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복잡할 순 없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총정리…정의선 회장의 선택은?
  • 신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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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19 18:14
‘이보다 복잡할 순 없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총정리…정의선 회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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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총수 자리에 올랐다. 다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커다란 느낌표와 함께 작은 물음표도 공존한다. 아직까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그룹 핵심계열사에 대한 지분이 미미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출자구조) 개편 작업과 함께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에도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정 회장의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과 그에 따른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얽히고 설킨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이미지=공정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2019년 9월 발표자료)
얽히고 설킨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이미지=공정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2019년 9월 발표자료)

# 10대 재벌 중 유일한 순환출자…‘대우’처럼 한방에 무너질라

정의선 회장이 가진 여러 선택지를 살펴보기에 앞서 현재 상황부터 짚어보자. 우선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했다. 순환출자란 ‘A→B→C→A’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열사끼리 주식을 보유하는 구조다. 법에서 금지한 상호출자를 피하면서도 쉽게 계열사를 늘릴 수 있다.

순환출차의 문제점은 대주주가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권을 행사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순환출자 고리에 엮인 다른 계열사까지 연달아 무너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외환위기 당시 쓰러진 대우그룹의 연쇄 부도가 그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그룹은 4개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각 고리는 ‘기아차→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등이다. 2015년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2개가 끊어졌지만, 남은 고리 간 결속력은 더 강해졌다.

현대차그룹은 10대 재벌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다. 그것도 4개나 있다.
현대차그룹은 10대 재벌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다. 그것도 4개나 있다.

# 정의선, 이재용과 다른 길?…주주 역풍 맞고 1차 시도 실패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당초 가장 유력한 방안은 ‘지주사 체제’였다. 현대차·기아차·모비스 등 핵심계열사 3곳을 각각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뒤, 투자 부문만 모아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이다.

시장의 예측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모비스를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사업 지배회사 체제’를 택한다. 구체적으로 모비스의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부(존속법인)와 A/S 부품 및 모듈 사업부(분할법인)를 나눈다. 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삼고, 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를 0.61대 1 비율로 합병한다. 모비스의 각 법인 분할 비율은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0.79(존속)대 0.21(분할)로 정해졌다. 

하지만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필두로 ISS, 글라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자문사와 기관투자자들이 반대하고 나선다. 구체적으로 분할·합병 비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A/S 부품·모듈 사업은 미래 성장 가치는 제한적이지만, 모비스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짜 사업이다. 수익성이 아닌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지나치게 저평가됐다.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글로비스 대주주인 총수 일가에게는 유리하지만, 모비스 주주 입장에서는 불리한 비율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주주총회를 취소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잠정 중단한다. 앞서 2015년 글로비스 블록딜 무산에 이어 또 한 번 자본시장에서 쓴맛을 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체제(좌)와 사업 지배회사 체제(우) 중 사업 지배회사 방식을 선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체제(좌)와 사업 지배회사 체제(우) 중 사업 지배회사 방식을 선택했다.

# 플랜A. 핵심은 글로비스…“몸값을 높여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핵심 계열사 지분이 미미한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이는 법정 시비로 쉽게 불거질 수 있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삼성그룹의 선례를 본 현대차그룹으로선 그 행보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골자는 모비스를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사업 지배회사 체제다. 물론, 2년 전 실패를 경험 삼아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지주사 체제에서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포기해야 한다(금산분리 원칙). 기존의 큰 틀 안에서 모비스 분할 및 글로비스 합병 비율을 재산정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정의선 회장은 기아차·현대제철·글로비스 등이 가진 모비스 존속법인의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다. 현재 각 사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은 기아차 17.28%, 현대제철 5.72%, 글로비스 0.69% 등이다.

정 회장은 글로비스 합병법인의 지분을 기아차에 매각해 필요한 자금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결국, 모비스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비스 가치를 높여야 한다.

# 플랜B. 차리리 글로비스를 지배회사로?

일각에서는 모비스가 아닌 글로비스를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시나리오도 언급한다. 

글로비스가 자동차 반조립(CKD) 사업부를 기아차에 넘기고, 그 대가로 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다. 글로비스의 글로벌 CKD 부문 사업가치는 4조원대로 평가된다. 기아차가 가진 모비스 지분을 넘겨받기에는 충분하다.

이 경우 ‘글로비스→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지배구조가 성립된다. 더욱이 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23.29%)이 최대주주일 뿐만 아니라 정몽구 명예회장(6.71%)과 현대차정몽구재단(4.46%)까지 지분이 있다. 주주총회에 대한 부담도 낮다.

그러나 이 방안은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공정경제 3법’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고민이다.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총수를 지정하고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 내부거래 등을 감시한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5월 현대차그룹 총수(동일인)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교체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인 곳(상장·비상장)은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총수 일가 지분 요건이 강화되면,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야만 한다. 지분율을 낮추지 못할 경우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모를 줄여야 하지만, 자동차 및 부품 유통이 주업인 글로비스 사업 구조에서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일 브레머하펜항에 기항한 현대글로비스 크라운호.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23.29%)이 최대주주다.(사진=현대차그룹)
독일 브레머하펜항에 기항한 현대글로비스 크라운호.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23.29%)이 최대주주다.(사진=현대차그룹)

# ‘돈주머니’ 현대오토에버, 팔기는 아쉬운데 글로비스랑 합칠까?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정의선 회장의 최종 목표는 모비스다. 그 과정에 글로비스는 지렛대,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니어링은 받침돌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현대오토에버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커넥티드·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맡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대주주였던 회사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단행한다. 정 회장은 당시 보유 지분 절반(지분율 19.47%→9.57%)을 처분해 965억여원을 확보했다.

