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삐 풀린 전동킥보드, 벌써부터 걱정된다
  • 신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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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21 16:41
[기자수첩] 고삐 풀린 전동킥보드, 벌써부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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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와 관련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운전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자전거도로 주행도 가능해졌다.

법 개정 배경을 살펴보면 ‘사회적·기술적 변화를 법률에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듯하다. 서울 강남과 홍대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대부분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차도와 인도를 이리저리 넘나든다. 신호 위반과 역주행, 횡단보도 승차 통행 등 전동킥보드가 지나가면 보행자와 운전자가 한마음으로 욕설을 내뱉는다.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 날인 21일 0시경, 인천 남동구에서는 전동휠을 타던 50대 남성이 차량과 부딪혀 숨졌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에서도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던 30대 남성이 차량 사고로 사망했다. 이용자의 과실 여부를 떠나 최근 수년간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사고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이용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6년 49건에서 2019년 890건으로, 3년 만에 18배 이상 급증했다.

도로 위는 어린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래놀이터(샌드박스)와 같은 환경이 절대 아니다. 산업적 관점이나 경제적 논리를 떠나, 인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한 사고 예방 중심의 규제 강화가 오히려 필요한 영역이다.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 이제 운전면허는 필요없지만, 도로교통 안전 교육은 필수다. 특히 만 13세 이상 청소년 이용이 가능해진 만큼, 학교나 기업체가 앞장서서 도로교통 안전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기존 원동기 장치에서 자전거 등 유형으로 전동킥보드를 새롭게 분류한다면, 자전거도로에 대한 정비가 먼저다.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 구간을 줄이고, 자전거 전용 도로 확대에 대한 행정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규제 혁신·4차 산업·공유 경제 등과 같은 말로 무분별하게 안전 장치를 풀지 말자. 누구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지 더 치열한 고민과 논의를 거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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