티어링 휠·공기청정모드를 조작하는 터치 디스플레이, 그리고 오토·내기·유리창 열선·좌우 싱크를 설정하는 버튼 등으로 구성된다. 

기본적인 터치 디스플레이 조작감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좌우에 위치한 버튼 조작 시 발생한다. 버튼을 누르면 공조장치 틀 전체가 움찔한다. 모든 버튼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만질 때는 하나가 된 모습이다. 라이벌들보다 수준이 현격히 떨어져 보인다. 사소하지만 이 같은 감성 품질이 떨어질 경우 차가 저렴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 억지스러운 무드 라이팅

마음먹고 화려한 느낌을 강조한 것이 이 차의 콘셉트라면 이해하지만, 전반적으로 점잖은 것에 비해 한 곳만 두드러지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옷매무새가 딱 맞아떨어지는 맞춤 정장을 입고 멋들어지게 머리까지 다듬었지만, 강렬한 컬러의 한정판 패션 운동화를 신는다고 가정해보자. 차은우, 박보검처럼 비주얼이 남다른 셀럽이라면 소화하겠지만,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

GV70은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2 옵션 선택 시 도어트림과 센터터널에 웨이브 라인 무드 라이팅을, 스포츠 패키지는 레이어드 엣지 무드 라이팅이 적용된다. 웨이브 라인은 마치 심장 박동기를 떠올리고, 레이어드 엣지는 아이스크림에 고명처럼 곁들여진 체리가 떠오른다. 나름 입체적인 디테일을 더했지만, 상당히 조잡해 보인다. 오히려 가장 비싼 내장 옵션을 적용한 만큼 소재의 고급감을 높이는 데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남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 실물을 볼 수 없는 스포츠 패키지

GV70을 최초로 마주했던 건 작년 12월이다. 애석하게도 기대가 높았던 GV70 스포츠 패키지는 신차발표회가 진행된 당일 하루 제네시스 수지 특별관에만 전시됐고, 2월 초까지 다른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층 엄격한 검수 과정을 거치며 발생한 일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신차 품질 논란이 계속 불거졌던 만큼 분명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고객들이 스포츠 패키지 출고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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