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드 익스플로러 PHEV…500마력 뿜어내는 6기통 하이브리드의 장단점은?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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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26 13:42
[시승기] 포드 익스플로러 PHEV…500마력 뿜어내는 6기통 하이브리드의 장단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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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는 많은 짐을 운반하거나 여러 사람을 태울 수 있다는 실용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실용성 하나만으로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는 데 기름을 잔뜩 태우는 것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대형 SUV는 전동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형 SUV 시장에도 어느덧 전동화 시대가 왔다. 국내에서는 BMW X5, 볼보 XC90 등이 있고, 포드도 익스플로러 PHEV 모델을 내놓으며 전동화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산 대형 SUV와 PHEV는 어울리는 조합일까. 포드 익스플로러 PHEV를 시승했다. 운이 좋게도 직전에 가솔린 모델을 시승한 뒤라 PHEV 모델의 특징을 잘 느낄 수 있었다.

포드 익스플로러 2.3
포드 익스플로러 2.3

익스플로러 PHEV는 외관 변화는 최소화한 채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썼다.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점은 트렁크 우측의 PHEV 배지가 추가된 것과 듀얼 머플러가 듀얼 트윈 머플러로 바뀐 것 두 가지뿐이다.

실내 디자인도 동일하다. 전기 모드를 위한 일부 버튼 배치가 바뀐 것 외에는 차이점을 확인할 수 없다. 여전히 탑재된 8인치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포드코리아는 작년 11월 가솔린 모델 출시 당시 “PHEV 모델에는 북미 지역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10.1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 말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싱크 3로 불리는 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기본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지 않았다. 대신 포드코리아는 안드로이드 기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이식했다. 이를 통해 아틀란·T맵 등 국산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사용감은 그리 좋지 않다.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동이 매끄럽지 않고, UI도 이질감이 든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해 사용하는게 더 편했다.

그래도 넉넉한 실내공간은 여전히 만족스럽다. 배터리와 모터가 추가로 탑재됐지만, 가솔린 모델과 적재용량 차이는 없다. 시트가 3열로 배치된 7인승 모델임에도 트렁크 용량은 515L에 달한다. 어지간한 가방이나 짐은 이 상태로도 적재할 수 있다. 전동식으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3열 폴딩 시 1356L, 2열 폴딩 시 2486L라는 광활한 트렁크 공간이 펼쳐진다. 바닥과 평행을 이뤄 길고 큰 짐도 무리 없이 넣을 수 있으며, 두툼한 이불만 한 장 준비한다면 2명 정도는 편하게 누워서 잘 수도 있겠다.

공간이 넓은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주행할 때는 그만큼의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앞·뒤로 5m, 좌·우로 2m가 넘는 거대한 차체가 주는 위압감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크기와 무게에 비해 서스펜션이 무르게 세팅된듯 다소 과격한 주행해서는 차체가 출렁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전석 쪽 사이드미러는 사각지대가 꽤 넓었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는 사이드미러로만 확인하는게 아니라 직접 고개를 돌려 숄더 체크를 해야 한다.

익스플로러 PHEV는 최고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57.3kg·m를 발휘하는 3.0L V6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75kW(약 100마력)와 30.6kg·m를 발휘하는 전기 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출력은 494마력에 달한다.

더욱 커진 엔진과 배터리, 모터 무게 때문에 공차 중량(2625kg)이 2.3 가솔린 모델(2085kg) 대비 540kg이나 무겁지만, 가속하는 데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V6 3.0 가솔린 터보 엔진만으로도 힘이 넘치는데 전기 모터까지 거들어 주니 사뿐하게 출발할 수 있다. 무거워진 만큼 고속 영역에서 직진 안정성도 뛰어나다.

엔진음과 노면 소음은 잘 억제됐다. 1열에는 이중 접합 차음유리가 적용되어 엔진음이나 풍절음은 느껴지지 않는다. RPM이 2000~3000에 도달하고서야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실내가 정숙한 덕분에 선루프와 앞 유리, 왼쪽 사이드미러 등에서 들려오는 잡소리가 더 부각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옆 차량이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어도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며 대처한다. 그러나 앞 차량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갑자기 RPM을 마구 높이며 가속해 당황하게 만들었다. 멈출 때처럼 조금 더 부드럽게 가속하면 좋을 듯하다.  

시승을 시작할 때 배터리 주행가능거리는 14km가 남아있었다. 전기모터는 100마력에 불과하지만, 거대한 덩치를 제법 잘 끌고 나간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실시간으로 회생 제동량을 보여주진 않는 대신 정차 후 회생 제동 효율을 퍼센트로 보여주는 ‘브레이크 코치’ 기능이 적용됐다.

