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잘 샀고 잘 탔고 잘 팔았다 [안녕 포르쉐-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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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02 09:00
포르쉐 911, 잘 샀고 잘 탔고 잘 팔았다 [안녕 포르쉐-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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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는 직거래가 답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중고 거래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만나야 서로 간 이익이 크다. 다만, 중고차의 경우 연식과 주행거리, 관리 방법 등에 따라 차량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더욱이 이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를 찾는다. 특히 911처럼 1억원이 넘는 수입 스포츠카의 경우 사려는 사람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중고차 매매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터그래프도 앞서 포르쉐 박스터나 BMW M4를 딜러를 통해 매각했다. 다만, 불과 몇 달 뒤 10~15% 인상된 가격으로 거래된 것을 알게되면 배가 아플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도 이번에는 직거래에 도전했다. 앞서 소개한 SK엔카 진단 등록 서비스 외에도 셀프 등록 방식으로 차량을 접수했다. 셀프 등록은 2만4000원 수수료가 부과되며 차량 번호를 입력한 후, 옵션 및 특이사항부터 주행거리, 차량 사진 등을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기본 등록 수수료 외에도 핫마크·우대등록·모바일 우선노출 등을 원하면 추가금을 지불해야 한다. 매매사업자가 아닌 일반 회원은 셀프 등록이 연 3회로 제한된다.

# 눈물의 가격 인하, 그리고 뜻밖의 문의

SK엔카에 최초로 입력한 가격은 1억3500만원이다. 일주일 간 조회수는 약 500건에 불과했다. 우대 광고가 적용돼 상위에 노출된 매물들이 1만건 가량 조회수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초라하다. 비슷한 매물 가운데서도 가격이 높았다. 논의 끝에 가격을 500만원 내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카카오톡으로 첫 문의가 들어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중고차 딜러였다. 매입하겠다는 의사인줄 알았는데, 차량을 위탁 판매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위탁 판매란 중고차 딜러가 차량 판매를 대행해주는 방식이다. 최종 판매 전까지 차량 매각 대금을 받을 수 없고, 당연히 소유권 이전도 할 수 없다. 주행거리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그리고 언제 팔릴지 기약이 없기에 과감히 거절했다. 

무엇보다 위탁 판매 수수료도 아까웠다. 앞서 매각한 박스터와 M4가 두 자릿수의 높은 마진을 붙여 재판매되는 걸 보고 기분이 언짢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몇몇 문의가 이어졌지만, 딜러이거나 지나친 가격 조정을 요구했다.

그 가운데, 가격 인하 전 연락을 취했던 분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법인 리스를 통해 차량을 구입하길 원했고, 직접 보고 싶다며 회사 앞까지 찾아오겠다는 의사도 표시했다. 그렇게 ‘덜컥’ 911의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 중고차 매매, 역시 발품을 팔아야

한 달여간 경험해본 중고차 판매 도전은 흥미로웠다. 각 플랫폼의 특성을 파악하고, 소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히 911이란 매물의 특수성도 컸다. 1억원 이상 높은 가격과 낮은 거래 물량, 차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옵션표, 그리고 최근 출시된 신형 모델의 존재까지 변수가 많았다. 그에 따른 플랫폼별 차이가 극명히 나뉘었다.

KB차차차, 중고나라, 첫차, 헤이딜러 등 모바일 앱 기반의 중고차 경매 플랫폼은 기존 중고차 업계가 가진 불편함을 잘 파악했다. 비슷한 성격도 있지만, 분명 구분되는 특징도 각각 지녔다. 손에서 언제나 들고다니는 스마트폰을 활용했기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사람 만나기가 두려워진 시국에 적합한 비대면 서비스란 점도 매력적이다.  

오프라인 판매 채널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각 브랜드마다 뚜렷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SK엔카는 자체적인 보증과 높은 유입률이 강점이었고, AJ셀카는 오프라인 방문 진단과 앱 기반의 역경매 방식을 결합한 점이 유용해보였다. K카는 직영이란 신뢰성과 법인차량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특화 서비스를, 포르쉐 인증중고차는 해당 차량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깐깐하게 진단한다는 점에서 더 믿을 수 있었다.

각각의 장단점과 성격을 잘 파악한다면, 차를 팔 때뿐 아니라 살 때도 그에 맞춘 채널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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