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볼트EV, 이제 서울-동해안 왕복도 한 번에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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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17 16:33
[시승기] 쉐보레 볼트EV, 이제 서울-동해안 왕복도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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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2020년형 쉐보레 볼트EV를 내놓았다.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은 다시 한 번 소형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신차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형 볼트EV는 언뜻 봐서는 바뀐 것이 없다. 듀얼 포트 그릴에 음각 문양이 추가됐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렵다. 외관의 변화는 앞서 트레일블레이저에 적용됐던 이비자 블루 및 미드나이트 블랙 등 새로운 색상 2종이 추가된 정도다. 실내 기능도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장착되고, 후방 카메라 화질이 개선된 수준에 그쳤다.

변화의 핵심은 배터리다. 한국GM은 신형 볼트EV의 배터리 확장(60kWh→66kWh)을 통해 최대주행가능 거리를 383km에서 414km로 늘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시장 내 경쟁자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406km)이나 기아차 니로EV(385km), 쏘울EV(386km)보다 우수하다.

사진=2017 볼트EV
사진=2017 볼트EV

볼트EV의 배터리는 LG화학이 납품한다. LG화학 관계자는 주행거리 향상 비결에 대해 “이전보다 니켈 함량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형 볼트EV에 탑재된 배터리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크기나 무게는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도 용량을 늘렸다. 공차중량도 1620kg로, 이전 모델과 동일하다.

신형 볼트EV의 달라진 주행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양양 간 왕복 코스에 올랐다. 시승 코스는 약 400km로, 이 중 양양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약 200km 구간을 운전했다.

운전석에 앉자 생각보다 넓고 높은 공간 덕에 쾌적하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 LCD 클러스터는 현재 속도와 남은 배터리 및 주행가능거리를 한 눈에 파악하기 쉽게 직관적으로 표시한다. 계기판 우측에는 전력 소모량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데, 회생 제동시 실시간으로 충전되는 전력량도 표시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배터리 관리를 돕는다.

10.2인치 디스플레이는 조수석에서 볼 때와 달리 운전석에서는 시인성이 떨어진다. 특히,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화면 절반 가량이 가려졌다. 운전 중 한 눈에 지도를 확인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는 지원하지만, 별도의 내장 내비게이션은 탑재되지 않았다.

출발부터 최대토크(36.7kg·m)를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답게 가속 성능은 훌륭하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이르는 데 7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여기에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하면 가속페달 반응은 한층 더 빨라진다. 최고제한속도는 154km/h이며, 국내 어디서나 부족함 없이 달릴 수 있다.

시승 도중 한계령을 마주했다. 한계령은 해발고도 900m 이상으로,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산길로 이뤄진 만큼 운전에 주의가 필요했다. 통통한 외관과 달리 볼트EV의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설계된 볼트EV는 차체 밑바닥에 배터리가 위치해 무게 중심이 낮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굽은 길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도 금새 자세를 바로 잡는다. 여기에 볼트EV 전용으로 개발된 미쉐린 셀프 실링 타이어 역시 쉽게 미끄러지지 않고 노면을 붙잡았다. 

한계령에서 내려올때는 스티어링 휠 왼쪽 뒤에 마련된 리젠 온 디멘드(Regen on Demand, RoD) 버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마치 패들시프터처럼 생긴 이 버튼을 누르면 추가적인 회생 제동력이 확보된다. 디지털 계기판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최대 발전량은 70kW에 달한다.

리젠 온 디멘드(Regen on Demand, RoD) 버튼
리젠 온 디멘드(Regen on Demand, RoD) 버튼

신형 볼트EV는 독특한 회생 제동 방식을 유지했다. 차량 설정에서 일괄 적용하거나, 패들시프터를 이용해 회생 제동 단계를 조절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쉐보레는 기어노브를 D에서 한 단계 더 내리면 회생 제동이 강하게 작동하는 L모드를 지원한다. D모드에서도 회생 제동이 작동하긴 하지만, 내연기관차에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을 때 정도의 제동력만 발휘된다. 그러나 L모드에서는 마치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회생 제동이 강하게 동작해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해진다. 볼트EV는 페달을 밟지 않을 경우 완전한 정차까지 가능해 진정한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정차 거리만 잘 계산한다면 브레이크를 전혀 밟을 필요가 없다.

가속 페달과 RoD 버튼을 적절히 사용한 덕에 한계령 구간을 오르내리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이 부분은 가파른 산길을 다닐 때 과도한 브레이크 사용으로 베이퍼 록이나 페이드 현상을 주의해야 하는 내연기관차 대비 확실한 강점이다. 브레이크 패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지비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회생 제동 충전량도 인상적이다. 한계령 꼭대기에 위치한 휴게소에 도달했을 때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109km였지만, 내려온 뒤 표시한 주행가능거리는 134km이다. 불과 10여분 만에 주행가능거리가 25km나 늘어났다. 게다가 실제 주행가능거리는 표시보다 훨씬 더 길다. 

사실 양양에서 운전대를 넘겨받았을 때부터 마음 속 한 켠에는 불안감이 있었다. 앞서 서울에서 양양까지 달리고 남은 주행가능거리가 178k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 탓에 에어컨도 사용해야 했고 고저차가 큰 코스 였기 때문에 배터리가 부족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달렸는데, 결과적으로는 기우였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주행가능거리는 여전히 23km나 남아있었다. 약 400km를 달리는 동안 평균연비는 공인연비(5.4km/kWh)보다 우수한 6.8km/kWh를 기록했다.

그제서야 “충분히 서울까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했던 한국GM 관계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만, 겨울에는 전기차 특성상 효율이 20~30% 떨어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엔진음이 없는 전기차인 만큼, 고속에서는 풍절음이나 로드노이즈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들려온다. 첨단 주행 보조 사양도 아쉽다. 전방 충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보조 등은 탑재됐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등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았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부터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까지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2020년형 볼트EV는 배터리 용량 확대를 통해 서울-양양을 왕복할 수 있는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여기에 50kW 급속 충전으로 1시간 만에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심 출·퇴근에도, 여가활동을 위한 중·장거리 주행에도 매력적이다. 전기차 원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용량이 늘었음에도 동결된 가격(4593만~4814만원, 개소세 인하분 반영) 또한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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