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똑같이 고쳐도 수리비는 천차만별…‘내 맘대로 공임’ 탓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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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1 14:07
[MG수첩] 똑같이 고쳐도 수리비는 천차만별…‘내 맘대로 공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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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수리비가 천차만별이다. 부품 가격은 동일하지만, 공임(작업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차종을 똑같이 고치더라도 어떤 서비스센터에 입고하느냐에 따라 총비용은 달라진다. 

모터그래프는 지난 8월, 수입차 공식 서비스센터의 시간당 표준 공임을 조사했다. 그 결과 브랜드 내 딜러사는 물론, 같은 딜러사 내에서도 센터별 공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수리를 받아더도 항목에 따라 소비자에게는 수만~수십만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시간당 공임 차이가 가장 큰 브랜드는 아우디였다. 수도권의 고진모터스는 9만9000원으로 브랜드 내에서 가장 높았는데, 가장 저렴한 전북권 중산모터스(7만6000원)에 비해 2만3000원이나 비쌌다. 표준 작업 시간 11시간30분인 루프 패널을 교체할 경우 26만4500원을 더 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마찬가지다. 한성자동차 논현·방배·양재 서비스센터 공임은 13만900원으로, KCC오토 한남·금천·김포 서비스센터(11만2200원)보다 1만8700원 높았다. 특히, 벤츠는 같은 딜러사 내에서도 센터에 따라 공임이 달랐는데, 한성자동차는 최대 1만2100원, 더클래스효성은 6600원, KCC오토는 2200원가량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밖에 볼보는 1만3500원, FCA는 1만500원, 포드는 5500원, 폭스바겐은 2530원가량 딜러사 간 공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수입차 브랜드들은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개별사업자인 딜러사에게 일괄된 공임을 요청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BMW 측은 “각 센터가 위치한 지역별 임대료나 특화 서비스 등에 따라 공임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수입사가 일괄적으로 공임을 결정해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역시 “수입사가 표준 공임을 지시하거나 일괄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라며 “각 딜러들은 모두 독립된 사업체인 탓에 수입사가 공임 결정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답했다.

동의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조사 결과 임대료가 높은 지역의 공임이 오히려 더 저렴한 경우가 있었고, 전기차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의 공임이 더 낮은 경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원도 원주의 아우디 한서모터스의 시간당 공임은 9만5700원이다. 수도권 남부에 있는 위본모터스(8만5800원)보다 1만원가량 비싸다. FCA 씨엘모터스 강남 서비스센터는 7만2000원이지만, 비전오토모티브 대전 서비스센터는 8만300원으로 8300원 높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의 특화 거점인 한성자동차 성수 서비스센터도 시간당 공임은 12만5400으로 특화 거점이 아닌 한성자동차 방배 서비스센터(13만900원)보다 5500원 저렴했다.

물론, 공임(工賃)은 말 그대로 '직공들이 품을 판 대가'를 뜻한다. 숙련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항목이다. 그러나 일정한 기준 없이 정해지는 '내 맘대로 공임'은 개선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런 상황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홈페이지뿐 아니라 센터를 직접 방문해도 해당 사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

BMW는 부품 가격과 정비 시간은 안내하고 있었지만, 정부 표준 양식에 포함된 공임 정보는 없었다. 도이치모터스, 코오롱모터스, 한독모터스 등 딜러사 홈페이지에도 공임이 명시되지 않았다. 모터그래프에서 요청한 공임 관련 자료 공개도 거부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딜러사마다 달랐다. 한성자동차·KCC오토·더클래스효성은 홈페이지에 공임과 정비 시간을 명시했지만, 모터원·스타자동차·교학모터스 등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는 ‘공임 정보를 사업장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명시한’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수입차 정비 비용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동차관리법 58조 4항,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133조(표준정비시간의 공개방법 등)을 신설했다.

위반할 경우, 관할 지자체장은 6개월 이내 해당 사업소에 영업 정지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개선 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운행 정지 동안 영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사업자 등록 취소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임 정보 공개가 지켜지지 않고 있음에도, 영업 정지 처분을 받거나 사업자 등록이 취소된 딜러사가 있다는 관련 뉴스는 들어보지 못했다.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의 몫이다. 같은 브랜드의 '공식’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더라도 공임이 달라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의 주장처럼 어쩔 수 없이 공임 차이가 발생한다면, 센터별 공임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한다. 최소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정도는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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