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임영웅에게 운명을 맡긴(?) 쌍용차의 암담한 현실
  • 전승용
  • 좋아요 0
  • 승인 2020.11.18 18:10
[전승용 칼럼] 임영웅에게 운명을 맡긴(?) 쌍용차의 암담한 현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쌍용차가 회계법인으로부터 3분기 연속 감사의견을 거절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문득 이달 초 쓰다가 중단한 글이 생각나 다시 이어봅니다.

지난 4일이었죠. 쌍용차가 올 뉴 렉스턴 론칭쇼를 가수 임영웅의 신곡 발표회와 함께했습니다. 임영웅은 ‘미스터트롯’에서 우승하며 순식간에 대한민국 최고 인기 가수로 자리를 잡았죠.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론칭쇼에 초대되는 150명의 패널 자리가 단 1분 만에 마감됐다고 합니다. 쌍용차는 올 뉴 렉스턴이 일명 ‘임영웅 코인’을 타고 잘 팔리길 바랐을 겁니다.

임영웅의 힘은 놀라웠습니다. (생방송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론칭쇼에는 3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습니다. 제 기억으로 유튜브를 통해 론칭쇼를 진행한 차종 중 가장 많은 동접자를 기록했을 겁니다(브랜드 채널 기준). 동접자로만 따지면 제네시스 G80과 GV80, 현대차 그랜저와 아반떼, 기아차 K5와 쏘렌토 등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이죠.

그런데 이런 관심이 실질적으로 쌍용차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부정적인 쪽에 더 가까웠죠.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날 모인 많은 사람들은 쌍용차나 올 뉴 렉스턴이 아니라 임영웅을 응원하러 왔기 때문이죠.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창은 임영웅으로 가득 찼습니다. 가끔 쌍용차와 올 뉴 렉스턴을 응원하는 댓글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제 눈에 명확히 보인 것은 ‘임영웅’ 이 세 글자뿐이었습니다. 새 앨범이 대박이라며, 꽃길만 걸으라고요. 옆자리에 있는 후배 기자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유튜브에 이렇게 많은 (어르신으로 추정되는)실명 댓글이 달리는 것은 처음 봤다고. 

론칭쇼 중 레이서 서주원이 올 뉴 렉스턴의 신기술을 설명할 때도, 김병지 선수가 올 뉴 렉스턴을 타며 시승 소감을 말할 때도 댓글창은 대부분 임영웅을 응원하는 글로 채워졌습니다. 올 뉴 렉스턴 출시회가 아니라 사실상 임영웅의 신곡 발표회, 또는 임영웅 팬클럽 모임이었죠. 

뭐, 쌍용차는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누가 봐도 임영웅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대한민국 1%’를 누렸던 역사, 이름에서 G4를 떼고 다시 시작하는 이유, 새롭게 들어간 주행 기술과 첨단 사양 등 렉스턴의 본질은 론칭쇼를 보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임영웅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임영웅에게 회사의 운명을 맡긴 듯한 쌍용차의 모습에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죠. 마치 올 뉴 렉스턴의 성공이 임영웅 한 명에게 달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임영웅의 팬덤에 의존하는 듯한 마케팅도 적당한 수준에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쌍용차는 임영웅을 내세운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지난달 19일 사전 계약에 들어간 올 뉴 렉스턴은 한 달 만에 약 5~6000대 계약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이 모든게 다 임영웅 때문은 아니겠지만, 아마 다음 달에는 '임영웅이 살린 렉스턴'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올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올 뉴 렉스턴이 계속 잘 팔릴지는 모릅니다(물론 잘 팔리길 바랍니다). 아마 최소한 반년 정도는 기다려야 제대로 된 결과를 알 수 있을 텐데요. 확실한건 지금처럼 임영웅에게만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겁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지속 가능한 판매를 위해서는 제품력이 우선입니다. 자동차의 본질이 더 중요합니다. 임영웅을 통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제부터는 올 뉴 렉스턴이 이전 모델보다 무엇이 더 좋아졌는지, 경쟁 모델보다 우수한 점은 무엇인지, 이 차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은 무엇인지를 소비자에게 지속적이고 집요하게 알려야 합니다. 

현재의 쌍용차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듭니다. 앞서 말했듯 회계법인으로부터 3분기 연속 감사의견을 거절당해 상장 폐지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담당 회계법인은 “보고 기간 종료일 현재 3062억1600만원의 영업손실과 3042억3900만원의 분기 순손실이 발생했으며, 회사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5206억2900만원 초과하고 있다”면서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제기된다”며 감사의견 거절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올해 연간 보고서에서도 ‘의견 거절’을 받을 경우 상장 폐지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겁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8조에 의하면, 최근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이거나 의견 거절인 경우 거래소가 상장 폐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쌍용차는 지난 8월 한국거래소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주식 거래가 5일간 정지된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09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11년 만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것인데요.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지 그 심경이 짐작조차 되지 않지만, 그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고 본질에 충실해야 합니다. 지금 쌍용차에게 필요한 것은 멋진 포장지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입니다. 쌍용차를 응원하는 소비자들이 이렇게도 많은데, 왜 판매량은 늘지 않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은 차,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차를 만드는데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임영웅이 아니라 쌍용차 그 자체로 빛나는 시대가 오기를 기원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