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세단] "나 아직 안죽었다"…아반떼와 쏘나타 '희비교차'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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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8 09:00
[2020 결산-세단] "나 아직 안죽었다"…아반떼와 쏘나타 '희비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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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산차 업계는 전년대비 약 4.8% 증가한 160만7000여대를 판매했다. 이중 세단은 55만5000여대로, 전년대비 약 5.4% 증가했다.

SUV 열풍 속에서도 인기 차종 최상단 목록은 세단이 차지했다. 그랜저가 부동의 1위를 기록한 가운데,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5가 탑5 내 위치했다. 여기에 제네시스 G80 등 새롭게 투입된 차량들도 호평받으며 SUV에 맞섰다.

# '판매 0대', 멸종된 소형 세단

현대차 엑센트

소형 세단은 결국 대가 끊겼다. 2019년 4094대 판매된 현대차 엑센트를 마지막으로, 2020년 소형 세단은 단 한대도 판매되지 않았다.

경차와 소형 세단이 중심이던 엔트리카 시장은 어느새 B세그먼트급 소형 SUV로 빠르게 넘어가는 추세다. 각 브랜드는 후속 차종에 대한 계획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소형 세단은 멸종됐다.

# 아반떼의 화려한 부활…준중형 세단 희망을 보다

현대차 아반떼
현대차 아반떼

준중형 세단의 판매량은 2019년 11만5900여대에서 2020년 11만5600여대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기아차 셀토스, 르노삼성 XM3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쌍용차 티볼리 등 B세그먼트급 소형 SUV의 거센 공세에도 시장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이는 전적으로 7세대 아반떼의 공이다. 아반떼는 지난해 8만7731대 판매되며 국산차 판매 3위에 올랐다. 2019년과 비교하면 41.3%나 급등했다. 2018년 페이스리프트 이후 '삼각떼'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파격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성까지 갖춘 7세대 모델 출시로 단숨에 명예를 되찾았다.

다만, 아반떼만 빛났다. 기아차 K3(2만3437대, 전년대비 47.2%↓)의 판매량은 급감했고, 르노삼성이나 쉐보레 등은 새로운 준중형 세단을 내놓을 계획이 전무하다.

# K5에 한방 먹은 쏘나타

(왼쪽부터) 기아차 K5, 현대차 쏘나타
(왼쪽부터) 기아차 K5, 현대차 쏘나타

중형 세단의 내수 판매량은 2019년 17만1300여대에서 16만7100여대로 2.5%가 줄었다. 간판스타인 현대차 쏘나타는 샌드위치처럼 아반떼와 그랜저 사이 끼인 모양새다. 더욱이 기아차 K5에게 큰 일격을 당했다.

2019년 그랜저와 함께 연 10만대를 돌파했던 쏘나타는 2020년 6만7440대에 그쳤다(전년대비 32.6%↓). K5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호평받는 데 반해 쏘나타의 파격적인 디자인은 외면받고 있다. 결국 K5가 중형 세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K5는 지난해 8만4550대 판매되며 실적이 2019년보다 두 배 이상(113.14%) 급증했다. K5가 쏘나타를 누르고 중형 세단 시장에서 연간 1위를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때 쏘나타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말리부와 SM6는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SM6(8527대)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47.6%나 급락했다. 말리부(6548대) 역시 전년대비 46.4% 추락했다.

# '성공의 아이콘'에서 '국민차'로 변신한 그랜저

현대차 그랜저
현대차 그랜저

2020년 세단 시장에서 단연 돋보였던 체급은 준대형 세단이다. 준대형 세단은 작년 한 해 24만2661대가 판매되며 2019년 대비 30.5%나 급증했다. 르노삼성 SM7과 쉐보레 임팔라가 단종됐지만, 그랜저와 G80의 상승세를 덮을 수 없었다.

그랜저는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국산차 판매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지난해 무려 14만5463대(전년대비 40.7%↑)나 판매되며 4년 연속 10만대를 돌파했다.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이다. 비록 2010년 쏘나타가 보유한 단일차종 연 최다 판매기록 15만2023대는 경신하지 못했지만, '국민차' 타이틀을 받을 만하다는 평가다. 

G80도 2019년 대비 152%나 급증한 5만6150대를 기록했다. G80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성으로 호평받으며 국산 프리미엄 모델 최초로 연 5만대를 넘겼다. G80 판매에 힘입어 제네시스 브랜드도 연 10만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와 달리 K7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7은 지난해 4만1048대 판매되며 2019년 대비 26.5%나 감소했다. 지난 2019년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 월평균 6500대 가까이 판매되던 K7은 올해 월평균 3400대 수준까지 내려갔다.

기아차는 1분기 신차를 출시하며 맞불을 놓는다. 새로운 준중형 세단은 차체 크기를 키우고, 고급 편의 및 안전 사양으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차명을 K8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준대형 세단 시장은 올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대형 세단, 'G90·K9 모두 패배'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G90

대형 세단 판매량은 2019년 2만8420대에서 2020년 1만7840대로 37.2%가 줄었다.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상대적으로 젊은 이미지의 G80과 넓은 실내공간까지 갖춘 GV80이 나타나며 수요를 앗아갔다.

제네시스 G90은 지난해 1만9대 판매되며, 2019년(1만7542대)보다 42.9%나 감소했다. 2019년 80.7%라는 높은 성장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그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기아차 K9도 마찬가지다. K9은 작년 7831대가 판매됐다. G90 대비 감소폭(-28.0%)은 적지만, 2018년부터 이어온 연 1만대 기록이 마감됐다.

# 선방한 스팅어와 신차효과 없는 G70 '극과 극'

기아차 스팅어
기아차 스팅어

스포츠 세단 시장은 전년대비 44.5% 감소한 1만1435대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G70은 2020년 7910대 판매되며 2019년(1만6975대)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10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지만, 출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며 11월 350대에 그쳤다. 12월 1224대로 반등하는 모습이었지만, 연간 실적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아차 스팅어는 3525대 판매되며 전년대비 3.3% 감소세를 보였다. G70보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기아차는 지난 8월 페이스리프트 모델 '스팅어 마이스터'를 출시했다. 스팅어 마이스터는 신형 2.5L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되며 구형 파워트레인을 유지한 G70과 대비되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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