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XM3 vs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①실내편
  • 최하림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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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0 17:42
르노삼성 XM3 vs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①실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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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소형 SUV 전성시대다. 부족함 없는 실내 공간과 다양한 활용성, 개성 넘치는 디자인, 부족함 없는 파워트레인, 합리적인 가격 등을 이유로 소형 SUV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때 쌍용차 티볼리가 독점하던 이 시장은 경쟁력 있는 신차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이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개성을 중히 여기는 시장인 만큼 각자 서로 다른 매력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새롭게 선보인 르노삼성 XM3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시승했다. 각자 매력이 분명했고, 그동안 해당 메이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뛰어난 완성도와 상품성을 충실히 갖췄다. 직접 체험한 XM3와 트레일블레이저를 비교해봤다. 먼저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 풀 옵션 모델로, 가격은 XM3 RE 시그니처 2710만원(선루프 제외), 트레일블레이저 RS 3072만원임을 밝힌다.

# 고급감은 XM3, 개성은 트레일블레이저

좋은 소재를 곳곳에 적용한 XM3(좌)와 화려한 디테일의 트레일블레이저(우)

실내 고급감은 XM3가 우위를 점했다. 이 차급에 쓰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질 좋은 소재들이 곳곳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XM3는 손에 닿는 느낌이 좋은 소프트 터치(르노삼성 명칭 소프트 폼) 소재를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 더하고, 시트 상단부에 스웨이드(블랙 시트 패키지 선택 시)를 더해 고급감을 높였다. 특히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를 감싼 가죽 소재는 독일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 적용된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를 비롯해 누르고 돌리는 조작감을 잘 구현한 버튼 및 다이얼 등은 확실히 신경을 써서 만든 티가 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소재에 있어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느껴질 뿐, 쉐보레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집약한 느낌이다. 오히려 눈에 띄는 화려한 디테일은 이쪽이 훨씬 더 많다. 

스포티함을 강조한 최상위 트림답게 계기판과 기어 레버, 대시보드, 시트 등 주요 항목에 레드 포인트를 더하고, RS 로고를 각인했다. 검게 변한 쉐보레 보타이 엠블럼, 카본 파이버 룩 패턴을 더한 트림 역시 ‘끼부림’의 일환이다. XM3와 마찬가지로 버튼과 다이얼은 조작감도 잘 살아있다. XM3와 비교해 버튼 수가 많아 자칫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직관적인 조작성은 더 우수하다.

# 계기판은 XM3, 오디오 조작은 트레일블레이저

그래픽이 휘몰아치는 XM3(좌)와 빨간 띠를 두른 트레일블레이저(우)

트레일블레이저는 계기판에 빨간 띠를 두르고, RS 로고를 각인했다. 그렇다 해도 태생부터 남다른 계기판보다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XM3의 10.25인치 클러스터는 시동을 걸면 화려한 그래픽이 휘몰아친다. 상대적으로 트레일블레이저 계기판은 한 세대 전 모델처럼 느껴졌다. XM3 계기판은 세 가지 테마 설정이 가능하며, 내비게이션 화면을 계기판에 띄우는 맵인 클러스터 기능까지 더했다. 동급 소형 SUV 중 가장 화려하고 남다른 구성을 갖췄다.

오디오 컨트롤러가 운전대 우측 하단에 위치한 XM3(좌)와 운전대 뒤편에 붙어 있는 트레일블레이저(우)

르노삼성과 쉐보레 차량은 오디오 볼륨 조절 및 스킵 버튼 위치가 남다르다. XM3는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에 오디오 컨트롤러가 위치하고, 트레일블레이저는 패들 시프트가 있을 법한 자리에 오디오 스킵(좌) 및 볼륨 조절(우) 버튼을 배치했다. 처음에는 뭐 이런 차들이 다 있나 싶지만, 차를 타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심지어 강한 만족감을 나타내는 오너도 상당수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오디오 조작은 트레일블레이저의 승리다. 기존 쉐보레를 타던 입장에서 한치의 어려움 없이 조작할 수 있다. 이 기능이 낯설 경우 센터패시아 다이얼로 볼륨을 조절하면 된다.

반면 XM3는 오디오 컨트롤러가 변경되며 직관적인 조작이 어려워졌다. 기존 오디오 컨트롤러는 손가락 끝을 당겨 상하 볼륨 조절이 가능했지만, 새로운 버튼은 하나하나 눌러야 하는 형태로 바뀌며 직관적인 조작이 어렵다. 그외 볼륨 조절 방법은 디스플레이 터치뿐이다. 이래저래 번거롭다.

