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대거 물갈이…구조조정·적자 탈출 등 ‘독이 든 성배’?
  • 박홍준
  • 좋아요 0
  • 승인 2020.08.11 09:00
글로벌 CEO 대거 물갈이…구조조정·적자 탈출 등 ‘독이 든 성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노, 애스턴마틴, 재규어랜드로버, 포드, 폭스바겐 등을 이끌던 수장들이 연이어 교체되고 있다. 새롭게 선임된 최고경영자(CEO)들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혹독한 데뷔 무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적자 늪에 빠진 브랜드를 구원하고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과연 이 난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 친정 르노로 복귀한 루카 드 메오

르노그룹은 르노 브랜드 신임 CEO로 루카 드 메오를 선임했다. 루카 드 메오는 2009년 폭스바겐그룹 마케팅 디렉터와 아우디 세일즈·마케팅담당 이사회 멤버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특히, 최근 수년간 세아트를 이끌며 가파른 브랜드 성장세를 주도한 바 있다.

드 메오가 세아트 CEO로 부임했던 2015년 브랜드 영업이익은 500만 유로(한화 70억원)에 불과했다. 4년 후, 그는 세아트 영업이익을 3억3500만 유로(한화 4700억원)까지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드 메오 신임 CEO가 자동차 업계에 첫 발을 들인 곳이 르노라는 점도 이번 영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드 메오 CEO가 직면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르노는 올 상반기에만 20억 유로(한화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경험했다. 작년 상반기 15억 유로(한화 2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극명한 대조다. 올해 5월 입안된 1만5000명 규모의 감원 계획과 경영 쇄신안을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 애스턴마틴, 메르세데스-AMG 엔진 이어 사람까지 영입

애스턴마틴은 지난 6년 간 브랜드를 이끌어온 앤디 팔머 CEO의 후임으로 메르세데스-AMG 토비아스 뫼어스 CEO를 선임했다.

뫼어스 CEO는 1994년 AMG에 입사해 2002년부터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했다. AMG 첫 독자 개발 모델인 SLS AMG 개발을 주도했고, 2013년부터 AMG CEO로 선임돼 브랜드 전반을 지휘했다. 취임 첫 해 AMG 글로벌 판매량은 3만2000대였지만, 2019년 13만2000여대까지 늘렸다.

지금의 애스턴마틴 경영 실적은 처참하다. 2018년 상장됐던 주가는 올해 98%까지 폭락했고, 2020년 판매량도 코로나19로 인해 예년의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뫼어스 CEO는 브랜드 최초 SUV인 DBX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대하고, 슈퍼카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에 나서야 한다. 

# 폭스바겐, 배배 꼬인 신차 계획을 풀어라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6월 폭스바겐 브랜드 CEO에 랄프 브란드스태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임명했다. 폭스바겐그룹 및 브랜드 CEO를 겸직해온 헤르베르트 디이스 회장은 그룹 경영에만 집중하게 된다.

브란드스태터 CEO는 폭스바겐과 세아트에서 조달 부문 책임자와 구매 담당 임원 등을 거쳤다. 2012년 폭스바겐그룹 구매 책임자로 활동하며 부품 구매 및 조달 관련 업무에 오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심각한 생산 문제에 직면했다. 전기차 ID.3와 8세대 골프 등이 소프트웨어 문제로 양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부품 공급과 공장 가동도 원활치 않다. 폭스바겐이 새로운 CEO 자리를 브란드스태터를 선택한 것도 그의 경력과 무관치 않은 셈이다.

# 카를로스 곤의 후계자에서 재규어랜드로버 선장으로

재규어랜드로버는 새 수장으로 티에리 볼로레를 선임했다. 볼로레 신임 CEO는 미쉐린을 거쳐 2012년 르노그룹에 합류했다. 2019년 르노 브랜드 CEO에 선임됐지만, 카를로스 곤 회장의 스캔들과 함께 그해 10월 전격 경질된 바 있다.

볼로레 CEO가 직면한 재규어랜드로버의 상황도 쉽지 않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대비 42.4% 감소한 7만4000여대에 그쳤고, 영업손실도 5억 파운드(한화 7600억원)에 육박했다. 영국에서만 6000명에 달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브렉시트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 ‘투기’ 등급까지 떨어진 포드, 내부 긴급 인사

포드는 짐 해킷 CEO의 후임자로 짐 팔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했다. 그는 토요타에서 사이언 브랜드를 북미 시장에 론칭시킨 인물이며, 2007년 포드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마케팅·세일즈 부문 총괄, 링컨 세일즈·마케팅 총괄, 유럽·중동·아프리카 권역 사장 등을 거쳤다.

전임자인 해킷은 포드 세단 라인업을 축소하고, 폭스바겐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가시화되지 않았다. 해킷 CEO의 재임 기간 동안 포드 주가는 39.7% 하락했고, 미국 내 154억 달러(한화 18조원) 규모 대출을 신청할 정도로 현금 흐름도 악화됐다. 올 2분기 적자 규모는 19억 달러(2조 3000억원)이며,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포드의 신용등급을 ‘투기’로 하향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