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취임, 얽히고 설킨 ‘지배구조’ 실타래 어떻게 풀까?
  • 신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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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14 11:42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취임, 얽히고 설킨 ‘지배구조’ 실타래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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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이 2000년 현대차그룹 회장직에 오른 지 20년 만이다. 현재 와병 중인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된다.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 체제는 이미 2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정의선 회장은 앞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핵심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직을 맡았고, 올해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경영 승계에 속도를 높였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과 공식 석상에서 자리를 가지며, 사실상 그룹 안팎에서 총수로서 행보를 이어왔다.

정 회장은 2년의 짧은 기간 동안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을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그룹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눈앞에 가장 높은 산은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순환출자 구조를 깨지 못했다. 더군다나 정의선 회장은 그룹 핵심인 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현대모비스의 지분이 미미하다.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등으로 정몽구 명예회장이 가진 지분을 물려받아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불투명하다. 최근 2년간 그가 보인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리는 쉽게 흔들릴 수 있겠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의 A/S 부품 및 모듈 사업부를 인적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건을 추진했다. 더불어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그리고 계열사 간 지분 정리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 했다.

그러나 당시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필두로 ISS와 글라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자문사들이 분할합병안에 반대 의견을 권고하며 개편안은 무산됐다. 주된 이유는 합병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것.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대 1이었다.

이후 차일피일 미뤄지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최근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을 일컫는 ‘공정경제 3법’이 국회에서 논의됨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다시 불이 붙은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선언한 정의선 회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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