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구매 가이드…“나라면 이렇게 산다!”
  • 최하림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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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3 10:00
제네시스 G80 구매 가이드…“나라면 이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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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와 ‘가심비’ 2가지 조합

제네시스 신형 G80을 시승했다. 이번에는 ‘만약 내가 이 차를 산다면’이란 전제 아래 시승 소감을 정리해보려 한다. 오랜 고민 끝에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신형 G80 옵션을 조합했다. 바로 가성비와 가심비이다. 가급적 최상위 트림·풀옵션 모델을 추천하는 편이지만, 신형 G80만큼은 예외다. 풀옵션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제네시스 G80은 세대마다 지속적으로 그 방향성을 수정해왔다. 특히, 1세대에서 2세대로 바뀌었을 때 받았던 충격이 가장 컸다. 디자인, 주행 특성의 변화가 기억에 남는다.

이번 3세대 역시 많은 변화가 이뤄졌고, 시승을 통해 그 차이를 확인했다. 공식 사진에 비해 둔해보이긴 해도 실물은 봐줄만 했고, 실내 고급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주행 성향은 더 부드러워진 반면, 엔진 회전 질감은 거칠어졌다.

먼저, 신형 G80 파워트레인은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기본으로, 2.2 디젤 엔진(250만원)과 3.5 가솔린 터보 엔진(660만원)을 선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기존 람다 엔진은 만족스러웠다. 3.3 및 3.8 자연흡기 엔진은 가속에서 좀 답답한 면은 있지만 엔진 회전 질감만큼은 부드러웠다. 3.3 터보 엔진은 실 영역대에서 여유로운 성능과 시원한 가속력을 보였다. 그러나 신차의 엔진 회전 질감은 앞서 언급한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서 거칠다.

3.5 터보 엔진은 6기통임에도 거친 엔진 회전 질감이 아쉽다.

3.5 터보 엔진은 MPI 및 GDI가 결합된 듀얼 포트 인젝션 기술이 적용됐다. 사실 두 기술이 더해진 엔진은 메이커를 막론하고 회전 질감이 거칠다. 토요타 D-4S 엔진도 그렇다. 그렇다고 엔진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되지도 않았다. 380마력, 54kg.m의 성능은 기존 3.3 터보 엔진보다 10마력, 2kg.m씩 향상됐다. 일반적인 운전자 중 이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6기통 엔진의 덕목은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여유로운 성능이라 생각한다.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고집할 필요가 없다. 660만원이나 더 지불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오히려 2.5 터보 엔진이 괜찮다. 4기통 엔진치고 회전 질감이 저렴하지도 않았고, 여유 있는 성능(304마력, 43kg.m)을 발휘한다. 체감상 성능은 제원보다 살짝 밑도는 것 같지만, 출발 직후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행 영역에서 꾸준한 모습이다. 게다가 준수한 정숙성은 정말 의외였다. 정숙성은 3.5 터보 엔진과 별반 차이가 없다. 파워트레인 중 가장 경쟁력이 있다.

다음은 구동 방식이다. G80은 후륜이 기본이고, 전자식 AWD(280만원)가 옵션이다. 선택 시 공차중량은 70kg이 더 무거워진다. 해당 옵션의 쟁점은 운전자 주행 패턴에 있다. 사실 포장이 잘된 국내 도로에서 교통 흐름에 맞춘 일반 운전자에게 전자식 AWD는 큰 의미가 없다. 반면, 스포츠 주행을 즐기거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을 달려야하는 운전자에게는 전자식 AWD가 큰 힘이 된다. 

이어 전자식 서스펜션 여부는 일상에서 드라마틱한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옵션 구성 시 전자식 서스펜션이 제외했다.

휠은 18인치가 기본, 19인치(70만원 및 180만원)와 20인치(250만원)는 옵션이다. 19인치는 전자식 서스펜션 적용 유무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 20인치는 결정권이 없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디자인은 20인치, 18인치, 19인치 타입A, 19인치 타입B 등 순서다. 20인치는 디자인이 간결하고, 18인치는 2세대 G80 스포츠가 떠오른다. 19인치 타입B는 디자인이 너무 복잡해 혼란스럽다.

