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한국의 테슬라 꿈꿨던 모헤닉, ‘34억 규모’ 투자 사기 논란 왜?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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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30 18:00
[MG수첩] 한국의 테슬라 꿈꿨던 모헤닉, ‘34억 규모’ 투자 사기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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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헤닉은 구형 갤로퍼 리스토어 업체로 잘 알려진 회사다. 한때 국내 클래식카 복원 열풍의 주역이었고, 이후 캠핑 등 레저 인구 증가에 힘입어 성공 가능성도 엿보였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모헤닉 이야기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테슬라 뺨치는 전기차를 만들겠다며 떠들썩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사업 성공은 커녕 오히려 피해자 카페가 등장하며 투자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1월28일에 만들어진 이 피해자 카페는 현재 630여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카페 내에서 모헤닉에 대한 피해 접수를 시작한 것은 지난 3월21일로, 불과 한 달여만에 무려 120여명의 피해자가 나타났다. 피해 금액은 약 34억원으로, 이들 중 대부분은 모헤닉에 투자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모헤닉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터그래프에서 집중 취재했다. 

# 갤로퍼 리스토어로 뜬 회사, 전기차 사업 진출도 선언

모헤닉 순수 전기차 Ms

모헤닉은 지난 2013년 김태성 대표가 설립했다. 가구 디자인과 의류 사업을 하던 그는 2013년 자신이 구매한 갤로퍼를 복원하며 흥미를 느꼈고, 이 시기부터 갤로퍼 리스토어 의뢰를 받기 시작했다.

설립 초기에는 협력업체를 지정해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요구사항이 충족되지 않은 점들은 본인이 직접 보완했다. 이런 구조에 불만을 느낀 김 대표는 이후 파주에 직접 공장을 마련한다. 이것이 모헤닉의 시초다. 사업 영역은 갤로퍼 리스토어에서 이후 셸비 코브라 레플리카 제작, 커스텀 모터사이클 영역까지 확대됐다.

아웃도어 열풍이 본격화됨에 따라 모헤닉이 만든 갤로퍼는 금세 주목을 받는다. 회사 고객으로 영화배우 김수로와 김민종, 개그맨 배칠수 등 유명 인사들도 있었다. 특히, 앞선 세 연예인은 모헤닉의 사외이사까지 지내며 회사 홍보와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모헤닉 순수 전기 바이크 UB46E

2016년 모헤닉은 주주총회를 통해 ‘전기차 전문 제작사’로 도약을 선언한다. 설계와 생산, 배터리 공급 등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고 천명했다.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기차 플랫폼 및 인공지능 서비스,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도 내놓았다.

그간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모헤닉은 포스코, LG하우시스, 티피티, 프로파워, 서울대학교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거나 공동 연구개발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포스코와는 차량용 마그네슘 강판을, LG 하우시스와는 차량 인테리어 개발을 협력한다고 주장했다. 티피티와는 감전 방지 기술을, 프로파워는 연료전지 기술을 공동 연구개발한다고 밝혔다. 

# 자동차용 마그네슘 부품 개발…포스코는 손 뗐다

모헤닉은 지난 2016년 포스코와 자동차용 마그네슘 부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마그네슘 바디에 대한 기술 특허권을 모두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포스코와 모헤닉 간의 협업은 사실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확히 협업은 논의됐으나,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모헤닉과 체결한 양해각서의 효력은 2018년부로 만료됐다”며 “그간 협업 진행 사항도 없었고 현재 모헤닉 측과 관련된 논의도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2019년 마그네슘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미 앞서 관련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후 시장 규모상 중소기업에서 운영하는 것이 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LG 하우시스 “사실무근!”

모헤닉 측은 LG 하우시스와의 협업도 언급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회사 측은 김태성 대표의 인터뷰, 김 대표의 개인 블로그, 그리고 보도자료 일부 등에서 관련 주장을 펼쳤다. 차량용 복합소재 개발과 모헤닉 전기차 인테리어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반면, LG 하우시스는 관련 주장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모헤닉 측 요청에 의해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적은 있지만, 공동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LG 하우시스 관계자는 “모헤닉과 사업 관련된 협약을 체결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밝히며 “그 회사가 우리(LG 하우시스)와 함께 한다고 말하고 다니냐”며 다소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 정정합니다

모헤닉과 LG 하우시스는 실내 부품 개발과 관련해 2018년 3월 MOU를 체결했습니다. 다만, LG 하우시스 측은 실제 협업은 진행되지 않았으며, MOU 기간도 종료됐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모헤닉이 주장한 전기차 플랫폼 복합소재 개발은 양사가 업무 논의만 나눴을 뿐, MOU를 체결하거나 협업 단계로 진행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 연료전지 합작회사 출범 “없던 일로”

모헤닉은 2016년 메탄올 연료전지 기업 프로파워(現 가온셀)와 함께 ‘모헤닉 파워팩토리’란 이름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프로파워는 메탄올 및 수소연료전지를 전문으로 하는 화학에너지 기업이다.

