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디젤 이후의 시대’에 대한 볼보의 해답, “일단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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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30 09:00
[시승기] ‘디젤 이후의 시대’에 대한 볼보의 해답, “일단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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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디젤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 볼보는 한발 앞서 디젤차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향후 모든 신차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하반기 신차 라인업은 빠르게 재편됐다.

디젤 엔진의 빈자리는 B4(197마력)와 B5(250마력), B6(300마력) 등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추가된 ‘가솔린 B 엔진’이 대체한다. 과연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힘 좋고 연비 좋은 디젤 엔진을 대체할 수 있을까.

볼보코리아가 지난달 진행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승 행사에서 S60 및 V90 CC 두 모델을 만나봤다.

볼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추가 배터리와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BSG), 전자 제어식 브레이크 시스템 등이 맞물린다. 이를 통해 출발과 가속 시 힘을 보태고, 회생 제동 에너지를 회수해 효율성을 높였다.

B5 엔진을 탑재한 S60은 첫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에 놀랐다. 이미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던 것처럼 매끄럽게 시동이 걸린다. 48V 배터리는 출발 시에도 약간의 힘을 보태며 한층 경쾌한 출발을 돕는다.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f·m를 발휘하는 B5 엔진은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으니 규정 속도까지 금세 도달했다.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지만, 꾸준히 밀어주는 능력이 기분 좋은 승차감을 만든다.

비가 많이 내려 노면 상황은 썩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은 오히려 차량 성능을 확인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됐다. S60의 절제된 승차감은 거친 노면을 부드럽게 지나쳤으며, 민첩한 움직임을 통해 도로 위 토사를 가볍게 피했다. 여기에 원하는 만큼 멈춰주는 제동 성능이 더해져 보다 편안한 주행을 가능케 했다.

이어 V90 CC에 올랐다. S60 시승 직후 오른 V90 CC는 한층 묵직한 느낌이 전해진다. S60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지만, 공차중량은 약 230kg이나 더 무겁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 비교는 다소 무리가 있다. V90 CC는 S60의 상위 모델인 S90과 동일한 플랫폼으로 한층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묵직한 출발 느낌과 달리 속도를 높일수록 경쾌하다. 지상고가 살짝 높은 크로스컨트리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시트 포지션을 낮게 설정해 마치 대형 세단을 모는 듯한 느낌이다.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은 와인딩 구간에서도 이어졌다. 자세는 흐트러짐이 적었고, 차량 꽁무니는 생각보다 더 기민하게 움직인다. 왜건이라 코너링에서 다소 불리할 것 같다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다.

V90 CC는 SUV 부럽지 않을 거주성과 실용성을 자랑한다. 뒷좌석 레그룸은 다리를 꼬아도 남을 만큼 광활하고, 활용도가 높은 박스 형태 트렁크까지 더해져 왜건의 장점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5m에 달하는 전장이 부담스러울 법 하지만 다양한 주행 보조 시스템이 보다 편안한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파일럿 어시스트를 켜고 차량 속도를 설정하면 차선을 감지해 스티어링 휠을 스스로 돌린다. 폭우 속에서도 차선을 잘 유지하는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안전은 옵션이 될 수 없다’는 볼보의 철학에 맞게 긴급제동시스템 ‘시티 세이프티’와 도로 이탈 완화 기능,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등으로 구성된 첨단 ‘인텔리 세이프’ 시스템은 전 트림에 동일하게 탑재된다.

짧은 시승이지만, 두 차량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S60은 세련된 이미지와 안전, 두 가지를 갖춘 볼보의 기준을 보는 듯했다. 이어 세단의 승차감과 SUV의 실용성을 동시에 챙긴 V90 CC는 왜건이 가진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단,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연료 효율이다. S60과 V90 CC의 복합 연비는 각각 11.6km/L와 10.3km/L다. 특히 V90 CC에 붙은 에너지 소비효율 4등급 스티커는 친환경과 다소 거리가 있다. 시승 동안에도 실측 연비는 10km/L 초반에 머물렀다. 연비만 봤을 때,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디젤 엔진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소음 및 진동 대책 등 N.V.H 부분에서 분명한 이점을 가졌다. 시승하는 내내 두 차량의 정숙성은 동급을 뛰어넘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여기에 전동화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직은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가격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볼보 각 차량의 판매 가격은 S60 B5 모델은 4810만~5410만원, V90 CC B5 모델은 6900만~7520만원이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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