내장 옵션은 스탠다드 외에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1(150만원)과 셀렉션 2(300만원) 등으로 구성된다. 스탠다드와 셀렉션 1은 천연 가죽 시트가 적용되고, 셀렉션 2에는 나파 가죽 시트다. 크게 보면 실내 트림, 일부 항목 가죽 마감, 천장 소재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스탠다드는 블랙 하이그로시, 셀렉션 1은 블랙 하이그로시와 알루미늄, 셀렉션 2는 리얼 우드 소재가 적용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재 차이는 크다. 비용이 올라가는 만큼 시각 및 촉각의 만족감은 대폭 향상된다.

처음 옵션을 구성할 때는 셀렉션 1을 선택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센터터널에 적용된 블랙 하이그로시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셀렉션 1의 경우 알루미늄은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 한정 적용되고, 센터터널은 스탠다드와 동일한 블랙 하이그로시다. 뒷좌석 암레스트도 매한가지다.

블랙 하이그로시가 싫다면 천상 셀렉션 2로 가야 한다. 나파 가죽으로 마감된 센터콘솔과 혼 커버, 천장에 적용된 스웨이드는 한층 나은 만족감을 안겨준다.

단,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셀렉션 2를 선택해도 특정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뒷좌석 암레스트에 블랙 하이그로시가 들어가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옵션이 바로 2열 컴포트 패키지 1이다. 이 옵션은 뒷유리 전동 커튼과 좌우 수동 커튼, 3존 공조, 다기능 암레스트 등이 적용된다. 이 옵션이 빠질 경우 뒷좌석 암레스트 소재는 블랙 하이그로시, 버튼은 열선 버튼만 자리한다. 가격표에 설명이 적혀 있지만, 마치 TV 보험 광고처럼 폰트가 작아 자칫 간과하기 쉽다.

현대차 그랜저 HG 시절에도 기본 적용됐던 뒷좌석 다기능 암레스트이 옵션이다. 솔직히 얄밉다.
현대차 그랜저 HG 시절에도 기본 적용됐던 뒷좌석 다기능 암레스트이 옵션이다. 솔직히 얄밉다.

뒷좌석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옵션을 살펴보자. 뒷좌석 옵션은 총 3가지다. 2열 컴포트 패키지 1(100만원)과 패키지 2(220만원), 그리고 듀얼 모니터(250만원) 등으로 구성된다. 컴포트 패키지 1은 앞서 설명했다. 패키지 2는 2열 전동 및 통풍 시트, 목베개, 화장거울(선루프 적용 시 미적용) 등이 추가된다. 패키지 1·2는 하나로 묶여 있어 2만 따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패키지 2의 핵심은 통풍 시트다. 전동 시트는 2세대 G80과 다르지 않다. 신형 G80 실내가 좁진 않지만, 제한된 공간이기 때문에 시트 조절에 따른 편안함의 차이가 극적이지 않다. 목 베개는 편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 옵션을 반드시 고집할 정도는 아니다.

듀얼 모니터는 9.2인치 좌우 모니터와 별도 USB 단자가 적용된다. 이 옵션은 더 애매하다. 이어폰 연결 시 좌우 개별 이용이 가능하지만, 관용차가 아니라면 굳이 필요할까. 사실 최신 태블릿들이 워낙 커지며 9.2인치 화면도 작게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하이테크(160만원)와 렉시콘 사운드(140만원)는 필수 옵션이다. 총합 300만원이란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그로 인해 느낄 만족감은 몇 배에 달한다.

하이테크는 12.3인치 3D 클러스터, 전방 주시 경고, 지능형 헤드램프로 구성된다. 사실 이 옵션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순전히 3D 클러스터 때문이다. 기본 8인치 LCD가 자리한 아날로그 계기판은 이 LCD가 우측에 쏠려 있는 독특한 구성이다. 순정이란 느낌보다 별도로 장착한 듯하다.

