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삼각별의 여유' 벤츠 E클래스 vs '운전의 재미' BMW 5시리즈
  • 권지용
  • 좋아요 0
  • 승인 2021.02.06 10:00
[비교시승] '삼각별의 여유' 벤츠 E클래스 vs '운전의 재미' BMW 5시리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월 2000대 이상 팔리는 수입차 시장의 절대강자,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살펴봤다.

5시리즈와 E클래스 두 차량 모두 지난해 부분변경을 거치며 상품성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5시리즈는 전반적인 느낌을 유지한 채 가볍게 손을 댔고, E클래스는 크게 외모를 바꾸며 분위기를 쇄신했다.

이번에 살펴볼 두 차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스포티 룩 모델로, BMW 523d M 스포츠 패키지와 메르세데스-벤츠 E220d AMG 라인 4매틱이다.

먼저 실내를 살펴봤다. 공통적으로 기존 브랜드 디자인 언어를 유지한 채 내실 강화에 나선 모양새다. 눈으로 보이는 부분에서는 E클래스가, 실제 활용성 및 옵션 구성은 5시리즈가 더 나은 모습이다.

5시리즈는 이전 모델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디자인 변화폭이 작지만, 최신 IT 및 커넥티드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주목할 만한 신기능으로 '모바일 디지털 키'가 대표적이다. 해당 기능을 이용하면 차키를 소지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도어락 잠금/해제, 시동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다(애플 아이폰 한정). 또한 신용카드 형태 NFC 기반 '키 카드'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등 첨단 기능을 통한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도 챙겼다. 차량에 탑승하면 자동으로 휴대전화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별도 조작 없이 추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스마트폰 연결 서비스는 보편화됐지만, 아직까지 무선 연동을 지원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E클래스의 화려한 실내는 여전하다. 스크린 두 개를 연결한 와이드 스크린 콕핏 디스플레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동안 디스플레이 터치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던 중앙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부분변경을 통해 브랜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가 적용되면서 드디어 터치 조작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기존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애플 카플레이 화면이 좌우가 잘린 형태로 출력되는 점과 무선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불만 요소다.

E클래스 실내에서 눈에 띄는 변화로 스티어링 휠이 있다. AMG 라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신형 휠은 한층 스포티한 디자인과 함께 더욱 두꺼워진 림을 갖춰 '쥐는 맛'까지 살렸다. 여기에 정전식 핸즈-오프 센서 패드 기능을 탑재해 휠을 가볍게 쥐고만 있어도 오랜 시간 차선유지 기능 등이 작동한다. 이는 반자율주행 기능 활용성을 대폭 높여주며 장시간 운전의 피로도 역시 크게 낮춘다.

이밖에 두 차 모두 실내등에 노란색 LED를 적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무드램프는 적용 범위가 비슷하지만, E클래스의 것이 LED 밝기나 선택할 수 있는 색상의 종류(BMW 12가지, 벤츠 64가지) 등에서 한발 앞선 모습이다.

뒷좌석 공간은 두 차 모두 장시간 탑승에도 큰 불편이 없는 적당한 크기이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5시리즈가 조금 더 나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착좌감은 서로가 상반되는 모습이다. 5시리즈는 조금 더 단단하고 몸을 잘 잡아주며, E클래스는 한층 푹신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다만 시트의 가죽 스티칭 모양이나 2열 송풍구 마감 등은 5시리즈가 더 고급스럽다. 아울러 2열에 앉았을 때 5시리즈는 앞좌석 밑으로 발이 들어갈 여유가 있는 반면, E클래스는 다소 부족하다. 또한, 선루프 바이저의 경우 5시리즈는 원터치 방식인데 반해 E클래스는 수동으로 열고 닫아야 한다.

