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엔진은 거들 뿐’ 기아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아빠들의 ‘답정너’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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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25 14:05
[시승기] ‘엔진은 거들 뿐’ 기아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아빠들의 ‘답정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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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 계약이 다시 시작됐다. ‘친환경차 보조금 논란’으로 사전계약이 중단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지난 2월이었다. 기아차는 4세대 쏘렌토를 공개하고 디젤 및 하이브리드 모델의 사전계약에 나섰다. 하루 만에 1만8800대라는 엄청난 계약이 이어졌고, 하이브리드의 비중은 80%에 달했다. 그러나 다음날 하이브리드 모델이 예상치 못한 ‘친환경차 기준 미달’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계약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0.5km/l가 문제였다. 배기량 1000cc~1600cc 미만 일반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복합 15.8km/l의 연비를 달성해야만 친환경차 보조금을 받는다. 그러나 배기량 1598cc인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연비 15.3km/l였고, 고작(?) 0.5km/l 차이로 인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부에서는 재인증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별다른 개선 없이 연비를 0.5km/l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국 기아차는 친환경차 혜택을 포기하고 재계약에 나섰다.

이런 일련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쏘렌토 하이브리드에 대한 기대는 컸다. 쏘렌토급 국산 중형 SUV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과연 숫자 이상의 효율이 나올까…, 효율만 신경 써서 성능은 부족하지 않을까… 다양한 생각이 스치는 가운데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타고 출·퇴근길을 달리며 다양한 테스트를 해봤다.

일단,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가속 성능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기아차가 처음으로 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적용했는데, 크고 무거운 중형 SUV의 연비와 성능 모두를 잡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f·m를 발휘하는 엔진에 60마력과 26.9kg·m의 토크를 내는 전기 모터가 더해졌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30마력, 시스템 최대토크는 35.7kg·m다.

넉넉한 수치가 이 차의 성능을 말해준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엔진과 모터가 함께 차를 이끌어 나간다. 다만, 무게 때문인지 초반 가속에는 엔진이 여지없이 개입한다. 아무리 가속페달을 살살 조작하더라도 정지 후 출발 시에는 전기모터만으로 나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주행이 시작되고 나면 연비 게이지가 쭉쭉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테스트는 서울 시내 도로와 서부간선도로 출퇴근길, 뻥 뚫린 서해안고속도로 등 세 가지 도로환경에서 진행했으며 탑승 인원은 성인 남성 1명, 공조기는 23도·바람세기 2단을 유지했다. 여기에 시내를 제외한 도로에서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참고로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구동 방식 및 타이어 크기에 따라 15.3~13.2km/l다. 시승차는 6인승 사륜구동에 19인치 타이어가 적용돼 리터당 13.2km를 달리는 모델이었다. 추가되는 옵션만큼 늘어난 무게로 인해 연비 측면에서는 다소 불리한 조건이다.

막히는 퇴근길에서의 연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는 오후 7시, 서부간선도로를 뚫어낸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복합연비보다 2.1km/l 높은 15.3km/l를 기록했다.

아무래도 시속 20km 이하로 지체되는 도로 상황에서는 타력 주행을 할 기회가 적어 배터리를 충전하기 어렵다. 여기에 차량 내 각종 전자 장비와 에어컨 등이 전기를 지속적으로 소모하기 때문에 배터리 잔량은 금세 바닥을 향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성상 배터리 잔량이 일정 수준으로 낮아지면 엔진이 돌며 배터리를 강제 충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연료 소모가 발생하고,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평균 연비는 점점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달렸다 섰다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회생 제동이 이뤄지면서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했고, 덕분에 리터당 15.3km라는 연비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고속에서의 연비는 다소 아쉬웠다. 정체가 없는 고속도로 구간을 200km 이상 정속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리터당 16.3km를 기록했다. 조금 더 우수한 숫자를 예상했는데, 연비를 올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고속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상시로 가동해야 한다. 배터리 잔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가속 시 엔진을 끄고 전기모터를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행의 대부분을 가솔린 엔진에 의존하기 때문에 연비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시승한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고속 주행 연비는 12.3km/l로, 도심(14.0km/l)보다 12%가량 떨어진다. 연비가 가장 좋은 전륜구동 17인치 타이어 모델(복합 연비 15.3km/l)도 고속(14.2km/l)보다 도심(16.3km/l)에서 더 좋은 수치를 기록한다.

하이브리드의 가장 좋은 연비는 적당히 빠른 시내 주행해서 나왔다. 차량 통행이 비교적 적은 시간대인 오전 7시, 서부간선도로 위주 서울 시내를 달렸다. 약 40~60km/h로 서행하는 구간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최적화됐다.

적절한 타력 주행으로 인해 배터리가 수시로 충전되면서, 엔진 개입 없이 전기모터만으로 충분한 가속을 낼 수 있다. 이른 출근길에서 23.3km/l라는 높은 숫자를 볼 수 있었다. 복합연비보다 10km/l를 더 달린 것이다. 물론, 연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리터당 20km는 쉽게 도달했다.

쏘렌토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만남은 나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정숙성을 챙기면서 넓은 실내와 준수한 연비까지 챙겼다. 디젤 엔진이 주를 이루는 중형 SUV 시장에 훌륭한 대체재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타겟층이 명확하다. 시내 출근이 주를 이루면서 아이가 있는 아빠들이다. 쏘렌토는 이미 패밀리카로써 명성이 높다. 여기에 시내 출근에 유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진다면, 아빠들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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