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현대차, A/S 보증 내수차별 논란…해외는 무제한, 국내는 짧게?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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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01 10:05
[MG수첩] 현대차, A/S 보증 내수차별 논란…해외는 무제한, 국내는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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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내수 차별 논란은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같은 자동차를 구입해도 국내보다 해외 신차 보증이 한층 더 유리하다.

조사 결과, 국내에서 5년을 보증받는 항목은 바다를 건너면 최대 10년까지 보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차체 부식은 물론, 전기차 보증에서도 차이가 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해외 시장 보증 정책을 살펴봤다.

# 일반 보증, 해외에서는 10만km

현대차는 2018년 국내 시장에서 3년/6만km 일반 보증을 개편한 선택형 보증 제도를 전 차종에 일괄 적용했다. 마일리지형(2년/8만㎞), 기본형(3년/6만㎞), 기간연장형(4년/4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국내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차량 운행 빈도가 잦다면 마일리지형을 선택하고, 연간 주행거리가 짧다면 기간연장형을 선택하는 등 소비자가 자신의 주행 성향에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외 서비스 정책을 비교하면 현대차 주장은 동의하기가 어렵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일반 보증 기간은 국내보다 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주행거리를 ‘무제한’으로 두는 파격적인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 북미 보증 기간은 5년/6만 마일(9만6000km)이다. 러시아는 현지 생산모델에 한해 5년/15만km, 수입 모델에는 3년/10만km를 제공한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5년/10만km(일부 모델 3년/10만km)가 기본이다. 국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5년/10만km 가량을 보증해주는 셈이다.

인도 시장은 2020년 7월 출시 이후 차량에 국내와 유사한 선택형을 제공하고 있다. 3가지 선택지를 제공하는 건 동일하지만, 3년/무제한, 4년/6만km, 5년/5만km로 구성된다. 이것 역시 국내보다 많게는 2년을 더 보장한다. 주행거리를 무제한으로 두는 정책도 국내에는 없는 사항이다.

#동력 계통 및 부식 보증도 해외가 더 유리

엔진을 포함한 동력계통 정책도 달랐다. 국내는 5년/10만km인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10년/10만 마일(16만km), 유럽에서는 5년/무제한 보증을 시행하고 있다. 

녹 등에 대한 부식 정책은 유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은 관통 부식에 관해 7년을 보증하지만, 유럽에서는 무려 12년을 책임진다. 기후 특성을 고려했다기에는 유럽에만 유독 후하다.

# 전기차 보증, 그나마 낫지만…

그나마 친환경차에서 보증 차별은 줄어든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부품에 대한 특별 보증은 내수 시장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부품에 대해 국내 시장에서 10년/20만km 특별 보증을 제공한다. 미국(10년/10만 마일-16만km)보다 주행거리 범위가 더 길고, 중국 시장과는 동일하다. 전기차 부품(10년/16만km)도 중국(8년/15만km), 유럽(8년/16만km)보다 한층 유리하고, 미국(10년/10만 마일-16만km)과는 비슷하다.

다만, 현대차는 쏘나타·그랜저 하이브리드에 제공되던 배터리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2019년부터 돌연 삭제했다. 쏘나타는 신형(DN8 HEV) 하이브리드 출시 이후 이 제도가 없어졌고,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페이스리프트 출시 후 중단됐다.

친환경차 일반 보증은 내연기관과 동일하게 마일리지형(2년/8만㎞), 기본형(3년/6만㎞), 기간연장형(4년/4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는 별도의 친환경차 특화 프로그램으로 제공된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라페스타 EV, 엘란트라 EV 등 전기차 라인업에 3년/12만km 일반 보증을 제공한다. 유럽에서는 코나 일렉트릭에 한해 8년/무제한 보증을 실시한다.

# 제네시스, 해외선 주행거리 무제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어떨까. 제네시스의 국내 일반 보증 정책은 5년/12만km(G90) 또는 5년/10만km다. 동력 계통도 동일하다. 

미국 시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반 5년/6만 마일(9만6000km), 동력 계통은 10년/10만 마일(16만km)이다. 일반 부품 및 차체 보증 범위는 국내와 비슷하지만, 엔진을 포함한 파워트레인은 더 길다. 신흥 시장 정책도 국내보다 한층 더 유리하다. 러시아는 일반·동력 계통 4년/무제한을, 호주와 중동 지역에서는 5년/무제한이 기본이다. 

# 각 시장 1위, 토요타·폭스바겐은?

해외 다른 브랜드를 살펴봐도 현대차처럼 무제한 보증 또는 10만 마일 이상의 주행거리를 보장하는 브랜드는 찾기 어렵다.

토요타는 미국에서 신차 일반보증 3년/3만6000마일(5만7000km)을 내걸고 있다. 현대차 일반보증 조건(5년/6만 마일-9만6000km)보다 짧다. 유럽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인 폭스바겐도 현지에서 3년/9만6000km를 보증한다. 이 또한 현대차 유럽 보증(5년/무제한)보다 짧다.

현대차는 보증 서비스를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경쟁 브랜드 대비 유독 후한 정책을 쓰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후발주자가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쓰는게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이에 착안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업계 최고의 보증 정책을 제공해왔고, 현지에서도 뛰어난 보증 정책을 현대차의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여전히 해외에만 국한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에서 3년/3만6000마일(5만7000km)을 내건 토요타가 자국인 일본에서 5년/10만km의 더 긴 보증을 제공하는 것과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덕분에 정몽구 명예회장이 강조해왔던 ‘품질 경영’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현대차가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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