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최악의 코로나, BMW 3시리즈만 뚫었다…'진짜는 위기에 더 빛나는 법'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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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4 09:07
[이완 칼럼] 최악의 코로나, BMW 3시리즈만 뚫었다…'진짜는 위기에 더 빛나는 법'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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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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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에도 생각보다 큰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외, 특히 자동차 거래가 활발한 북미나 중국, 그리고 유럽에서 제조사들은 보통 큰 손실을 본 게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유럽은 바이러스가 한창 퍼져나가던 2분기를 지난 지금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한번 휘청인 시장이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습니다. 불패의 길을 달리던 독일 고급 브랜드들조차 공장 일부를 폐쇄하고 직원 수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습니다. 일부 대리점은 파산신청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최악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폭삭 주저앉은 유럽의 신차 시장에서 돋보이는 자동차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BMW 3시리즈입니다.

#“잘 버텼다”

우선 독일 프리미엄 3사의 판매 상황부터 짚어보도록 하죠. 2020년 2분기 세계 시장에서 아우디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8% 줄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 그리고 BMW는 23.2% 감소했죠. 유럽으로 오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세 브랜드 모두 45% 이상 판매량이 감소했습니다. 이 정도면 폭락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입니다.

* 2020년 2분기 유럽 독일 3사 판매량 증감 추세

아우디 : -53.7%
메르세데스 : -46.5%
BMW : -45.6%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자국 시장, 그러니까 독일에서도 이들은 모두 20% 이상 판매량이 하락했습니다. 이게 8월까지의 상황입니다. 좀처럼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독일에서 1월부터 7월까지 팔린 자동차 상위 50위 안에 있는 모델 중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더 팔린 것은 단 여섯 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중 TOP 10 안에서는 BMW 3시리즈만이 유일하게 11.6%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 2020년 1~7월 독일 신차 판매량 TOP 10(출처=독일자동차청)

1위 : 폭스바겐 골프(7만6964대, 전년 대비 -37.3%)
2위 : 폭스바겐 티구안(3만7145대, -29.8%)
3위 : 포드 포커스(3만1276대, -16.0%)
4위 : 폭스바겐 파사트(3만344대, -17.6%)
5위 : 폭스바겐 T-Roc(2만6121대, -29.4%)
6위 : 스코다 옥타비아(2만6106대, -27.4%)
7위 : BMW 3시리즈(2만5896대, +11.6%)
8위 : 폭스바겐 폴로(2만5482대, -33.8%)
9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2만3475대, -39.1%)
10위 : 미니(2만2836대, -17.9%)

모두 뒷걸음질 칠 때 3시리즈만 앞으로 전진을 했고, 이는 신차 효과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자동차 그 자체의 경쟁력, 상품성만으로 이뤄낸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는 독일에서만 이뤄낸 것일까요? 같은 기간 EU 판매량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카세일즈베이스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1월부터 7월까지 유럽에서 팔린 345개의 모델들 중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전기차 포함 28개에 불과했습니다. BMW 3시리즈의 경우 3.4%가 줄긴 했지만 경쟁 모델들이 큰 폭의 하락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잘 버텼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7월 EU 프리미엄 세단 판매량

1위: BMW 3시리즈(6만5332대,전년 대비 -3.4%)
2위: 메르세데스 C클래스(4만8106대, -46.5%)
3위: 아우디 A4(4만6499대, -30.0%)
4위: 테슬라 모델 3(3만3375대, -17.8%)
5위: 볼보 V60(2만9871대, -16.2%)
6위: 아우디 A5(1만5493대, -45.2%)
7위: BMW 4시리즈(1만552대, -56.7%)
8위: 재규어 XE(2976대, -45.1%)

#잘 만든 차는 사랑받는다

이처럼 3시리즈가 최악의 팬데믹 속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두에게 좋은 차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양대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각각 BMW 330i를 아우디 A4, 그리고 볼보 S60 경쟁 라인업과 비교 테스트를 벌인 바 있습니다. 결과는 두 곳 모두 3 시리즈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섀시는 민첩하고 브레이크는 강력했으며, 경제적 구동 능력을 갖춘 330i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또 아우토빌트는 ‘3시리즈는 최고의 중형 세단으로 250마력의 가솔린 클래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우토빌트는 독자를 대상으로 비교 테스트한 3개 모델 중 어떤 차가 가장 마음에 드냐는 질문을 던졌고, 설문에 참가한 3285명 중 절반 가까운 46%가 3 시리즈를, 37%가 아우디 A4, 그리고 17%가 볼보 S60을 선택했습니다.

독일 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는 3시리즈에 10점 만점에 평점 9.5점을 부여하며 경이로운 엔진을 가지고 있는 일류 파워 트레인, 그리고 뛰어난 승차감과 균형감 있는 핸들링, 넉넉한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의 자동차로 평가했습니다. 응집력 있고 매력적인 세그먼트 최고 세단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급 럭셔리 모델들 중 1위의 자리에 올려놓았습니다. 또한 영국의 왓카 역시 ‘현재 판매 중인 가장 바람직한 자동차 중 하나’라고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더 커진 차체 때문에 3시리즈 특유의 운전의 재미를 잃게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어린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금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C-클래스가 그간 시장에서 워낙 막강했고, A4 역시 힘을 잃지 않으며 3시리즈의 시대도  끝난 게 아니냐는 극단적 예상을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힘을 잃지 않고 경쟁자들을 따돌린 채 어려운 시기를 홀로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좋은 차, 잘 만들어진 자동차는 어떤 상황에서도 외면받지 않습니다. 3시리즈가 이를 증명하고 있네요. 자동차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차가 경쟁자들에게 효과적인 자극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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