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S8, 슈트 걸친 짐승남 ‘심멎주의’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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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30 09:00
[시승기] 아우디 S8, 슈트 걸친 짐승남 ‘심멎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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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한 없이 차분한 아우디 S8을 만났다.

아우디 S 라인업은 ‘최고의 성능(Sovereign Performance)’을 의미한다. S시리즈의 정점인 S8은 BMW M760 Li, 메르세데스-AMG S63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풀 네임은 ‘S8 L TFSI’다. 긴 휠베이스의 A8 L 모델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가솔린 모델이다. 전장 5310mm, 전폭 1945mm, 전고 1495mm의 크기를 갖췄다. 롱 바디 모델답게 휠베이스는 3128mm에 달한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허리가 길어 실내 공간 및 승차감 확보에 유리하다.

얼핏 A8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세히 살펴보면, 블랙 컬러로 마감된 프론트 범퍼와 무광 실버 사이드미러, 레드 브레이크 캘리퍼와 쿼드 머플러팁 등이 고성능을 암시한다.

‘조명 장인’ 아우디답게 램프류에 많은 공을 들였다. 리모컨으로 문을 여닫을 때 화려한 세리모니를 펼친다. 리어램프에는 값비싼 OLED 소재를 적용했다. 순차점등이 이뤄지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은 기본이다.

21인치 거대한 휠에는 굳이어 이글 F1 타이어가 적용됐다. 사이즈는 앞·뒤 동일하게 265/35R21이다.

인테리어 구성도 A8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곳곳에 가죽이 아닌 카본 소재를 적용했고, 스포츠 컴포트 시트와 S 엠블럼, 전용 스티칭 및 알루미늄 마감 패들 시프터 등이 남다른 차이를 보여준다.

시동을 켜면 대시보드 좌우 끝에 위치한 트위터가 스르륵 올라온다. 23채널 뱅앤올룹슨 오디오가 운전자를 반겨준다. 이어 실내 온도를 설정하면 숨어있던 에어벤트도 모습을 드러낸다. 시동만 켰음에도 남다른 품격이 묻어난다.

다만, 격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바로 가속페달이다. 고급차의 상징과도 같은 오르간형 페달이 아닌, 일반 차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스펜디드형 페달이 적용됐다. 오르간형 페달은 한층 미세한 조작이 가능하며 장시간 운행 시 발목에 가해지는 피로가 상대적으로 적다. 경쟁 모델인 S클래스와 7시리즈 모두 오르간 페달을 적용한 반면, S8의 서스펜디드형 페달은 감성과 성능 모두 아쉬움이 느껴진다.

4개 각 좌석에는 열선 및 통풍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포함된 전동 시트가 탑재됐다. 플래그십 세단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뒷좌석에는 차량 데이터 및 내비게이션 기능 액세스를 지원하는 모니터가 달렸다. 이를 떼어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롱 바디 모델인만큼 뒷좌석 공간도 광활하다. 오너드리븐인 동시에 쇼퍼 드리븐 성향을 갖췄다. 트렁크 적재용량은 505리터로 골프백 두 세트는 거뜬하다.

S 배지에 걸맞게 달리기 실력이야 두 말하면 입 아프다. S8의 심장은 형제 브랜드인 포르쉐가 만든다. 4.0리터 V8 TFSI 엔진은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81.58kgf·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숫자만으로 운전자를 압도한다.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영락 없는 고급 세단이다. ‘그르렁’이는 8기통 엔진음만이 고요한 실내를 가볍게 울릴 뿐이다. 자극적이거나 거슬리지 않는다. 배기음은 훌륭한 방음 덕에 가볍게 묻힌 모양새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571마력이란 수치를 상상할 수 없다.

점잖은 분위기는 고속에서도 마찬가지다. 100km/h에서 엔진회전수는 1500rpm에 머문다. 8단 기어는 고속 크루징에 최적화됐다. 이때 순간연비는 15km/h를 웃돈다.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 8기통 중 절반을 꺼 연료 소모를 줄여준다.

얌전한 모습도 잠시,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S8의 성격은 180° 돌변한다.

기본 탑재된 론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3.9초 만에 주파한다. 시야가 좁아지며 순식간에 규정속도에 다다른다. 앞서 천천히 쌓아놓은 평균연비는 금세 무너졌지만, 짜릿한 퍼포먼스를 경험한 뒤로 연비 생각은 이내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A8과 동일하다. 이전 세대 S8은 별도 ‘플러스’ 모델을 통해 305km/h까지 허용했지만, 신차는 남아도는 힘을 족쇄로 채워놓고 있다.

에어 서스펜션은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열일’한다. 정지 상태에서 도어를 열면 차량이 불쑥 솟아오르며 타고 내리기 편한 위치로 맞춰준다.
에어 서스펜션은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열일’한다. 정지 상태에서 도어를 열면 차량이 불쑥 솟아오르며 타고 내리기 편한 위치로 맞춰준다.

차체가 길면 좌·우 움직임이 둔해지기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8에는 ‘다이내믹 올 휠 스티어링 시스템’이 탑재됐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뒷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회전 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뒷바퀴를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며 보다 날카로운 코너링을 돕는다.

서스펜션 세팅은 차량 성격을 생각하면 꽤 부드럽다. 적당한 단단함에 고급진 승차감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언제나 환영이다. 노면 충격을 고급스럽게 흡수한다. 화룡정점은 액티브 서스펜션 기능이다. 전면 카메라로 노면 상황을 읽고 그에 맞게 각 서스펜션 감도를 조절한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고를 미리 올린 뒤 넘어가는 순간에 차고를 낮춰 충격을 최소화한다. 흡사 고급 이어폰에 적용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떠오르는 승차감이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다양한 주행 보조 시스템도 갖췄다. 차간 조절 및 차선 안내 지원 기능을 모두 갖춘 어댑티브 크루즈 어시스트 시스템은 막히는 도심부터 고속도로, 어디서든 도움을 준다.

부드러울 때는 한 없이 부드러운 플래그십 세단이지만, 달리고 싶을 때는 슈퍼카 못지 않은 파워를 자랑하며 달려나간다. ‘운전의 맛’을 중요시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고배기량 퍼포먼스 세단은 단비 같은 존재다. 아우디 S8 L TFSI 가격은 2억500만원이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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