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MG] 007을 빛낸 애스턴마틴 DB5…‘클래스는 영원하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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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6 09:35
[주말의 MG] 007을 빛낸 애스턴마틴 DB5…‘클래스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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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d, James Bond.” - 007 살인번호(1962)

지난 10월 세상을 떠난 숀 코너리는 이 한 마디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초대 제임스 본드로 활약한 고인은 이후 5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하며 전설로 남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는다.

그의 연기 하나하나는 제임스 본드의 상징이 됐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장난감 총으로 007 오프닝 신을 따라 했으며, 성인이 된 후에 보드카 마티니는 젓지 않고 흔들어 마시는 것이 신사인줄 알았다. 5대 제임스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은 그를 ‘가장 위대한 본드’라 평가했다. 

그의 분신처럼 활약했던 본드카도 전설로 회자된다. 애스턴마틴 DB5가 그 주인공이다. 첫 본드카(벤틀리 마크IV)에 이어 등장한 애스턴마틴 DB5는 세 번째 007 시리즈 ‘골드핑거’에서 ‘본드카’를 각인시켰다.

본드카로 쓰인 DB5는 1963년 등장한 DB4의 후속 차량이다. 마그네슘 합금 차체와 알루미늄 블록을 갖춘 4.0리터 직렬6기통 엔진이 탑재됐고, 4단 및 5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됐다. 당시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39.7kg·m를 발휘했고, 최고속도는 230km/h에 달했다. DB5는 1965년까지 단 1059대만 생산됐다.

DB5는 영화 속에서 기관총부터 타이어 파쇄기, 방탄 철판, 연막 분사 장치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인다. 전투기 비상 탈출 장치에서 유래한 좌석 사출장치도 탑재됐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 키, 런플랫 타이어 등 기술도 이미 본드카를 통해 소개됐다.

골드핑거에서 첫 데뷔를 치른 DB5는 썬더볼작전(1965)에서도 숀 코너리와 함께한다. 이후 한동안 출연이 뜸했던 DB5는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골든아이(1995), 네버다이(1998)에 재등장한다. 언리미티드(1999)에도 출연했지만, 최종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DB5와 007의 인연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로얄(2006)에서 정점을 찍는다. 제임스 본드가 카드 게임을 통해 악당이 소유한 DB5를 따내는 장면이 백미다. 이후 스카이폴(2012)에서 등장한 DB5는 스코틀랜드로 향하는 과정에서 적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며 존재감을 뽐낸다. 스펙터(2015)를 비롯해 속편인 노타임투다이(2021)에도 출연이 확정됐다.

007 스카이폴을 연출한 샘 멘데스 감독은  “007의 차는 누가 뭐래도 DB5”라고 말한 바 있다. 총 8편의 007 시리즈에 등장한 ‘또 다른 주연’인 셈이다.

007의 인기를 업은 DB5의 가치는 경매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지난 2006년 18억원에 판매된 데 이어 2010년 46억원, 2019년 77억원에 각각 낙찰됐다. 애스턴마틴은 그 인기에 힘입어 2018년 DB5를 25대 한정 생산하기도 했다. 

때로는 품격있는 영국 신사처럼, 때로는 맹수와 같이 야성미를 내뿜는 애스턴마틴 DB5는 007 제임스 본드와 너무나도 닮았다. 영원한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를 기리며, 그의 뒤를 잇는 새로운 007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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