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온고지신의 자세’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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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4 16:38
[시승기]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온고지신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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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역사를 자랑하는 랜드로버 디펜더가 최첨단 기술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1950년 출시된 디펜더는 정글과 사막 같은 험로에서 다양한 특수목적 차량으로 사용되며 정통 오프로더 이미지를 구축했다. 타고난 험로 주파 능력과 다목적성을 자랑한 디펜더는 영국군 작전차량으로도 사용됐지만, 환경규제로 인해 잠시 시장에서 철수했다. 단종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2세대 디펜더는 두바이 사막부터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까지 120만km, 4만5000회에 이르는 극한의 테스트를 거치며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22일 진행한 미디어 시승 행사를 통해 신형 디펜더를 만났다. 경기도 양평 중미산 일대와 농다치 고개를 달려봤다.

신형 디펜더는 롱바디 ‘110’ 모델과 숏바디 ‘90’ 모델로 각각 출시됐다. 과거 휠베이스(인치)를 나타내던 숫자는 이제 상징성만 유지한다. 새로운 디펜더 110 모델의 휠베이스는 3022mm로, 118.9인치다. 우선 국내는 110 모델만 판매한다. 90 모델은 내년 여름에나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먼저, 생각보다 큰 덩치에 놀랐다. 사진에서는 동글동글 귀여운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거대한 크기에 내뿜는 아우라까지 제법이다. 전장 5018mm(스페어타이어 포함, 제외시 4758mm), 전폭 1996mm, 전고 1967mm 등이다. 프론트 및 리어 오버행을 짧게 디자인해 오프로드 성능에 필수 요소인 접근각 및 이탈각도 38도와 40도씩 확보했다(디스커버리 기준 접근각 25도, 이탈각 31도).

신차는 총 7가지 색상이 제공된다. 판게아 그린부터 곤드와나 스톤, 인더스 실버, 타스만 블루, 후지 화이트, 아이거 그레이, 산토리니 블랙 등이다. 특히, 신형 디펜더 대표 색상인 판게아 그린은 환경에 따라 다양한 색상으로 비춰진다.

독특한 외관은 인테리어에서도 이어진다. 리졸브 직물과 그레인드 레더 등 일반적인 차량에서 보기 힘든 소재를 곳곳에 사용했다. 부드러운 촉감에 쿠션감까지 제법 살렸다. 이와 함께 도어 안쪽과 센터콘솔 곳곳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볼트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전한다.

디자인 포인트는 앞좌석을 가로지르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이다. 차량 바디 구조인 크로스카 빔을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이는 노출된 볼트와 어울려 더 거칠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실용성은 더없이 훌륭하다. 크로스카 빔이 지나가는 모든 곳을 수납 공간으로 쓸 수 있다. 간단한 잡동사니를 던져놓기 좋다. 이밖에 컵홀더 아랫 부분에도 수납 공간이 마련됐으며, 콘솔박스에는 냉장 기능까지 제공된다.

2열 공간은 3m가 넘는 휠베이스를 적극 활용했다. 열선 시트부터 A타입 USB 포트 2개와 시거잭 포트까지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으며, 40:20:40 폴딩으로 공간 활용성까지 챙겼다.

트렁크 바닥은 딱딱한 재질로 마감했다. 표면이 거친 물건을 적재하더라도 트렁크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기본 용량은 1075리터로, 2열 폴딩시 최대 2380리터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무거운 트렁크를 수월하게 닫을 수 있도록 ‘소프트클로징’ 기능까지 적용됐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43.9kgf·m를 발휘하는 2.0리터 디젤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폭발적인 성능은 아니지만, 2.5톤에 달하는 무게를 부드럽게 이끈다.

오프로드 코스 진입에 앞서, 저단 기어를 물리고 차량 전고를 높였다. 신형 디펜더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차량 전고를 최대 145mm까지 높일 수 있다. 신차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최대 900mm의 도강 능력도 강조했다.

눈 앞에 펼쳐진 길은 차량은 물론, 사람이 걷기에도 버거울 만큼 좁고 험했다.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갖고 코스에 진입했다.

신형 디펜더는 SUV 명가 랜드로버 출신답게 다양한 오프로드 기능이 탑재됐다. 상시 사륜구동부터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센터 락킹 디퍼렌셜, 액티브 리어 디퍼렌셜 등이 원활한 험로 주파를 돕는다.

코스를 진행하며 수시로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을 변경한다. 해당 시스템 변화는 생각보다 체감폭이 컸다. 최고 성능을 발휘하는 락 크롤링 모드에서는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으로 험로를 주파해 나갔으며, 샌드 및 머드 모드에서는 적절한 가속 반응을 이끌어내 편안한 페달 조작을 도왔다.

언덕경사로에 오를 때는 땅이 아닌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파른 언덕길에서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전방 카메라를 활용해 차량 하부를 비춰주는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 기능이 더할 나위없이 유용했다.

경사로 어시스트창을 보니 최대 경사각이 28도에 달했다. 당장이라도 미끄러질 것만 같은 급경사지만, 신형 디펜더는 별다른 불평없이 나아간다. 휠 스핀이 날 때면 락킹 디퍼렌셜이 각 바퀴를 잡아준다. 차가 알아서 상황에 맞는 도움을 준다. 운전자는 그저 스티어링 휠만 잡고 가면 된다.

해발 864m 유명산 정상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같은 코스를 그대로 내려왔다. 내려올 때는 내리막길 주행 제어 장치(HDC)의 도움을 받았다. 일정 속도를 설정해놓으면 내리막길에서 스스로 적절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별도 브레이크 조작 없이도 긴 내리막을 통과하는 데 유용하다.

오프로드 코스를 마치고 일반 도로에 올라탔다. 조금 전까지 혐로에 있던 차량이 맞나 싶을 만큼 편안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자랑한다. 신형 디펜더에 에어 서스펜션은 신의 한 수다. 오프로드 성향 올터레인 타이어를 신었지만 타이어 소음은 잘 억제됐다. 아울러 커다란 덩치임에도 공기역학성능 0.38Cd를 달성해 풍절음까지 잡았다.

신차는 T맵 내비게이션이 탑재됐다. 덕분에 보다 정확한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며, 무선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스톱앤고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어시스트 시스템, 후면 사각지대까지 확인 가능한 클리어 사이트 룸 미러 등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신형 디펜더는 독특한 디자인과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 그리고 편안한 온로드 승차감까지 무기로 내세운다. 다양한 전용 액세서리 팩을 제공해 개성 넘치는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올 뉴 디펜더 가격은 트림별로 8590만원~9560만원 등이다.

※ 해당 차량들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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