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이어진 ‘세타II 엔진’ 결함 이슈, 법정 다툼은 이제 시작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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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19 16:18
5년째 이어진 ‘세타II 엔진’ 결함 이슈, 법정 다툼은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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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세타II 엔진 결함과 관련된 3번째 공판이 19일 열린다. 첫 재판이 시작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수차례 연기되며 이제서야 3번째 공판을 하게 됐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해당 결함을 인지하고도 리콜을 지연했다며 자동차 관리법 위반을 주장하고, 현대차그룹은 무죄로 맞서고 있다.

8월 19일 오후 4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제525호 법정에서 열릴 세타II 공판을 앞두고 그간 이어져온 사건 흐름을 간단히 살펴봤다.

# 2015년 9월, 미국서 쏘나타 47만대 리콜

현대차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2.0 및 2.4 GDI 엔진이 탑재된 쏘나타 47만대(2011년~2012년 생산) 리콜을 발표했다. 

해당 차량은 크랭크 샤프트와 베어링의 마찰이 원활하지 못해 서로 들러붙는 소착 현상이 발생해 주행 중 엔진이 꺼질 수 있는 결함이 확인됐다. 이는 크랭크 샤프트를 연결하는 베어링에 오일을 공급하는 구멍 제조 과정과 커넥팅 로드 등에서 기계 불량으로 발생한 금속 이물질이 원인으로 꼽혔다.

# 2016년 8월, 내부 고발자 ‘김 부장’ 등장

현대차 김광호 부장이 회사 내부 품질 이슈를 폭로하고 나섰다. 김 부장은 현대차가 안전과 관련한 제작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실시하지 않고 은폐 및 축소했다며, 국내 언론과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에 제보했다.

국토부도 김 부장의 제보가 사실로 확인됐다며 현대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세타 엔진 결함에 대해 추가 조사에 착수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 2016년 10월, 세타II 엔진 미국 보상안 합의

현대차는 미국에서 먼저 대응하고 나섰다. 엔진 결함과 관련해 집단소송에 나선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결정했다.

대상 차량은 세타II 엔진을 탑재한 2011~2014년 쏘나타(YF) 88만5000여대로, 무상 점검 및 수리는 물론, 과거 수리 비용과 렌터카 비용, 중고 거래 시 제값을 받지 못한 손실분까지 모두 보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파워트레인 보증기간을 신차·중고차 구분 없이 10년/12만 마일(약 19만3000km)로 연장했다.

# 2016년 10월, “세타 II 엔진 국내 보상 없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에서 실시한 보증 연장 및 기타 보상이 국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미국 엔진 생산 공정의 청정도 관리 문제로 발생한 사안이므로 국내 생산 엔진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라며 “북미 지역을 제외한 국내 및 다른 해외 지역에서는 리콜을 실시하지 않고 지속적인 품질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국토부가 진행한 세타II 엔진 관련 실태 조사에 대해서도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시하는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라고 일축했다.

# 2016년 10월, 세타II 엔진 국내 보증기간 연장, 이틀 만에 번복

그러나 내수 차별 논란과 함께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현대기아차는 이틀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소비자 결함 신고가 잇따르며 국토부까지 나서는 등 사태가 심각해졌다. 

현대기아차는 결함 논란이 발생한 세타II 2.4 GDi 엔진과 2.0 터보 GDI 엔진 탑재 차량에 대해 국내에서도 보증기간을 10년/19만km로 미국과 동일하게 연장한다고 밝혔다. 대상 차량은 현대차 쏘나타(YF) 6169대를 비롯해 그랜저(HG) 13만5952대, 기아차 K5(TF) 1만3641대, K7(VG) 6만2517대, 스포티지(SL) 5961대 등 총 22만4240대다. 또한, 기존 유상 수리 고객에게도 수리비, 렌트비, 견인비 등에 대해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 2016년 11월, 내부 고발자 ‘김 부장’ 해고

현대차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리콜 은폐 의혹 등을 제보한 내부 고발자 김광호 부장을 해고했다.

현대차 측은 “이번 해고는 제보 자체를 문제 삼아 결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회사 기밀 자료를 반납하라는 요구에 불응하면서 이 자료를 외부인 및 인터넷에 공개했으며, 특정 인사의 구명을 위해 협상을 시도한 것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 2017년 4월, 현대기아차 리콜 계획서 제출·리콜 시행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도 세타II GDi 엔진을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대상 차량은 쏘나타·그랜저·K5·K7·스포티지 등 총 17만1348대다. 