엔진을 돌리지 않고도 90km/h 이상까지 별 어려움 없이 가속할 수 있다. 전기 모드로 주요 간선도로에서 교통 흐름을 따라가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다. 다만, 고속 주행 시 순식간에 배터리가 동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전기 모드는 자동EV, 나중에EV, 지금EV, EV충전 모드 등 4가지가 마련됐다. 번역이 살짝 우습지만 각 모드의 특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배터리 전력을 주 전력으로 쓸지, 가솔린 엔진의 보조 출력으로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터리를 모두 사용했고,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배터리 주행 가능 거리가 바닥을 보인다고 엔진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정차 시나 감속 시 엔진 작동을 멈추고, 재출발 시에는 어느 정도 속도가 붙기 전까지 모터가 작동한다. 플러그인이 아닌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한 느낌으로 바뀐다.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연비는 눈에 띄게 하락했다. 약 50km를 달릴 때까지 30km/L가 넘는 기분 좋은 연비를 기록했지만, 75km를 넘어서자 12.1km/L로 줄어버렸다. 

배터리를 채우기 위해 충전소를 찾아 나섰다. 최근 전기차가 늘어나며 충전 인프라도 개선된 만큼 어렵지 않게 충전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방된 충전기가 고속 충전기여서 익스플로러 PHEV에 맞는 AC 5핀 완속 충전 플러그는 찾기 힘들었다. 일부 공공기관이나 마트는 문을 닫았거나 사람이 많아 사용할 수 없었고, 그나마 힘들게 찾아낸 완속 충전기도 전용 멤버십 카드가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참을 달려 어느 한적한 동네 동사무소에서 충전을 시작했다. 계기판에는 완충까지 3시간 32분이 소요된다고 나왔다. 충전 중에도 냉·난방 장치나 오디오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빠른 충전을 위해 차량 밖에서 시동을 끈 채 기다렸다. 약 1시간 동안 충전된 배터리양은 22%로, 주행 거리는 10km 늘었다. 청구된 충전 요금은 813원이다.

최근 전기차들이 0%에서 80%까지 급속충전하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점과 비교하면 PHEV 차량의 긴 충전 시간은 꽤 큰 불만 사항이다. 1시간이나 충전했는데 10분 만에 배터리를 몽땅 사용하면 다소 허무함까지 느껴진다. 가정용 충전기가 마련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그 효용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한 번 낙담한 이후에는 엔진을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했다. 충전 모드에서는 정차했을 때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는 점 외에는 RPM·연비·출력의 변화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약 110km를 달린 뒤 배터리는 55%가량 충전됐다. 표시된 전기 주행 가능 거리는 21km였다.

총 213.5km를 달리며 기록한 연비는 11.0km/L다. 이 중 전기만으로 달린 거리는 70km다. 휘발유 모드의 공인 연비(9.3km/L)보다는 높고, 복합 공인 연비(12.7km/L)보다는 다소 낮았다. 마지막에 남긴 배터리를 모두 사용했다면 공인 연비 수준은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이틀 전 2.3 가솔린 모델을 시승할 때 약 200km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9.5km/L다.

포드 익스플로러 PHEV는 가솔린 모델의 실용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단거리 주행 시 전기만을 사용해 이동할 수 있는 효율성까지 갖추며 대형 SUV 시장의 선택지를 넓혔다.

다만, 2.3L 4기통 가솔린 터보 모델 대비 PHEV 모델만의 특·장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포드코리아 홈페이지를 살펴봐도 PHEV 모델과 2.3 가솔린 모델의 사양 및 옵션 설명은 동일하다. 배기량이 커지며 연비 향상도 제한적이다. 고성능 V6 가솔린 터보 모델을 샀더니 덤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능을 끼워 주는 느낌이다. 

이에 대해 포드코리아 측은 “익스플로러 PHEV 모델은 절대적인 경제성을 가진 차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기존 2.3 리미티드 모델에서 아쉬웠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만들어졌다”면서 “대형 SUV의 장점인 공간감, 파워를 그대로 갖추면서, EV의 장점인 우수한 초반 가속력과 대형 SUV로서의 경제성을 더하는데 포커스됐다”고 설명했다. 

충전 인프라가 확실히 구축된 환경에서의 PHEV는 분명 매력적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자동차 주행거리가 38.5km인 나라에서, 기름 한 방울 없이 출·퇴근을 가능케 해준다는 것은 명백한 장점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1380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면 상황은 다르다. 직접 느껴본 포드 익스플로러는 PHEV의 효율성보다는 V6 3.0 가솔린 터보 엔진의 힘이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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