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노린 벤츠·아우디·재규어의 전기차, 프리미엄 브랜드가 만들면 다르다?!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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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3 10:00
테슬라 노린 벤츠·아우디·재규어의 전기차, 프리미엄 브랜드가 만들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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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싫든 최근에 나오는 전기차는 테슬라와 비교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조립 품질과 마감 상태를 지적받을 지라도 테슬라가 보여준 긴 주행거리, 빠른 가속 능력, 능숙한 자율주행 기술, 편리한 충전 시스템 등은 기존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는 듯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기존 자동차 브랜드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테슬라의 방식을 따를 것이냐, 따르지 않을 것이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 자동차 브랜드들은 테슬라의 방식을 따르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듯하다. 국내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EQC와 아우디 e-트론, 재규어 I-페이스 등을 살펴보면 이런 방향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브랜드의 첫 번째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와 ‘가속 능력에 유리한’ 세단이 아니라 ‘크고 무거운’ SUV를 내놨다. 덕분에 주행거리는 경쟁모델로 꼽히는 테슬라 모델X보다 짧은 300km 내외고, 0-100km/h 가속 성능도 상대적으로 그리 뛰어나지 않다. 마치 ‘우리는 단순히(?) 빠르고 멀리 가는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린 더 고급스러운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듯하다.

과연 이들은 ‘테슬라 패러다임’ 시대에 성공할 수 있을까.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재규어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내놓은 1억원대 SUV 전기차 3종을 비교해봤다.

# 개성 넘치는 디자인

EQC는 브랜드 내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됐다. 이는 향후 전동화 제품군을 담당할 EQ 브랜드의 방향성을 나타낸다.

길이 4770mm와 너비 1890mm, 높이 1620mm 휠베이스 2875mm 등 탄탄한 비율을 자랑하며, 쭉 뻗은 루프라인과 시원한 윈도우 배치, 낮게 자리 잡은 웨이스트 라인, 쿠페형 루프 스포일러 등이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기본 장착되는 멀티빔 LED 헤드램프는 하이 글로스 블랙 컬러를 적용했으며, 블랙 컬러 배경과 어우러진 푸른빛 스트라이프와 멀티빔 블루 컬러 레터링 등이 EQ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아우디 e-트론은 세 모델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길이 4900mm, 너비 1935mm, 높이 1685mm, 휠베이스 2928mm로 외관뿐 아니라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췄다.

e-트론은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살린 외관이 특징이다. 전면 8각 수직 스트럿 프론트 그릴과 함께 헤드라이트에서 후미등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숄더 라인, 크롬 윈도우 몰딩, 파노라믹 선루프, 긴 루프 스포일러와 넓은 디퓨저가 돋보이는 후미 등 브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연기관 차량과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외관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단연 사이드미러다. 카메라가 거울을 대신하는 버츄얼 사이드미러가 양산차 최초로 적용됐다. 이를 통해 차량 전폭을 15cm나 줄었으며 공기역학 성능도 개선해 스포츠카 수준인 항력계수 0.27Cd를 자랑한다.

재규어 I-페이스는 하이브리드 슈퍼카 ‘C-X75 콘셉트’를 본뜬 날렵한 차체에 쿠페형 실루엣이 어우러진 독특한 외관을 완성했다.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고 완벽에 가까운 비율을 추구한 한편, 성능과 일상의 편의를 고민했다.

짧고(4700mm) 낮은(1560mm) 차체는 잘 달리는 핫 해치를 연상케 한다. 특히 측면 비율이 가장 돋보이는 데, 3미터에 달하는 휠베이스(2990mm)와 짧은 리어 오버행이 극적인 조화를 이룬다. 덕분에 가장 가벼운 몸무게(2285kg)를 갖췄다.

# 제원상 숫자는 거기서 거기!

세 차종 모두 비슷한 출력과 최대 주행 가능 거리를 갖추고 있다. 전·후륜에 각각 한 개씩 총 두 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해 네 바퀴를 모두 구동하는 점도 유사하다.

최고출력은 EQC와 e-트론이 408마력으로 동일하며, I-페이스가 400마력이다. 최대토크는 EQC가 77.4kgf·m, I-페이스 71.4kgf·m, e-트론 67.7kgf·m 등 순서다.

가속 성능은 가벼운 I-페이스가 가장 앞선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I-페이스 4.8초, EQC 5.1초, e-트론 5.7초 등 순이다. 최고안전속도는 I-페이스와 e-트론이 200km/h, EQC는 180km/h로 제한된다.

배터리 성능도 I-페이스가 두 모델을 앞선다. 90kWh 배터리를 통해 완충시 최대 333km(국내 인증 기준) 주행이 가능하다. EQC는 가장 작은 배터리 용량(80kWh)으로 주행가능거리 309km를 달성했고, e-트론은 가장 큰 95kWh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307km라는 다소 짧은 거리를 인증받았다.

이밖에 세 차종 모두 8년·16만km(선도래 기준) 배터리 보증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특성상 단순히 주행 거리만으로 차량 성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기차는 날씨 및 운전자의 주행 성향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많은 전자 장비를 탑재할수록 주행가능거리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주행가능거리보다 제품 완성도 측면에 한층 신경을 쓴 모양새다.

# 누가 가장 저렴한가?

EQC는 출시 당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추운 겨울철 주행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올해 4월 ECU 소프트웨어 개선 등을 통해 재인증을 받으며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됐다.

3.5% 개별소비세 인하분이 반영된 EQC 가격은 EQC 400 4매틱 9550만원, EQC 400 4매틱 프리미엄은 1억140만원 등이다. 여기에 환경부 보조금 630만원과 서울시 기준 450만원의 지자체 보조금이 추가로 지급돼 실구매가는 8000만원 중반에서 9000만원 초반대를 형성한다.  

I-페이스 가격(3.5% 개소세 인하분 적용)은 EV400 SE 1억1650만원, EV400 HSE 1억2810만원 등이다. I-페이스는 EQC보다 5만원 적은 환경부 보조금 625만원과 서울시 기준 450만원 지자체 보조금이 지급된다. 보조금을 모두 적용해도 실구매가는 1억원이 넘는다.

이달 출시된 e-트론은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인증이 진행되고 있다. 확정까지 최대 8주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며, 주행가능거리 등을 종합해보면 약 600만원 수준을 예상할 수 있다. 신차 가격은 1억1700만원이다(개소세 인하 미적용).

아직까지 럭셔리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올 상반기 EQC 판매량은 115대, I-페이스는 27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EQC는 자동차공유업체 쏘카와 업무 협약을 통해 200대를 공급하기로 한 만큼 실제 개인구매 고객의 성적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판매 부진은 1억원에 달하는 가격 부담과 함께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로 인한 불안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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