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코리아는 올 한 해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1만대 판매 달성을 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 판매 실적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고, 사장은 직장 내 성추행 및 가혹행위 의혹이 제기돼 불명예 퇴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이크 아우만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지난 7년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FCA의 세일즈·마케팅 업무를 수행했고, 최근까지 알파로메오의 중국 사업을 총괄해온 아시아 지역 세일즈 전문가다.

아우만 사장은 내년 공격적인 행보로 분위기 반등을 예고했다. 브랜드 출범 8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한정판 모델과 전동화 라인업 4xe를 순차적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1만대 클럽’ 재진입을 노리는 한편, 서비스 품질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FCA코리아 제이크 아우만 사장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지난 3개월간 지켜본 한국 시장은 어떠한가.

A. 유튜브를 보면, 지프를 타고 캠핑이나 하이킹을 즐기는 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 고객들은 지프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정말 잘 알고 있다고 느꼈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개인의 정체성과 개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 착안하고, 한국 고객들만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Q. 부임 이후 중점을 두고 있는 전략이 있다면.

A. 한국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프 브랜드에 믿음을 주고 있고, 그에  제품을 소개하려 한다. 다른 시장에서 통했던 모델을 들여오기보다는 한국 고객들의 니즈에 꼭 맞는 제품을  목표다. 한국 시장에 맞춤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한국 고객만을 위한 브랜드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최고의 세일즈 및 서비스도 중요한 목표다.

Q. 전임 사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임했는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부임을 하기 전, FCA의 기업 문화와 맞지 않은 부적절한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공평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개방된 자세로 소통하고 있다. 세일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개방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할 계획이다.

Q. 2019년과 달리 올해에는 1만대 판매 달성이 어려워보인다.

A. 오랜 기간 세일즈를 담당해왔고, 스스로를 타고난 세일즈맨이라고 자부한다. 2021년에는 재정비를 통해 다시 1만대 클럽에 재합류하고자 한다.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고객들에게는 과거엔 없던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Q. 지프같은 개성 강한 브랜드는 꾸준한 판매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A. 편견이다. 올해 선보인 글래디에이터는 초도 물량이 2주 만에 소진됐고, 내년에 인도될 추가 계약도 마쳤다. 지프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애정이 깊다는 증거다. 이렇듯 한국의 고객들이 기대하고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게 된다면, 매년 1만대 판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성장을 위해선 서비스네트워크 확장도 필수적인데, 이에 관한 계획은.

A. 서비스센터 대기 시간이 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당장 올해에 서비스센터 1곳을 추가 개소하고, 2021년에도 서비스 네트워크 재정비와 확충을 추진할 계획이다. 24시간 상시 케어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론칭도 계획하고 있으며,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딜러 네트워크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Q. 신차 출시 계획을 포함한 새해 사업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가.

A. 내년은 지프 브랜드 출범 80주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해 내년 초부터 다양한 한정판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며, 랭글러 4xe를 시작으로 다양한 전동화 라인업도 투입할 계획이다. 2021년은 지프에게 있어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Q. 전동화 모델 투입이 이어진다면, 충전 인프라 구축도 중요할텐데.

A. 공감한다.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한국의 로컬 기업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세일즈와 서비스 부문 직원들을 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Q. 한국은 외국계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와 관련한 계획이 있는지.

A.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공헌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2021년부터 관련된 계획을 한층 강화할 계획인데, 단순한 기부금 전달 차원을 넘어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공감을 형성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Q. FCA의 전동화 추진이 활발하다. 향후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다시 진출할 가능성은.

A. 한국의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장은 지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선순위다. 랭글러 4xe 이후 컴패스와 레니게이드의 전동화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알파로메오 등은 고객의 니즈가 있다면 도입을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지프에 주력할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Q. FCA와 PSA의 합병이 성사됐다.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A. 새로운 로고와 그룹명이 공개됐고, 향후 그룹 차원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 지금으로서 말해줄 수 있는건 2021년에 합병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점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어떤 경험을 해나가고 싶은지 말해달라.

A. 지난 8월 가족과 함께 입국했고, 한국 정부의 배려로 자가격리를 잘 마쳤다. 재임 동안 한국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멋진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편인데, 날씨가 따듯해지고 여건이 좋아진다면 가족들과 캠핑을 다닐 계획이다. 한우를 정말 좋아하는데, 다른 한국 음식도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김치는 익숙해지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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