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볼트EV, 서울-동해 왕복 '한겨울에도 가능할까?'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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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7 09:00
[시승기] 쉐보레 볼트EV, 서울-동해 왕복 '한겨울에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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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대한 불평·불만이 부쩍 늘어나는 시기다. 겨울철 전기차 효율이 급감한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끊임없이 들어온다. 심지어 혹자는 겨울에는 전기차를 못 타겠다는 이도 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영하 6도 한겨울 날씨에 쉐보레 볼트EV를 타고 직접 경험해봤다.

참고 : [시승기] 쉐보레 볼트EV, 이제 서울-동해안 왕복도 한 번에

지난 여름, 볼트EV를 타고 서울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왕복 400km 거리를 충전 없이 왕복했다. 6개월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왔다. 유달리 추운 올 겨울, 볼트EV의 저온 주행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여름 달렸던 서울-양양 간 왕복 코스에 다시 한번 올랐다.

사진은 지난 여름

세부 시승 코스는 작년과 동일하다. 서울에서 출발해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를 달린 후 한계령을 넘어 낙산해수욕장까지 왕복 약 410km 구간이다.

다만, 날씨와 더불어 차량 상태도 지난 여름과 다르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연쇄 화재로 발발한 LG화학 배터리의 위험 가능성 때문에 충전량이 90%로 제한됐다. 볼트EV의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414km이지만, 지금은 배터리 충전 제한으로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370여km 남짓이다.

게다가 날씨도 전기차 배터리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영하 6도다. 배터리 충전량 제한에 낮은 온도까지 전기차 입장에서 극한의 상황이다. 

출발 전 배터리는 약 75%이며, 주행 가능 거리는 220km이다. 수치상 1번 이상 충전이 필요하겠다. 실내 온도는 23도, 공조 풍량은 2단계에 설정했고, 시트 및 스티어링 휠 열선을 사용했다.

사진=한국GM
사진=한국GM

비록 계절은 바뀌었지만, 볼트EV의 가속 성능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출발부터 36.7kg·m의 최대토크를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답게 서울 도심에서 시종일관 경쾌하게 달릴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이르는 데 7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볼트EV는 현재 주행 가능한 거리를 비롯해 배터리를 아꼈을 때 주행 가능한 거리(MAX)와 가장 짧은 주행거리(MIN)를 동시에 보여준다. 히터와 열선을 작동했을 때 바로바로 줄어드는 주행거리에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이는 순간, MAX 주행거리가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모습도 눈에 띈다.

홍천 휴게소
홍천 휴게소

서울에서 홍천까지 약 113km를 달렸고, 배터리는 약 40% 소모했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98km이며, 배터리는 약 35%가 표시됐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기 전 충전을 위해 홍천 휴게소에 들렀다.

차량을 환경부 급속 충전기에 연결했다. 볼트EV는 최대 50kW 급속 충전이 가능하지만, 추운 날씨 탓에 실제 충전은 30~40kW 사이로 제한됐다. 40분이 지난 후 배터리는 64%까지 충전됐고, 주행 가능 거리는 188km까지 늘어났다. 수치상 1분 충전으로 1.5km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총 22.84kWh가 충전됐고, 충전요금은 5840원이 청구됐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해발 900m의 한계령을 오르기 시작했다. 작년 여름 초록빛의 향연이던 한계령은 이제 앙상한 나무들로 가득했다.

노면 온도가 낮은 야간 와인딩 코스에서도 볼트EV 전용 미쉐린 셀프 실링 타이어는 단단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미끄러지지 않았다. 다소 거칠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는다.

한계령을 넘어 목적지인 낙산해수욕장까지 단번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총 212.4km를 달렸다. 남은 배터리는 40%, 주행거리는 120km를 각각 나타냈다.

추운 날씨에 밤바다를 즐길 여유따위는 없었다. 낙산해수욕장 충전소로 향해 40분간 22.51kWh를 충전했다. 충전요금은 5755원이다. 충전 후 배터리 잔량은 67%이며, 주행가능거리는 202km까지 늘어났다.

볼트EV는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B 모드를 비롯해 스티어링 휠 뒤편에 마련된 리젠 온 디멘드(Regen on Demand) 버튼을 통해 추가적인 회생 제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새벽 두 시, 한계령휴게소부터 B 모드를 켜고 내리막길을 달렸다. 오가는 차가 한 대도 없어 교통 흐름에 방해를 받지 않고 회생 제동만으로 약 15km 구간의 와인딩 코스를 통과했다.

낮은 온도로 인해 회생 제동 충전량도 줄어든 느낌이다. 지난 여름 계기판에 표시된 순간 최대 발전량은 70kW에 달했지만, 이번엔 60kW를 좀처럼 넘지 못한다. 한계령을 다 내려온 후 주행가능거리는 약 17km가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구간에서 회생 제동으로 주행 가능 거리가 25km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약 30% 가량 감소한 셈이다.

가평 휴게소
가평 휴게소

다시 고속도로에 올랐다. 목적지까지 50여km 밖에 남지 않았지만, 혹여나 하는 마음에 가평휴게소에 들려 충전기를 연결했다. 가평휴게소에서는 최대 속도인 50kW로 충전할 수 있었다. 40분 동안 28.92kWh 충전했고, 충전 요금은 7393원이 청구됐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볼트EV로 총 410.5km를 달렸고, 최종 연비는 4.9km/kWh를 기록했다. 공인연비(5.4km/kWh)와 비교해 9.3%가 떨어졌다. 지난 여름 완충된 차량으로 서울과 양양을 한 번에 왕복했던 때와 달리, 이번 겨울 시승에서는 충전소 방문이 반드시 필요했다. 더욱이 영하의 날씨에 급속 충전 및 회생 제동 성능도 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겨울철 전기차가 본연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몇몇 전기차의 경우 저온 주행 성능이 상온의 절반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졌지는 현상도 발견됐다. 하지만, 쉐보레 볼트EV는 혹한의 날씨에 배터리 충전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약 70~80%의 성능을 발휘한다. 일부의 주장처럼 모든 전기차가 주차장에서만 겨울을 보내야할 수준은 아니었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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