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개학 후 이어지는 ‘민식이법 논쟁’…쟁점은?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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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29 10:00
[MG수첩] 개학 후 이어지는 ‘민식이법 논쟁’…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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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충남 아산시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故 김민식 군이 사망했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재발 방지와 처벌 강화에 대한 여론이 일었고, 그해 12월 국회에서 사고 어린이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통과됐다. 

6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민식이법은 뜨거운 논쟁거리다. 교통안전 시설을 확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모두가 동의하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성립 여부를 판가름 짓는 안전운전 의무 준수 여부를 비롯, 고의성이 없는 불가피한 사고에 대해 형량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등 문제가 제기됐다. 민식이법을 둘러싼 쟁점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 민식이법 핵심은 사고 예방과 처벌 강화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 등에 관한 개정안’ 등 두 가지 조항이 결합됐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 시설 확충 의무화와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상해 또는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를 묶은 패키지 법안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12조 4항과 5항 신설을 담고 있다. 4항은 각 지방 경찰청 및 지방자치단체에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설치 의무를 부과했고, 5항은 신호등과 안전 표지판, 과속 방지턱, 미끄럼 방지 시설 등 설치를 명시한다.

특가법에는 5조 13항이 신설됐다. 이는 교통사고 특례법 3조 1항(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해야 할 의무)을 위반한 자를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망 사고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 사고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이와 별개로 스쿨존 불법 주정차 행위도 금지한다. 불법 주차 과태료와 범칙금은 최대 3배까지 상향되고, 2022년까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위치한 노상 주차장도 모두 폐지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공영 주차장과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등도 포함된다.

#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 OECD 중 6번째

경찰 집계에 따르면, 스쿨존 내에서 발생한 만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연 평균 400건 이상이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 427건이 접수됐고, 2015년 541건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점차 감소 추이를 나타낸다. 

사고 유형은 자전거를 포함한 차대차 사고(63.1%)가 가장 많았고, 차대인 사고(35.6%)가 그 뒤를 이었다. 가해운전자의 법규 위반은 전방주시 태만 등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53.9%, 신호위반 11.4%,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9.3% 등이며, 과속 사고는 0.4%를 차지했다.

요약해보면 만 12세 미만 어린이 교통사고는 하교 시간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야기된 차대차 사고가 가장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린이 교통사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나타났지만,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만명당 평균 0.3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0.44명으로 37개 회원국 중 6번째로 높다. 

# 민식이법, 논란 쟁점은?

민식이법은 교통 약자인 어린이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와는 별개로, 일부 조항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특가법 개정안과 기존 교통사고 특례법 3조 1항에 명시된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해야 할 의무’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제한속도 30km/h를 준수하더라도, 운전자가 안전운전 의무를 준수했는지에 대한 사법 당국의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한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안전운전 위반 여부의 기준에 대해 도로교통법 27조와 49조를 꼽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어린이 교통사고 위험 판단 여부에 따른 정차 의무,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택시처럼 실내 운전자를 비추는 블랙박스가 없다면, 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법원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과실 여부도 쟁점이다. 경찰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 등을 통해 구체적인 판단 노력을 약속했지만, 교통사고 경험자들은 인명 피해 발생 시 ‘100:0’ 과실 성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교통사고가 과실 범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형량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폭행이나 강도, 살인 등 고의성이 명백한 사건도 민식이법 보다 낮은 형량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도 “과실의 경중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져야 한다”며 처벌 수준에 대한 재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단속 시간대에 대한 실효성도 의문이 제기됐다. 스쿨존 단속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에서는 스쿨존 단속을 24시간 시행하고 있다. 경찰이 조사한 시간대별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비중에 따르면, 등교 시간 6~10시(10.8%), 하교 시간 14~18시(40.8%)에 사고가 집중된다. 반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발생 비중은 1.1%다.

예방 조치 없이 형사 처벌만 우선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5월부터 법 적용과 단속이 시작됐지만, 정작 스쿨존에 대한 교통안전 시설 강화 완료는 오는 2022년까지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문제는 아직 민식이법 처벌에 대한 판례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6월 초까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총 72건으로, 이 중 5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보는 시각과 법원의 판단에 대한 기준점이 없어 일선에서 혼란을 빚고 있다.  

이어 논란이 되는 민식이법 쟁점 사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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