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미뤄진 임단협, 추석 전 극적타결 가능할까?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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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1 18:27
코로나19로 미뤄진 임단협, 추석 전 극적타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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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 완성차 업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미뤄지고 있다. 노사 교섭은 통상 4~5월부터 시작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추석을 앞두고서야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홈페이지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홈페이지

지난해 8년 만에 파업없이 임단협을 체결한 현대차 노조는 추석 전 빠른 협상 타결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임금 외 상당 부분에서 의견 일치를 이뤄낸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측에서는 지난 10일 진행된 9차 교섭 이후 “일부 의견접근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과 고용 보장 및 부품사 상생 방안, 직무 전환 교육 및 교육센터 요구 등을 묶어 ‘노사 공동 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문’을 합의서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연장선으로 임협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다만, 11일 10차 교섭을 앞두고 노조에서 “사측이 끝내 투쟁을 부른다면 강력한 파업 투쟁으로 응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만큼 아직 긴장을 놓을 수는 없다.

(가운데) 기아차 노조 최종태 지부장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 홈페이지)
(가운데) 기아차 노조 최종태 지부장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 홈페이지)

기아차는 해를 넘겨 올해 1월에서야 겨우 2019년도 임협을 마쳤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대의원 회의까지 미뤄지며 2020년도 임단협 역시 예상보다 더 늦어졌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성과급 2019 영업이익의 30%, 전기차·수소차 전용 라인 및 핵심 부품 공장 신설, 노동강도 완화 및 작업환경 개선 투자, 해고자 복직 및 부당징계 철회, 부품사 단가 인상, 중식 시간 유급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앞서 4차례 본교섭 이후 이달 10일부터 1차 실무 교섭을 진행했다. 다만, 사측 제안에 노조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20분 만에 정회가 되는 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최근 현대모비스가 발표한 평택 전기차 핵심 부품 공장 신설에 “기아차를 단순 조립공장 만들기로 작정한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소식지를 통해 “상반기에 시작한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전개를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사측이 현대모비스로 일감 몰아주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노사 신뢰 회복을 위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중단하고 친환경차 부품공장을 (기아차) 공장 내 전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이 파업과 같은 강력한 투쟁 카드는 아직 꺼내지 있지 않지만, 차기 교섭에 성실한 태도로 임하라고 경고한 만큼 언제든지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 있다는 평이다. 2차 실무 교섭은 오는 15일에, 5차 본교섭은 17일 진행된다.

(왼쪽부터) 르노삼성 도미닉시뇨라 사장, 박종규 노조위원장
(왼쪽부터) 르노삼성 도미닉시뇨라 사장, 박종규 노조위원장

르노삼성 노조는 최근 임단협보다 민주노총 가입에 더 공을 들였지만, 조합원 반대에 가로막혀 또 다시 무산됐다. 

노조는 지난 9일과 10일 총회를 열고 전체 조합원 1983명을 대상으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가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찬성 60.7%, 반대 39%로 찬성표가 3분의 2(약 66.6%)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민주노총 가입은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한 박종규 노조위원장의 공약이다. 앞서 3월에도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했지만, 조합원 반대 여론에 무산된 바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7만1687원(정액) 인상, 임금 피크제 폐지, 고과 제도 폐지, 휴가비 인상, 휴식 시간 혹은 중식 시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두 차례에 걸친 민주노총 가입 무산으로 인해 노조 측 교섭력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월 만료되는 임기도 집행부의 ‘레임덕’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추석 연휴 및 차기 집행부 선거, 인수인계 및 교섭단 선출 등으로 인해 연내 협상 타결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왼쪽부터) 한국GM 카허카젬 사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김성갑 지부장
(왼쪽부터) 한국GM 카허카젬 사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김성갑 지부장

한국GM 노조도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제외), 성과급 통상임금(413만8034원)의 400%+사기진작 격려금 600만원, 조립라인 설비 투자 및 T/C 수당 500% 인상, 생산장려수당 지급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신차종 우선 생산 및 전 조합원 고용 보장 확약, 전기차·친환경차 생산, 핵심 부품 국내 개발 및 생산 등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0일 진행된 12차 교섭에서 사측은 불안정한 사업 환경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 협상을 2년마다 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올해 성과급 170만원 지급, 내년 성과급 200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격주년 협상이 이뤄진다면 매년 임금 협상을 진행하는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노조 측이 “2년짜리 제시안은 금속노조의 방침에 위배된다”라며 “경영진은 수천만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현장의 조합원은 고작 170만원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장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조 측은 파업 카드를 만지고 있다. 지난 2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0%의 찬성률을 확보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파업권)를 갖게 된다. 하지만, 노조측 실무 교섭 책임자의 가족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중노위가 조정신청을 취하한 뒤 나중에 다시 신청하라는 뜻을 전달했다. 당초 14일까지 결론이 날 예정이었지만, 변수가 발생하며 노조 측 파업권 확보는 다소 늦어지게 됐다.

한편, 쌍용차는 앞서 4월 국산차 업계 최초로 2020년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노사는 회사의 경영정상화와 고용 안정을 위해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올해 임금 동결 등 내용이 담긴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상여금 반납, 사무직 순환 안식년제 시행 등 고강도 경영 쇄신책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여의치 않다. 쌍용차는 최근 모기업인 마힌드라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나빠짐에 따라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서울서비스센터를 1800억원에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 5000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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