렉시콘 사운드는 18개 스피커로 구성되며, 입체감 있는 퀀텀 로직 서라운드 기능을 갖췄다. 기본형에 비해 오디오 개수가 2배로 늘어난다. 렉시콘 카오디오 특성상 특정 음역대가 강조되진 않으며, 자극적인 맛은 덜하다. 청음 시 전체적인 균형감이 좋다는 느낌이다. 오디오에 대해 정말 민감해 별도로 튜닝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음악을 즐긴다면 이 옵션을 선택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카오디오를 뒤집는 건 생각 이상으로 번거롭고 ‘대공사’가 될 확률이 높다.

능동형 안전 사양과 서라운드 뷰 모니터,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 편의사양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1(180만원)과 패키지 2(150만원)로 제공된다. ‘단 한 번이라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목적이라면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본 제공되는 능동형 안전사양도 나쁘지 않기에 선택의 몫은 각자에 달려있다. 

패키지 1은 서라운드 뷰 모니터,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후측방 모니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로 구성된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보행자 및 장애물 추가 감지)가 눈에 아른거린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다양한 각도를 보여주는 점은 좋지만, 경우에 따라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BMW 5시리즈(G30)가 그러했다.

패키지 2는 세부 기능을 더한 전방 충돌방지 보조, 운전 패턴 및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변경 보조 기능을 더한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충돌 감지 시 안전벨트를 당기는 앞좌석 프리액티브 시트벨트 등으로 구성된다. 사실 다른 것은 옵션이어도 프리액티브 시트벨트만큼은 기본 적용했어야 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130만원)는 2세대 모델보다 한층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세부 경로 안내 기능이 제공되고, 테슬라처럼 차량 주위 소통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픽이 추가됐다. 기능상 손색은 없지만, 차량 그래픽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점이 마음에 걸린다. 신형 G80 후면부가 GV80처럼 엄청 껑충한 모습이다.

이제 컨비니언스(120만원)와 빌트인 캠(70만원), 파노라마 선루프(140만원)만 남았다. 컨비니언스는 18방향 조절 가능한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와 압축도어가 적용된다. 시트보다는 압축도어가 핵심이다. 

빌트인 캠은 취지는 좋지만, 음성 녹음이 불가능하고 역광이나 야간 시 화질이 정말 현저히 떨어진다. 그보다 더 저렴한 값에 화질 좋고, 음성 녹음까지 가능한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전적으로 취향 문제다. 개인적으로 없어도 그만이다. 장기간 운용 시 잡소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흡연자나 개방감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옵션이다.

신형 G80은 이 다양한 옵션을 하나로 묶은 파퓰러 패키지(510만원)를 별도로 제공한다. 개별 선택 비용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파퓰러 패키지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하이테크,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1, 2열 컴포트 패키지 1이 적용된다. 이는 개별 적용 시보다 60만원 더 저렴하다.

고민 끝에 결정한 견적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가성비’ 견적은 19인치 휠 · 타이어(70만원), 하이테크 패키지(160만원),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140만원)을 포함해 총 5617만원이다. 사실 기본형 사양이 풍족하게 나와준 덕분에 옵션을 고집하지 않아도 됐다. 사실 이 정도만 되도 크게 부족함을 느끼기 힘들다.

두 번째, ‘가심비’에 충실한 견적은 실내 고급감을 높이고, 능동형 안전 사양을 보강했다. ‘가성비’ 견적을 바탕으로,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2(300만원),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1(180만원) 및 2(150만원), 2열 컴포트(100만원) 등을 포함해 총 6347만이다. 계약 이후 출고까지 텀이 꽤 있는만큼 그 사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추가 여부를 저울질할 것 같긴 하다.

신형 G80에 대한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계약 후 출고까지 약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신차 상품성은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을 정도로 잘 나왔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품질 논란은 분명 문제가 있다. 더욱이 일부 영업 사원과 정비 인력의 비정상적인 대응은 도마 위에 올랐다. 겉보기에는 손색이 없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제네시스는 ‘고급차’다. 고급차를 다루는 만큼 품질 문제에 민감하며, 고객 대응 방식도 현대차보다 고차원적이어야 한다. 프리미엄이란 칭호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자연스레 회자될 때 더 가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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