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국산차 업계, 코로나19·품질 결함·노사 갈등 ‘퍼펙트 스톰’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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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7 10:00
[상반기 결산] 국산차 업계, 코로나19·품질 결함·노사 갈등 ‘퍼펙트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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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 업계는 너 나 할 것 없이 강한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 매년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올해는 더욱더 그러하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다.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이 제한되자 여러 공장이 멈췄고, 모든 브랜드가 생산에 타격을 입었다. 일부 브랜드들은 신차 출시로 분위기 반등을 꾀했지만, 품질 이슈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테이블도 아직 못 핀 제조사가 대부분이다.

# 수출길 막힌 완성차 업계, 내수는?

국내차 업계의 해외 판매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업체별로 적게는 20%, 많게는 74%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반기 현대차 해외 판매량은 전년대비 30.8% 감소한 120만4816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20.4% 줄어든 88만2959대에 그쳤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현지 생산 시설이 멈춰서는 등 영향이 컸다. 

외국계 3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섰던 르노삼성은 상반기 1만2424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작년 상반기보다 74.8%나 급락한 성적이다. 쌍용차는 40.2% 감소한 8564대를 선적했고, 한국GM은 36.1% 줄어든 12만4946대를 수출했다. 

다만,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신차 투입 등을 통해 일부 부진을 만회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GV80·G80을 앞세워 4만8886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51.5% 증가폭을 나타냈다. 쏘렌토·K5로 신차효과를 본 기아차도 같은 기간 14.6% 증가한 27만8287대를 팔았다. 

올해 내수 10만대를 목표로 한 르노삼성도 ‘절반’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상반기 내수 실적은 5만5242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1.3% 증가했다. 한국GM도 15.4% 증가한 4만1092대를 판매하며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상대적으로 현대차는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전년대비 4.5% 감소한 33만5727대에 그쳤고, 쌍용차는 27% 감소한 4만855대를 기록했다. 

# 잇따른 신차 품질 결함…브랜드 이미지 타격

올 상반기 쌍용차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이어왔다. 모두 회사 성장에 직결된 핵심 차종이었지만, 일부는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최대 기대주로 꼽혔던 제네시스 GV80도 예외는 아니다. 변속기가 D(Drive)로 놓인 상황에서 후진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이슈가 됐고, 출시 45일 만에 소프트웨어 오류를 잡기 위한 리콜이 진행됐다. 일부 디젤 모델에서 발생하는 진동 현상에 보증 연장과 수리비 환급 조치까지 진행됐다. 

7세대 아반떼 초기 생산분 품질이 하마평에 올랐다. 언더커버 너트 체결이 미흡해 진동이 발생할 가능성, 실링 불량으로 집중호우나 세차 시 트렁크에 물이 샐 가능성, 경고등 점등 조건과 무관하게 브레이크 경고등이 점등될 가능성이 지적됐다. 결국 9000여대에 달하는 모델에 무상수리가 진행됐다. 

국산 중형 SUV 최초의 전동화 모델로 주목받은 쏘렌토도 문제가 터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저공해차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세제 혜택에서 제외됐다. 결국 계약 접수를 중단하고, 기존 계약자들에 대한 보상을 진행했다.  

르노삼성도 XM3 1.3 모델의 일부 엔진 결함이 보고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5일까지 접수된 결함 신고 건수는 82건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도 가속되지 않는 현상을 비롯해 시동이 꺼진 후 다시 걸리지 않는 현상들이 접수됐다. 회사는 일부 연료 펌프에서 발견하고, 관련된 조치에 돌입한 상태다.

# 역병이 자동차 산업을 멈춰세우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월 춘절 연휴 기간을 늘리고 시설 가동을 강제로 중단했다. 그로 인해 중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입하던 국내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문제로 현대차 울산5공장이 처음 멈춰선 데 이어, 모든 브랜드의 공장이 같은 문제로 2~3월 부분 휴업을 실시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한국GM 부평공장 등에서는 확진자 및 의심환자가 발생해 가동을 멈췄었다.

해외 사업장과 수출 라인도 타격을 입었다. 3월부터 현대차 앨라배마, 첸나이, 체코, 기아차 조지아, 슬로바키아 공장이 가동 중단과 생산 재개를 반복했고, 지난달에는 쏘울과 스포티지가 생산되는 기아차 광주공장이 수출 부진을 이유로 셧다운을 결정했다.

계열사 및 협력사들도 예외는 없었다. 3월 현대모비스 연구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시설이 폐쇄됐고, 4월에는 현대위아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모닝·레이를 수탁 생산하는 동희오토도 유럽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부분 셧다운을 단행했다.

2차 협력업체들의 타격은 더 컸다. 공장 가동률이 30%까지 떨어진 곳이 속출했고, 매출도 최대 60%까지 떨어졌다. 완성차 공장의 부분 폐쇄가 반복됨에 따라 한 달 내내 가동을 멈추는 사례들이 잇따랐다.

# 완성차 업체, 노사갈등·유동성 위기로 동병상련

코로나19로 자동차 산업 전반이 흔들렸지만, 노사 간 임금 협상은 예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통상 5월이면 본 교섭을 개시해 7월 여름휴가 전 타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기아차·르노삼성·한국GM는 아직까지 2020년도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현대차는 올해 무난한 임금 협상 타결이 전망되지만, 그 시기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 노조가 일각에서 제기된 임금 동결 가능성에 반박하고 나섰고, 정년 연장을 포함한 실질적 고용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며 임금 협상을 올해 말까지 미룰 가능성도 열어뒀다. 

기아차는 아직 임단협 요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일감 감소에 대한 우려 입장을 내고, 사측 신사업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4월에서야 2019년도 임금 협상을 종료한 르노삼성과 한국GM은 갈 길이 멀다. 르노삼성은 아직 양측간 상견례 일정도 잡지 못했고, 본사의 구조조정 예고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2019년 임단협에서 임금 동결에 합의한 한국GM 노조는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노조측 주장과 적자로 인해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사측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쌍용차는 자동차 업계는 물론, 노동계 최초로 2020년도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웃을 수 없다. 지속된 적자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한계에 봉착했고, 최근 모기업인 마힌드라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서울 서비스센터 부지를 매각하는 등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경영 정상화와 신차 개발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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