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MW는 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쓰는가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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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19 17:28
[기자수첩] BMW는 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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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탄소 소재라는 말은 틀렸다. 비록 탄소섬유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실은 형태를 만들기 위해 주로 에폭시나 플라스틱 수지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탄소섬유는 이 수지 제품의 심 역할을 한다. 그래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CFRP)이라고 하는게 옳다. 

플라스틱 등의 수지류는 경도는 우수한 반면 인장강도가 약해 쉽게 끊어지고, 탄소섬유는 인장강도가 높지만 말 그대로 섬유라서 굽힘 반발력이 없기 때문에 이 둘을 결합하는 것이다. 마치 단단하지만 잘 끊어지는 시멘트에 잘 끊어지지 않고 쉽게 휘는 철근을 심으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탄소섬유는 옷감처럼 잘 휘어지는 소재다.

BMW는 지난 E92 M3부터 탄소섬유를 천장에 이용했다. 당시는 프리프레그(prepreg)를 이용해 오토클레이브에 굽는 방식이어서 생산비가 무척 비쌌고 대량생산도 불가능했다. 이제는 비록 형식은 다르지만 i3, i8 등을 통해 차체까지 탄소로 만드는 시도를 한다. 스포츠카 계열은 물론 7시리즈 등 최고급 차종에도 탄소 섬유의 사용비중을 높인다. 심지어 이미 사용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녹이고, 섬유를 채 썰듯이 잘라 다시 재활용까지 하면서 제작비를 아낄 뿐 아니라 친환경 소재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주요 프레임 부분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i8과 i3.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이지만 찍어내는 방식이어서 미적으로 그리 좋지 않아 외부에 노출되지는 않는다. 

탄소는 같은 부피의 철에 비해 1/4의 무게 밖에 나가지 않는데다 인장강도는 10배나 되기 때문에 탄소섬유를 이용하면 차체 구조도 단순히 할 수 있을 뿐더러 경량화에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서도 효성이 탄소섬유를 만들고, 롯데화학이 여기 수지를 결합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제작했다. 이 탄소섬유 제품은 곧 내놓을 소렌토와 스포티지의 루프프레임에 활용됐다. 

 

다만 소재 특성상 사고가 나면 펼 수 없어 설계 당시부터 절개선을 만들어 부분 교체 가능하게 해야 하는 점이나, 전기를 전도하지 않기 때문에 천장에 이용할 경우 기존 자동차들과 달리 벼락에 대비한 일종의 피뢰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할 문제긴 하다. 

카본은 차세대 자동차 신소재로 가장 부각되는 소재임은 분명하지만 유별나게 BMW가 탄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유는 또 있다. 

SGL은 아우구스부르크의 축구장도 소유하고 있다

BMW는 세계 최대 탄소 섬유 제조사인 'SGL Carbon AG'의 지분을 15.7% 소유하고 있다. 그리 많은 비중은 아니지만, 26.8%를 소유한 스키온(SKion)도 살펴봐야 한다. SKion의 소유주는 독일의 '수잔클라텐'으로 BMW의 오너인 콴트(Quandt) 가문의 손녀딸이다.

결국 탄소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SGL은 BMW 가문의 계열 지분이 43%나 되는 계열사인 셈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와 같이 '패밀리' 소유의 계열사 밀어주기를 하는걸로 생각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차세대 자동차의 목표를 세워두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대량 생산 할 수 있는 업체는 없었고, SGL이 아니었다면 BMW가 새 차에 CFRP를 적용하는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소재개발과 자동차 개발이 시너지를 일으킨 상황이다. 

반면 가뜩이나 철강 산업이 어려운 시대에 난데없이 철강회사를 새로 세운 점, 애초부터 예견된 어려움을 겪고, 굳이 이를 밀어주는 경우라면 조금 얘기가 다르다. 미래에 대한 시너지는 커녕 오히려 잘나가는 자동차 회사의 발목까지 잡게 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철학이 자동차 회사의 방향을 가늠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눈앞의 이익을 쫓기보다 거시적인 방향을 잡고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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