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과속 못 잡는 신형 번호판? “저질 불량 제품” vs “국내 환경에서 최선”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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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8 09:00
[MG수첩] 과속 못 잡는 신형 번호판? “저질 불량 제품” vs “국내 환경에서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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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부터 태극무늬와 ‘KOR’ 문자, 위·변조방지 홀로그램이 추가된 8자리 반사필름식 번호판이 도입됐다.

기존 유럽, 미국 등 여러 OECD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반사필름식 번호판은 빛이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되어 다시 광원으로 되돌아가는 ‘재귀 반사’ 원리를 활용한 필름이 부착된다. 이 덕분에 야간 시인성 확보에 유리하며,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지난 2016년 9월,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파란색 필름 번호판을 시험 도입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6월, 전기차 및 수쇼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번호판에 반사필름식 번호판을 전면 도입했고, 올해 7월에는 일반 승용차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반사필름식 번호판 전면 도입 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번호판을 두고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야간 시인성이 부족하다거나, 해외 번호판 대비 반사 성능이 현저히 낮아 도입 효과가 없다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모터그래프 취재팀은 일련의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 낮은 기준에 품질 논란까지?

(상단부터)유럽 기준 번호판과 우리나라 번호판 비교(사진=김은혜 의원실)
(상단부터)유럽 기준 번호판과 우리나라 번호판 비교(사진=김은혜 의원실)

본격적인 논쟁은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번호판이 사실상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의원은 “유럽의 경우 번호판의 반사 휘도는 40cd*이상인 데 반해 우리나라의 기준은 3cd~12cd에 불과하다”면서 “반사 성능이 떨어진 번호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도로에 설치되어 있는 단속 카메라의 성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cd(칸델라, Candela)는 양초(Candle)의 라틴어로, 빛의 밝기를 측정하는 단위. 1cd는 양초 하나 정도의 밝기를 뜻함.

(왼쪽부터) 기존 번호판, 용량 확대 번호판, 재귀반사식 필름 번호판
(왼쪽부터) 기존 번호판, 용량 확대 번호판, 재귀반사식 필름 번호판

이와 더불어 모터그래프는 반사필름 자체에 품질 문제가 있다는 제보도 받았다. 번호판 제조 기계를 생산하는 업체 부사장 김 모 씨는 “경기도 일산 지역에서 M사가 납품한 필름 전량에 불량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M사에서 개선품을 납품했는데, 국토부 검증을 받지 않았다면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 국토부 “우리나라와 유럽은 환경이 다르다”

위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의 번호판 담당 김 모 사무관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담당 사무관은 유럽 기준 대비 우리나라 필름식 번호판의 반사 휘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과 달리 페인트식 기존 번호판과 필름식 신규 번호판이 함께 쓰이는 특수한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과속 단속 카메라의 경우 순간적으로 강한 빛을 쏴서 번호판을 인식하는 방식인데, 유럽 기준에 맞춰진 필름식 번호판의 경우 반사가 심하게 되어 인식이 안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단속 카메라의 빛을 줄인다면 이미 2400만여대가 사용 중인 기존 페인트식 번호판이 어두워서 찍히지 않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3~12cd라는 기준이 어떻게 나온 것이냐는 질문에는 “실험 및 연구를 통해 현재의 단속카메라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단속될 수 있는 3~12cd라는 최적값을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18cd일 때 딱 한 번 단속됐다고 18cd 번호판이 단속된다고 말 할 수는 없다”면서 “어찌 됐건 현재 기준으로도 필름식 번호판이 페인트식 번호판보다 야간 시인성이 훨씬 나은 것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김 사무관은 “단속 카메라 업체들도 필름 번호판 단속이 잘 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필름 제조 업체도 수출용으로는 40cd 이상의 필름을 납품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산 지역 납품 물량의 불량과 관련해서는 “600장 정도가 불량이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납품사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필름 자체 문제가 아닌 롤러 압력이나 열처리 온도 조절 등 번호판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소비자 피해가 없어야 되기 때문에 전량 회수하라고 하려 했는데 이미 전량 회수한 상태였다”면서 “필름 문제였으면 M사가 납품한 18만장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회수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품질 성능 안전 검사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17개 시도에 계속 공문을 보내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새로 도입된 재귀 반사식 필름 번호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국내 여건상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이번에 도입된 재귀 반사식 필름 번호판이 해외에서 사용 중인 것과 비교하면 휘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후속 기사에서는 3~12cd라는 기준이 어떻게 설정된 것인지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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