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링컨 에비에이터 PHEV, 혼자 알기엔 아까운 ‘아메리칸 럭셔리’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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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30 16:18
[시승기] 링컨 에비에이터 PHEV, 혼자 알기엔 아까운 ‘아메리칸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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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에비에이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 지난달 국내 출시됐다. 치열한 대형 럭셔리 SUV 시장에서 아메리칸 럭셔리를 앞세운 에비에이터를 만나봤다. 

현대차-제네시스, 토요타-렉서스, 닛산-인피니티의 관계처럼 포드와 링컨도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에비에이터는 익스플로러와 동일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고급'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두 달 전 시승한 익스플로러 PHEV에 비해 확실히 더 비싼 소재를 썼고, 마감도 꼼꼼히 했다. 곳곳에 적용된 첨단 기술과 편의 사양도 훨씬 다양하다. 

링컨 브랜드는 각 차량의 개성을 살리기보다 브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럭셔리함을 강조한다. 에비에이터는 항공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라고 알려졌지만, 직접 마주한 차량은 항공기보다는 커다란 요트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각지고 당당한 외관을 뽐내던 익스플로러와 달리 에비에이터는 둥글둥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풍긴다. 앞쪽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릴 크기를 한없이 키우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작지만 섬세한 디자인을 갖췄다. 촘촘한 패턴은 세로로 긴 링컨 로고와 잘 어우러진다. PHEV 모델임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브랜드 엠블럼 안쪽은 푸른 빛으로 물들어있다. 헤드램프가 작동하면 엠블럼도 하얗게 빛난다.

측면에서도 유려한 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각지고 쭉 뻗은 느낌의 익스플로러와 달리 에비에이터는 앞 유리에서 지붕을 거쳐 트렁크까지 부드럽게 이어져 있다. 휠베이스는 3025mm로 익스플로러와 동일하지만, 전장이 15mm가 더 길다. 앞쪽 오버행이 짧아진 반면 뒤쪽 오버행은 더 길어졌다. 마치 물 위를 흘르는 요트와 같다.

안쪽으로 오목하게 파여진 휠은 입체적인 패턴 때문에 더욱 커 보인다. 익스플로러 PHEV와 마찬가지로 21인치 휠이지만, 더 얇고 넓은 275/45 사이즈 타이어가 적용됐다.

뒷면은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와 크롬 장식 덕분에 넓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디테일을 살린 램프 내부 그래픽 덕분에 단조롭지 않고 고급스럽다.

에비에이터는 차량에 오르는 순간부터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전한다. 키를 소지한 채 차량에 접근하면 에어 서스펜션이 미리 차체를 낮춰 오르기 쉽게 높이를 맞춰준다. 전자식 도어 캐치가 적용되어 손잡이 안쪽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문이 열린다. 곳곳에 가죽을 아끼지 않았고, 센터 콘솔은 나뭇결로 장식했다. 우드 장식과 다이얼 조합이 마치 고가의 오디오 장비처럼 품격있다. 다이얼 상단에는 기어 변속 버튼이 피아노 건반처럼 놓여 있다. 이 버튼은 보기에 예쁠 뿐더러 누르는 느낌도 훌륭하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익스플로러와 달리 대시보드 상단에 자연스럽게 얹어있다.

물론, 내용물은 익스플로러와 동일하다. 자체 내비게이션을 탑재하지 않은 대신 링컨코리아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이식해 스마트폰처럼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설치된 내비게이션 앱은 아틀란과 T맵이다. 이와 별도로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활용할 수 있다.

부드러운 촉감의 가죽 시트는 높낮이를 비롯해 등받이, 머리받침, 허벅지 받침까지 전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 허벅지 받침이 두 개로 나뉘어 좌·우를 각각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대형 SUV답게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전동으로 접었다 펼 수 있는 3열 시트와 3:2:3 비율로 접을 수 있는 2열 시트의 조합으로 최대 적재 용량은 2200L에 달한다. 익스플로러 대비 280L정도 작지만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넓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3열은 좁다. 2열 시트를 좁게 당겨도 3열은 성인이 앉기에는 불편하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브레이크에 발을 얹고 시동 버튼을 누르자 아무 소리 없이 차량이 깨어난다. 에비에이터 PHEV는 익스플로러와 동일한 3.0L V6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조합된다. 가솔린 엔진이 405마력을 발휘하고 전기 모터가 100마력(75kW)을 보태준다.

‘순수 EV’, ‘보존 EV(충전)’, ‘떨림(스포츠)’, ‘안정(컴포트)’, ‘일반(노멀)’, ‘미끄러움’, ‘깊은 도로 조건(오프로드)’ 등 여섯 가지 주행 모드가 제공된다. 다소 우스운 번역체는 익스플로러와 다를 바 없다.

브랜드 콘셉트 ‘고요한 비행(Quiet Flight)’에 걸맞게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에비에이터는 바다를 가르는 육중한 범선처럼 조용하게 나아간다. 1·2열에 모두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되어 노면 소음도 상당히 억제됐다. 전기 모터만으로 90km/h 이상까지 가속할 수 있고 풍절음도 들리지 않아 뒷좌석 탑승객이라면 속도를 체감하기 어렵다. 

고요한 실내에 더해진 레벨 울티마 3D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이 발군이다. 선명한 고음과 단단한 저음이 조화를 이루며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가속 페달을 보다 깊게 밟으면 그제야 V6 엔진의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파워트레인을 공유한 만큼 가속감이나 엔진 소리는 익스플로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시동이 꺼지지 않고 전기 모터와 가솔린 엔진이 동시에 힘을 발휘해 덩치에 걸맞지 않은 민첩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서스펜션도 단단해지며 완전히 다른 차처럼 느껴진다. 트윈 터보 덕에 터보렉도 느껴지지 않는다.

익스플로러와 에비에이터의 결정적인 차이는 에어 서스펜션이다. 에비에이터에 탑재된 에어글라이드 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에서는 부드럽게 충격을 줄여주고, 급격한 코너에서는 든든하게 차체를 받쳐준다. 드라이브 모드 및 속도에 따라 차량 높낮이를 자동으로 조절해 최적의 높이를 찾아준다. 

출발할 때 배터리 잔량은 98%, 전기만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29km이다. 첫 번째 경유지까지 약 36.6km를 달린 뒤 살펴보니 순수하게 전기 모터로 달린 거리는 29km였고, 기록한 연비는 47.0km/L다. 두 번째 경유지에서는 주행거리 54km, 전기 주행거리 31km, 연비는 18.9km/L다. 표시 연비 12.7km/L보다 우수한 실연비를 보였지만, 시승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비는 떨어졌다.

이날 총 78.6km를 주행했고 최총 연비는 11.9km/L를 기록했다. 전기만으로 주행한 거리는 31.3km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장점은 배터리 충전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짧은 거리를 자주 왕복할 때 극대화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9850만원의 가격만 본다면, 제네시스 GV80부터 BMW X5까지 많은 대안이 떠오른다. 다만, 고급스러운 실내와 넉넉한 공간, 풍부한 옵션, 500마력이 넘는 뛰어난 운동 성능, 그리고 PHEV 효율성까지 모두 갖춘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다. 치열한 럭셔리 SUV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아메리칸 럭셔리 링컨 에비에이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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