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캘리그래피, 정말 살만할까?…가성비로 따져봤다
  • 최하림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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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28 10:40
팰리세이드 캘리그래피, 정말 살만할까?…가성비로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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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출시 후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계약 후 출고 시점이 크게 늦어지는 것도 팰리세이드부터 시작됐다. 이 차는 높은 인기와 별개로 내수 및 수출형 모델의 사양 차이가 논란이 됐었다.

이는 내수형에서 찾아볼 수 없는 12.3인치 풀 LCD 계기판이 미국형에 앞서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사양과 트림 추가 등 추측성 이야기가 오갔다. 그리고 팰리세이드가 국내 출시된 지 1년 6개월 만에 해당 사양을 보강해 새롭게 출시됐다. 2020 팰리세이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20 팰리세이드는 두 가지 트림을 신설하고, 외장 및 실내 색상을 세분화했다. 그 결과, 더 뉴 그랜저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캘리그래피 트림과 2열 편의성을 대폭 보강한 VIP 트림이 추가됐다. 이어 레드 와인을 연상시키는 시에라 버건디, 캘리그래피 전용 외장 컬러인 레인 포레스트 등이 더해졌다.

참고로 2020 팰리세이드 출시 보도자료가 배포된 때는 5월 6일이다. 전시차는 보도자료 배포를 기점으로 전시장에 깔리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이 차는 예외였다. 지점과 대리점에 전화를 돌려 확인한 결과, 본격적으로 전시차가 풀리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3주가 흐른 뒤였다. 뒤늦게 실물을 살펴보게 된 이유다.

캘리그래피 외관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변화를 더 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뒤 범퍼, 휠 하우스, 그리고 휠 디자인 등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안쪽 디테일이 달라졌다. 기존 직사각형 대신 역삼각형으로 바뀌면서 그 배열이 더욱 촘촘해졌다. 기존 팰리세이드는 4개에서 5개로 배치되어 공간적 여유가 있는 반면, 캘리그래피 트림은 7개와 8개 순으로 배치되어 여백을 찾아보기 힘들다.

앞·뒤 범퍼 하단에 은색을 더한 점은 기존 팰리세이드와 같다. 다만 범퍼 전 영역에 걸쳐 폭넓게 적용했고, 그 부분에 수직 형태의 잔 무늬를 섬세하게 넣었다. 전시차 색상이 어두워 크게 티가 나진 않지만, 휠하우스를 바디 컬러로 마감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캘리그래피와 VIP 트림에 적용되는 20인치 휠은 형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흡사 하이브리드 차에서 볼 법한 요란한 디자인이다. 이는 기존 20인치 휠이 더 좋아 보인다.

캘리그래피 실내는 외관보다 더 많은 차별화를 이뤘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12.3인치 풀 LCD 계기판을 비롯해 차별화된 시트 및 도어 트림 퀼팅 패턴, 타공 형태 반 펀칭 가죽 스티어링 휠, 메탈 스피커, 트렁크 메탈 소재 등을 마련됐다. 12.3인치 풀 LCD 계기판을 제외한 나머지 옵션은 하위급 트림에서 적용할 수 없으며, 오직 캘리그래피와 VIP 트림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12.3인치 풀 LCD 계기판은 다양한 정보를 큰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10.25인치 디스플레이와 온전히 조화를 이룬다. 시트와 도어트림에 적용된 퀼팅 패턴은 기존 마름모꼴 대신 다이아몬드 형태로 바뀌었고, 메탈 소재 스피커 그릴은 고급감을 대폭 높인다. 도어트림, 센터터널에 자리한 앰비언트 라이트는 광량은 약하지만, 실내 분위기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웜 그레이에 적용된 비치 우드 소재. 리얼 우드는 아니지만, 실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연출한다.
웜 그레이에 적용된 비치 우드 소재. 리얼 우드는 아니지만, 실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연출한다.
카키에 적용된 크로스 체크 소재. 텍스처가 짜임새 있게 위치해 있지만, 고급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카키에 적용된 크로스 체크 소재. 텍스처가 짜임새 있게 위치해 있지만, 고급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실내 색상 차이도 눈에 띈다. 캘리그래피 전용 실내 색상은 블랙 원톤, 카키, 베이지 등 총 3가지다. 기존 팰리세이드 실내 색상은 블랙 원톤, 버건디, 웜그레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짓수는 동일하지만, 실내 색상 차이와 별개로 결합되는 소재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소재 고급감만 놓고 보면 6가지 중 웜그레이에 적용되는 비치 우드가 제일 고급스럽다. 고급감을 강조한 캘리그래피의 소재 고급감이 더 떨어진다니, 정말 넌센스다.

반면 12.3인치 풀 LCD 계기판을 비롯해 나파 가죽 시트, 천장 스웨이드 마감, 메탈 소재 페달 및 도어스커프, 운전석 12방향 & 조수석 8방향 전동 시트, 조수석 워크인 디바이스, 7인승 구성 및 2열 통풍시트, 뒷좌석 수동식 도어 커튼, 3열 파워 폴딩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크렐 사운드 시스템,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등 사양 차이는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는 옵션 선택을 통해 하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 가성비는 프레스티지가 더 낫다

앞서 캘리그래피 트림에 대해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지금부터 캘리그래피 트림의 상품성을 따져보려 한다. 상품성 비교는 기존 팰리세이드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와 비교했다. 가솔린 2WD를 기준으로 분석했음을 알린다.

먼저 캘리그래피 전용 사양이 무엇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외관의 경우 앞·뒤 범퍼, 20인치 전용 휠, 바디 컬러 클래딩, 전용 외장 색상(레인 포레스트) 등으로 구성되며, 실내는 퀼팅 패턴, 앰비언트 무드램프, 반 펀칭 가죽 스티어링 휠, 메탈 소재 스피커 및 트렁크 마감, 차별화된 내장 색상 등으로 구성된다. 

반면 그 외 다양한 편의사양은 프레스티지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프레스티지에 별도 마련된 선택 사양인 디자인 셀렉션, 패밀리, 테크 2, 7인승 & 2열 통풍시트 옵션 등을 모두 선택하면 된다. 프레스티지에 해당 옵션을 모두 추가할 경우 캘리그래피와의 가격 차이는 190만원이다.

물론, 그 차이가 엄청 크진 않다. 적게는 4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에 이르는 대형 SUV 구매를 고려하는 고객이 190만원 차이로 인해 결정을 되돌리지는 않는다. 다만 그 차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캘리그래피가 특별한지는 의문이다. 캘리그래피에 적용된 사양 중에서 부럽게 느껴지는 사양은 앰비언트 무드램프와 스피커 메탈 그릴 정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캘리그래피가 고급형임에도 불구하고 고급감이 떨어지는 실내 소재를 조합한 점 역시 구매를 망설이게 만든다.

캘리그래피는 안팎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더하기 위해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그 차별화가 고객 입장에서 마음을 동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캘리그래피를 보면서 프레스티지가 정말 괜찮게 느껴졌다. 과거의 현대차였다면 하위급 트림에는 첨단 혹은 고급 사양을 적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프레스티지는 예외다. 그런 과오를 반성하듯 별도 옵션을 통해 사양 차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팰리세이드 구매 고객에게 꼼꼼하게 가성비를 따진다면 프레스티지, 가격 차이가 아깝지 않다면 캘리그래피가 좋은 선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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