이와 더불어 이번 리콜과 관련해 국내 리콜과 미국 리콜과는 원인이 다르다는 추가 입장도 내놨다. 국내는 크랭크 샤프트 오일 홀 가공 공정에서 이물질이 발생한 것이 문제고, 미국은 생산시설 청정도 문제로 크랭크 샤프트 핀의 표면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 2017년 8월, 미국 고객 집단 소송

미국 소비자들은 엔진 설계 결함을 이유로 현대기아차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엔진 오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커넥팅 로드 베어링에서 열이 발생하고 균열과 마모가 발생해 누유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 2019년 2월, 검찰 압수 수색 돌입

서울중앙지검이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와 기아차 광주 공장 등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국토부가 2017년 5월 ‘회사가 중대한 결함을 인지하고도 시정조치(리콜)를 취하지 않았다’는 김광호 전 부장의 제보를 근거로 수사를 요청한 지 2년여만이다.

검찰 측은 압수수색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가 고발한 리콜 규정 위반 사건의 혐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 확보”라고 설명했다.

# 2019년 7월, 검찰 기소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현대차 신종운 고문(전 부회장) 등 임원들을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 했다. 다만,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건강상 문제로 인해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

자동차관리법 제31조에 따르면, 자동차가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 결함이 있을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여 결함을 은폐·축소 또는 거짓으로 공개하거나 지체없이 결함을 시정하지 않은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78조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2019년 10월, 미국 집단소송 고객들과 합의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세타2 GDi 엔진 집단소송 고객들과 화해안을 도출하고, 법원에 화해 합의 예비 승인을 신청했다. 합의 대상 차량은 2011년~2019년식 현대차 230만대, 기아차 187만대 등 417만대다.

이번 화해안 합의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6000억원과 3000억원의 비용을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화해 보상금이 460억원과 200억원이며, 품질 비용 5400억원, 2800억원이 판매보증충당부채에 반영된다. 이와 함께 엔진 진동 감지 시스템(KSDS)를 확대·도입하기로 했다.

# 2019년 10월 국내 세타II GDi 엔진 평생 보증 발표

국내에서도 세타II 엔진 보증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미국 보상안과 마찬가지로 KSDS를을 확대하고 엔진을 평생 보증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에서 대상 차량은 세타2 GDi, 세타2 터보 GDi 엔진이 장착된 2010~2019년형 현대차 쏘나타(YF/LF), 그랜저(HG/IG), 싼타페(DM/TM), 벨로스터N(JSN), 기아차 K5(TF/JF), K7(VG/YG), 쏘렌토(UM), 스포티지(SL) 등 총 52만대다.

보증기간이 만료돼 엔진을 유상 수리(콘로드 베어링 소착)한 경우는 수리 비용 및 견인 비용을 보상한다. 엔진 결함으로 인해 화재 피해를 입었을 경우는 보험개발원에서 발표하는 차량 보험 잔존가를 기준으로 보상한다. 또한, 부품 결품으로 인한 수리 지연, 엔진 결함 경험 고객이 자사 차량을 재구매할 시 보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2019년 12월, 세타II 리콜 지연 첫 공판 개시

‘세타II 엔진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고의 지연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현대기아차 및 전·현직 임직원의 첫 공판을 열었다. 첫 공판은 2019년 9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피고인 측 기록 복사 지연 등으로 인해 두 차례나 연기되며 12월이 되어서야 속행됐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다투던지, 인정하던지 입장을 명확하게 하라”며 현대기아차의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했다. 이는 검찰 기소 이후 5개월여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피고 측에 대한 질책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 2020년 6월, 현대기아차 ‘위헌법률심판제청’

현대기아차는 올해 6월 16일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2019년 12월 열린 공판에서 “자동차관리법상 처벌 조항이 명확성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반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면서 “리콜 조항에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라는 부분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며, 세타II 엔진 결함이 실제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지 여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위헌 여부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서 가리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위헌심판제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재판은 멈춘다. 

# 2020년 7월, 국내 세타II GDi 엔진 평생 보증 절차 발표

현대기아차는 7월 21일, 세타Ⅱ GDi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한 보상 절차를 발표했다. 2019년 10월 결정한 세타Ⅱ GDi 엔진 평생 보증 결정의 후속 조치다.

대상 차종은 2.4 GDi 엔진과 2.0 터보 GDi 엔진이 장착된 현대기아차다. 구체적으로 쏘나타(YF/LF), 그랜저(HG/IG), 싼타페(DM/TM), 벨로스터 N, K5(TF/JF), K7(VG/YG), 스포티지(SL), 쏘렌토(UM) 등 13개 차종 49만대이다.

위 차량들은 현대기아차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엔진 진동 모니터링 시스템(KSD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엔진 커넥팅로드 베어링 손상이 발견된 차량은 엔진(숏 블록 어셈블리) 평생 보증이 제공되며, 같은 문제로 유상 수리를 받은 고객들에게는 보상이 실시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홈페이지 공지 사항을 통해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국내에서 판매된 세타Ⅱ GDi 엔진 차량의 엔진 평생 보증 정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가까운 서비스망에 방문하여 KSD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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