파워트레인은 대동소이하다.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해 각각 190마력(523d)과 194마력(E220d)를 발휘하며, 최대토크는 40.8kgf·m로 동일하다. 정차 시에는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을 느낄 수 있지만, 일단 주행을 시작하고 나면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훌륭한 정숙성을 보였다. 두 차량의 제원상 출력 차이는 거의 없지만, 실제로 몰아보면 주행 질감에서 꽤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5시리즈는 단단하면서도 절제된 감각이다. BMW의 M스포츠 패키지는 외관 디자인 뿐만 아니라 서스펜션부터 브레이크까지 전용 사양을 탑재해 승차감 위주의 럭셔리 트림과 다른 운전 감각을 제공한다. 보다 단단한 세팅을 통해 노면 정보를 쉽게 읽을 수 있어 한층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비즈니스 세단의 편안한 승차감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직접 운전할 때는 '단단'하지만, 동승자로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는 세팅이다. ZF가 만든 8단 자동변속기는 완성도가 높은 반면, 스티어링 휠 뒤쪽 패들 시프터가 빠진 점도 다소 아쉽다.

523d는 후륜 및 사륜 구동 두가지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윈터 타이어를 장착한 후륜 구동 차량으로, 약 30분간 이어진 90km/h 정속주행 테스트에서 21.1km/L라는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 공인 연비(15.6km/L) 대비 약 35% 우수한 수치다.

E클래스의 승차감은 비즈니스 세단의 정석이다. 노면 상태가 어떻든, 시종일관 부드러운 모습을 유지한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 5시리즈와 큰 차이를 보였다. E클래스 AMG 라인의 승차감과 주행감각은 아방가르드 및 익스클루시브 트림과 큰 차이가 없다. 평범한 서스펜션 세팅이 아쉬울 수도 있겠으나 멋진 외관에 젊잖은 승차감을 원한다면 썩 괜찮은 조합이다. 불만인 점은 변속기 세팅이다. E클래스에는 브랜드가 직접 제작한 9단 변속기가 적용됐는데, 100km/h 부근에서 7단 기어를 주로 사용한다. 규정 속도를 훌쩍 넘겨야만 항속 기어가 물린다.

시승에 사용된 E220d 4매틱 차량은 19인치 휠에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더해졌다. 연비에는 다소 불리한 조합임에도 정속 주행에서 썩 훌륭한 연비를 기록했다. 5시리즈와 동일한 구간에서 공인 연비(13.2km/L) 대비 약 16% 높은 15.4km/L를 나타냈다.

아울러 정차시 시동을 끄는 ISG 기능이 적용됐다. 두 차 모두 시동이 꺼진 후 다시 걸리는 모습은 꽤나 자연스럽지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5시리즈가 한층 더 매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5시리즈의 주간주행등(DRL)은 테일램프에도 적용되어 밝은 낮에도 후미등이 켜진다.
5시리즈의 주간주행등(DRL)은 테일램프에도 적용되어 밝은 낮에도 후미등이 켜진다.

5시리즈와 E클래스 모두 차로 유지 기능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탑재했다. 차량 간격 및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능력 등 완성도 측면에서는 우월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만듦새가 높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점도 닮았다. 장거리 항속 주행에서 빛을 발하는 디젤 엔진과 완성도 높은 주행보조 시스템이 만나 장거리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여기에 E220d는 서라운드뷰 시스템을 갖췄고, 523d는 후진 어시스트 기능을 탑재했다. 523d는 국내 소비자 선호 사양인 운전석 통풍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을 갖췄으나, E220d는 두 가지가 모두 빠졌다.

이번 비교 시승을 통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라이벌로 겨뤄온 5시리즈와 E클래스는 고급스러운 완성도에 준수한 달리기 실력까지 갖춘 비즈니스 세단의 기준을 보여줬다. 다만, 두 차 모두 상위 트림에서 누릴 수 있는 몇몇 고급 사양이 빠진 점은 다소 아쉽다.

운전의 맛을 중시하고 높은 연료 효율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5시리즈가 제격이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여기에 삼각별이 주는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E클래스를 선택하겠다. BMW 523d M스포츠 패키지는 7500만원(x드라이브 추가 시 7850만원), E220d AMG 라인 4매틱은 7790만원 등이다.

※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