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현대모터스튜디오…멋지지만, 2% 아쉬워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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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16 18:51
[현장을 가다] 현대모터스튜디오…멋지지만, 2%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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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조건 칭찬해줘야해' 현대차가 최초로 만든 브랜드 체험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시도 자체에 우선 박수를 쳐야겠다. 

그럼에도 전시장을 둘러볼수록 아쉬움은 남았다. BMW 벨트나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현대차 스튜디오인지 현대제철 스튜디오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과도한 철제 인테리어,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기 보단 주제 없이 판매에 급급한 전시 구성 등은 실망스러웠다. 

▲ 강남 도산대로사거리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현대차는 지난 9일, 강남 한복판인 도산대로에 현대모터스튜디오를 개장했다. 현대차는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는 전시장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이 반영된 예술작품, 독자적인 콘텐트, 자동차 전문 도서관 등을 통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3~5층 창가에 9대나 전시된 제네시스. 안전을 이유로 평소에는 회전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 건물. 3~5층 창가에는 제네시스가 매달려있다. 새로운 시도에 처음엔 신기한 마음도 들었지만, 한두대도 아니고 9대가 똑같이 고정돼 있어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무의미한 전시보다 차라리 새롭게 개발한 엔진, 변속기, 섀시 등 현대차의 기술력을 나타낼 수 있는 전시를 해줬으면 좋았겠다.

▲ 건드리지 마라!

실내에 들어서면 철을 이용해 만든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물 내부를 온통 철파이프로 뒤덮어 눈이 어지럽다. 현대차 스튜디오를 철로 꾸민 것이 아니라 현대제철 스튜디오에 현대차를 가져다 놓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 현대모터스튜디오 실내는 온통 현대제철로 가득 채워져 있다. 현대차 스튜디오인지, 현대제철 스튜디오인지 헷갈린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지향하는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제조사들은 알루미늄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경량화 신소재를 내놓으며 자랑한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철강회사 조강량이 포스코도 추월한 시점에 철강 생산량을 늘리는 회사도 없지만, 아직까지도 철을 전면에 내세우는 자동차 회사도 현대차가 유일한 것 같다. 

전시관 1층에는 UVA라는 영국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 제작했다는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현대차의 브랜드 방향성인 '모던 프리미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 현대모터스튜디오 1층. 영국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UVA가 제작했다는 조형물.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미술품에 대해선 평가 할 안목이 없지만 왜 이곳에 비싼 돈 내고 남의 작품을 전시 해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현대차에 대해선 전시 할게 그렇게 없었을까. 현대차는 향후 이곳에 지속적으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 '작품'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 2층 자동차 전문 도서관. 2500여권의 책이 있다는데, 좀더 깔끔하게 전시할 필요가 있다
▲ 현대차 포니 모형과 안내 책자가 있다

2층에는 대여섯평 규모의 자동차 전문 도서관(?)과 휴식 공간인 카페가 마련됐다. 현대차를 비롯해 다양한 자동차 관련 서적 2500여권 갖춰져 있다고 한다. 책과 다양한 자동차 모형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수선했다. 수백만원짜리 희귀본이라고 자랑하는 책도 있었다. 이 비싼 책들을 언제고 마음대로 가져다 읽으면 된다고 했다. 수백만원짜리 책이 찢어져도 어찌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서관 한편에는 영화속 자동차, 친환경차, WRC 등 6개의 '테마존'이라고 불리는 선반이 있다. 그저 가정집 티테이블 같은데다 '테마존'이라 이름을 붙인 용기가 가상하다. 

3층에서 5층까지는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각 층은 프리미엄, 키즈(kids), 튜익스 등을 주제로 구성됐는데, 기대보다 더 볼거리가 없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볼 수 있는 옛 모델이나, 미래를 예측 할 콘셉트카 등이 전시되는건 아니었고, 그저 현재 판매되는 인기 모델들이 나열돼 있었다.

무엇보다 정해진 주제가 있는게 아니라 갖고 있는걸 백화점식으로 깔아놓다보니 영업소 지점과 별반 차이가 없다. 

▲ 3층 튜익스 라운지. i30, i40, 벨로스터 등 PYL 모델과 튜익스 패키지, i20 WRC카 등이 전시됐다

그나마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은 튜익스 라운지인 5층이다. 이곳에는 i30, i40, 벨로스터 등 PYL 모델과 튜익스 패키지, i20 WRC카 등이 전시됐다. 튜익스 코너에는 휠, 머플러, 브레이크, 쇽업쇼버, 코일스프링 등 다양한 튜익스 용품들이 있는데,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듯했다.

▲ 현대차 i20 WRC카
▲ 현대차 i20 WRC카에 직접 타 볼 수도 있다. 현대차가 웬일인가

5층 전시장 한편에는 i20 WRC카가 전시됐다. '현대차라면 구경만 시켜주겠지…'라는 예상과 달리 직접 차량에 탑승해 핸들과 변속기, 사이드 브레이크 등을 조작해볼 수 있도록 했다. i20 WRC카는 파워트레인을 제외하고 실제 차량과 동일하게 만들어졌다. 

▲ 4층 키즈 라운지.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등이 전시됐다
▲ 현대차 에쿠스 바이 에르메스, 직접 타 볼 수는 없다

4층은 아반떼와 쏘나타, 싼타페 등이 전시됐다. 키즈 라운지인 만큼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이 마련됐다. 프리미엄 라운지인 5층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에쿠스 등이 전시됐다. 또, 차량에 적용되는 안전벨트를 비롯해 도장, 시트, 우드트림 등을 매치해 볼 수 있게 했다. 3대만 한정 생산된 '에쿠스 by 에르메스'도 전시됐는데, 세계에 단 3대 밖에 없는 희귀 모델인데다가 시트가 너무 얇아 직접 타보지는 못했다.

▲ 3층 프리미엄 라운지. 차량에 적용되는 안전벨트를 비롯해 도장, 시트, 우드트림 등을 볼 수 있다
▲ 철파이프로 만든 자동차 모형.

기대가 컸던 탓일까. 등 떠밀려 억지로 만든 느낌도 들었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시켜 자연스럽게 차를 구입하게 만드는 공간이되진 못했다. 하지만 이제 현대차의 위상만큼 높아진 소비자들의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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