정 회장은 남은 오토에버 지분 9.57%를 매각한 후, 그 돈으로 모비스 주식을 살 전망이다. 다만, 오토에버의 시가총액(1조4700억원)과 모비스의 시가총액(22조2900억원)을 고려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또 다른 방안으로 글로비스와 오토에버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양사 합병으로 글로비스 가치를 높인 후, 이어질 모비스와의 분할·합병에서 조금 더 유리한 주식 교환 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글로비스와 오토에버의 지분이 높은 정의선 회장이 모비스 주식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역시 주총에서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위험이 존재한다.

오토에버가 특허를 보유한 스마트 디지털 키. 정의선 회장이 대주주였던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단행했다.(사진=현대차)
오토에버가 특허를 보유한 스마트 디지털 키. 정의선 회장이 대주주였던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단행했다.(사진=현대차)

# 현대엔지니어링, 불경기에도 일단 상장 추진…단독이냐, 우회냐?

현대차그룹에서 건설업을 대표하는 회사는 현대건설이다. 다만,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더 중요하다.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201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후,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한다. 합병 당시 현대엠코는 정의선 회장이 25.06%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였고, 글로비스(24.96%)와 기아차(19.99%), 모비스(19.99%) 그리고 정몽구 명예회장(10.0%) 등이 지분을 보유했다. 해당 합병을 통해 정의선 회장은 현대엠코 지분 25.06%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로 바꾼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과거 현대건설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보조하거나 설계 및 플랜트 부문으로 사업영역이 제한됐었다. 하지만 현대엠코와의 합병 이후 일반·산업 건축부터 유지·관리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빠르게 성장한다.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먼저 IPO 가능성이 언급된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외형에서는 현대건설과 비교할 수 없지만, 영업이익률이나 수익성 항목은 더 실속있다. 실제로 현대건설 시가총액은 3조3570억원이지만,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은 5조7340억원이다. 앞서 오토에버처럼 상장 과정에서 지분을 팔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다른 방안은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시공능력 2위와 7위의 건설회사 간 합병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 

이외 현대엔지니어링과 플랜트 사업 영역을 공유하는 현대로템도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 내 중복 사업 재편을 겸한다. 

현대엔지니어링 다음 행보는 어떤 방식이든 이른 시일 내 정해질 전망이다. 현대차 재경본부장 출신 도신규 전무가 지난해 말 현대엔지니어링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재경본부장으로 선임됐다. 도 전무는 현대차에서 재무관리실장, 재경본부장 등을 거쳐 기획조정1실장을 맡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현대엔지니어링 투르크메니스탄 화공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현대엠코와 합병(2014년) 이후 빠르게 성장한다.(사진=현대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 투르크메니스탄 화공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현대엠코와 합병(2014년) 이후 빠르게 성장한다.(사진=현대차그룹)

# 비핵심 계열사, 회장 지분 중심으로 ‘헤쳐모여’ 

현대차그룹은 비핵심 계열사 정리 작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중복된 사업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조금씩 해소하는 모양새다. 그와 동시에 정의선 회장이 가진 주식가치도 극대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현대트랜시스다. 작년 1월 그룹 내 파워트레인(변속기) 부문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이 현대트랜시스로 합쳐졌다. 트랜시스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 외에도 현대위아가 대주주로 있다. 

시가총액 1조1000억원을 넘긴 현대위아는 정의선 회장이 1.95% 지분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정주영·정몽구 명예회장을 오래 동안 보좌해온 김경배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경배 사장은 앞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글로비스를 맡아 회사 덩치를 크게 불렸다. 오너가(家) 3대를 보좌한 김경배 사장이 부임한 이후 현대위아도 그 중요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좌)과 정몽구 명예회장(우).
정의선 회장(좌)과 정몽구 명예회장(우).

# 현대차정몽구재단, 든든한 백기사로 키우나?

현대차정몽구재단(前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의 존재도 눈에 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현재 글로비스 지분 4.46% 이노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비스 지분의 중요성은 앞서 수차례 언급됐다.

글로비스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재단의 가치는 높다. 상속·증여세는 대주주의 경영권 할증(프리미엄)이 더해질 경우 최대 65%까지 부과된다. 하지만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하면 지분율 5%(성실공익법인 10%)에 대해 상속·증여세가 면제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가진 주요 계열사 지분(현대차 5.33%, 모비스 7.13%, 현대제철 11.81%, 글로비스 6.71%, 현대엔지니어링 4.68%)은 4조원이 넘는다. 이 중 일부를 재단에 기부한다면, 상속·증여세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향후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는 든든한 백기사로 활동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외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정의선 회장이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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