모헤닉은 이를 기반으로 ‘충전 없는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양사 간 합작법인 출범은 최종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 설립 과정에서 프로파워(現 가온셀)가 보유한 원천 기술 특허 사용권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온셀 관계자는 “다양한 전동 모빌리티를 내놓겠다는 말에 특허를 활용할 수 있는 통상 사용권 부여를 제시했지만, 당시 모헤닉은 특허를 독점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사용권을 요구했었다”며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 우리 측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곤란한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모헤닉은 2017년 전기차 Ms를 공개하며, 삼성 SDI 배터리 셀이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전기차 개발 ‘감감무소식’

모헤닉이 공개한 경상용차 플랫폼
모헤닉이 공개한 경상용차 플랫폼

2017년 6월 모헤닉은 전기차 Ms의 제작 발표회를 열고 사전예약을 개시한다. 성능에 따라 세 가지 트림으로 구성되며, 특히 고성능 모델인 Ms72S는 “테슬라와 맞먹을 것”이라 주장했다. 발표된 제원 자료에 따르면, Ms72S는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50km,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초대 가속 성능을 갖췄다.

2018년 12월 모헤닉은 Ms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는 보도자료를 낸다. 회사는 당시 “2019년 초 첫 시제품 발표회를 열고, 202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성과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밖에 전기 바이크 UB46E, 경형 전기상용차 플랫폼 개발 등 다양한 전기차 소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기 오토바이는 국토부 인증이 완료된 2019년 11월 이후 단 한 건의 인도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2020년부터 한국GM 라보 ·다마스를 대체할 전기 상용차를 출시하겠다는 소식도 이후 업데이트가 되고 있지 않는다.

# 베일에 싸인 전기차 기술력, 전문가들은 “글쎄”

모헤닉이 공개한 전기차 플랫폼 1.0
모헤닉이 공개한 전기차 플랫폼 1.0

모헤닉 전기차 Ms에 적용될 것이라 언급됐던 주요 신기술도 그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회사는 사륜 인휠(In-Wheel) 모터를 탑재할 것이라 밝혔지만, 업계 및 학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인휠 모터는 말 그대로 휠 내부(혹은 휠과 직접 연결된 모듈)에 전기모터와 제동장치를 장착하는 기술이다. 휠과 전기모터를 직접 연결하는 인휠 모터의 개념은 1884년 미국에서 특허가 등록됐다. 이후 1897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전륜 두 바퀴에 인휠 모터를 장착한 전기차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인휠 모터는 전기모터가 각 바퀴를 직접 구동하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 적고 효율성이 높다. 또한, 공간 활용성도 뛰어나다. 지금까지 여러 업체가 콘셉트카 개념으로 인휠 모터를 선보인 바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양산차를 내놓은 곳은 없다.

문제는 각각의 모터를 주행 상황에 맞춰 즉각적으로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한 통합 제어 기술가 필요하다. 더불어 휠 사이즈에 맞춘 작은 모터로는 가속이나 오르막 시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모헤닉의 인휠모터 독립제어 플랫폼
모헤닉의 인휠모터 독립제어 플랫폼

지난 2017년 CES에서 인휠 모터 기술을 공개한 현대모비스 측에 문의한 결과, “2~3년이 지난 지금도 인휠 모터 기술은 양산차에 적용될 수준은 아니다”라며 “출력 및 토크가 제한적이라 보조동력으로 사용하거나, 초소형전기차 혹은 카트와 같은 아주 작은 이동수단에 들어갈 정도”라고 답했다. 

한양대학교 전기생체공학부 이형철 교수도 “인휠 모터는 그 개념이 등장한지 수십년이 지난 기술이지만, 전기차 시장에서 주류로 통용되고 있는 기술은 아니다”라며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기술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황성호 교수도 “미쉐린이 이를 양산화 하고자 시도한 바 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안다”며 “인휠 모터의 특성상 주행 중 손상 가능성도 높아 실험실에서 탄생한 일부 차량을 제외한다면 양산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 영암 공장 연 100대 생산?

모터그래프 취재진이 찾은 영암 드림 팩토리. 건물은 지난 27일 1차 법원 경매에서 유찰됐다.

김태성 대표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2017년 3월부터 연간 100대 이상 모헤닉 G(갤로퍼 리스토어 모델)와 Ms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모헤닉 G 생산량은 미미한 수준이고 전기차 Ms는 실체조차 없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모헤닉이 사업을 본격화한 2013년부터 2020년 2월까지 이뤄진 정부의 갤로퍼 구조변경 승인 차량은 총 214대다. 이 중 엔진 사양이 모헤닉 G와 동일한 차량은 총 72대로 집계됐다. 1년은 커녕 회사가 설립된 이래 7년간 100대도 생산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는 2013년 2대를 시작으로, 2014년 7대, 2015년 12대, 2016년 21대, 2017년 4대가 등록됐다. 영암 드림팩토리가 완공된 2018년에는 12대, 2019년 2월까지는 14대가 구조변경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기간 집계된 모든 갤로퍼를 모헤닉 G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19년 2월 이후 일반 고객에 인도된 차량이 단 1대도 없다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김태성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리스토어 사업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관련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사업은 전혀 진척되지 않았고, 전기차 비즈니스도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생산 시설인 파주와 영암 공장은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까지 모헤닉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회사 행보를 간략히 살펴봤다. 다음은 최근 이슈가 불거진 투자 사기 논란을 짚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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