# 인포테인먼트는 무승부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XM3(상단)와 8인치 디스플레이의 트레일블레이저(하단)

두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장단점이 분명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승패를 구분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XM3는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한 퀵 버튼을 하단에 배치했다. 화려한 그래픽은 감동적이며,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티맵 내비게이션은 마침내 우리가 봐오던 익숙한 그래픽을 제공한다. 업데이트도 자동으로 이뤄지는 남다른 장점을 갖췄다.

이 정도면 무슨 단점이 있을까 싶지만, 어설픈 점도 적지 않다. 디스플레이 터치 반응은 굼뜨고, 퀵 버튼이 프롤로그 같은 역할을 하다보니 기능 작동을 위해서 일일이 버튼을 눌러야 한다. 심지어 후방카메라 화질은 360P(유튜브)에 버금간다.

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8인치 디스플레이 구성을 갖췄다. 비교적 평범해 보이지만, 과거 MS-DOS를 연상시키던 기존 쉐보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비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수준이다. 나눔고딕을 떠올리는 깔끔한 폰트와 간결한 구성, 크게 배치된 버튼, 어떤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메뉴로의 전환이 가능하게끔 마련된 하단 메뉴 버튼 등을 갖췄고, 무엇보다 터치 반응이 빠르다. 한때 절망적이었던 후방카메라 화질은 1080P가 되어 돌아왔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에서 발목을 잡혔다. 업데이트 영향인지 과속 단속 구간 안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명칭 검색은 검색되지 않아 매번 주소 검색을 사용하게 만든다. 

# 운전자 시야와 좌석 여유는 트레일블레이저

쿠페형 디자인의 한계를 보인 XM3(상단)와 넉넉한 트레일블레이저(하단)

사실 차체 형상을 봤을 때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전형적인 SUV 형태를 한 트레일블레이저에 비해 쿠페형인 XM3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패스트백을 채용한 다른 차와 마찬가지로 룸미러로 보이는 시야가 좋지 않다. 

핵심은 앞좌석에 앉았을 때 보여지는 시야 차이다. 시트를 최대한 낮추고 비교적 등받이를 꼿꼿이 세웠을 때 트레일블레이저는 XM3 대비 주먹 두 개 정도에 해당하는 시야가 추가로 확보됐다. 예를 들어 XM3를 탔을 때 보이지 않는 신호등이 트레일블레이저를 탔을 때는 잘 보인다는 말이다. 물론 차체 형상과 별개로 XM3 시트 포지션이 높은 편이란 변수가 있다.

뒷좌석도 일방적인 승리다. XM3는 체형에 따라 적당하거나 살짝 비좁게 느껴지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그냥 넓다. 앞좌석 시트 포지션을 체형에 맞춘 다음 뒷좌석에 정자세로 앉았을 때 XM3는 헤드룸 주먹 반개, 레그룸 주먹 1/4개 정도가 들어간다. 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헤드룸 주먹 한 개, 레그룸 한 개 반이 들어간다. 특히 앞좌석 밑에 파인 공간이 압권이다. 사진처럼 2리터 생수통 3개는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깊고 넓은 공간이다. 경우에 따라 발을 넣거나 꽤 부피가 큰 짐을 넣는 등 다양한 활용도 가능하다.

# 기본 수납은 XM3, 최대 적재 공간은 트레일블레이저 

자그마한 센터콘솔의 XM3(좌)와 실용적인 공간의 트레일블레이저(우)

트레일블레이저는 실내 곳곳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운전석 좌측 간이 수납함과 기어 노브 하단 컵 홀더, 꽤 넓고 깊은 센터 콘솔, 그리고 차급에 걸맞은 글로브 박스 등을 갖췄다. 특히 기어 노브 하단에 있는 공간은 꽤 깊어 DSLR 카메라도 수직으로 넣어둘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다.

이렇게 따지면 XM3가 열세인 것처럼 보인다. XM3는 기어 노브 하단 컵 홀더와 자그마한 센터 콘솔을 갖추고, 조수석 쪽에 그물망을 설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더욱이 간과해서는 안될 강력한 한방이 있다. 바로 글로브 박스다. 사진은 없지만, QM6에서 보던 글로브 박스가 XM3에 적용됐다. 이는 절대 비교 불가다.

기본 용량이 더 넓은 XM3(좌)와 폴딩 활용도가 높은 트레일블레이저(우)

트렁크 공간을 말하기에 앞서 제원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XM3는 트레일블레이저 대비 전장이 159mm 길고, 전폭은 12mm 더 넓다. 전고는 트레일블레이저가 94mm 더 높다. 사실 두 차량의 크기 차이를 꽤 큰 점을 감안하면 불공평한 경기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최종적으로 트레이블레이저의 적재 용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 트렁크 용량은 XM3가 더 넓다. XM3는 기본 485리터이고, 러기지를 걷어낼 경우 513리터까지 확장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기본 460리터다.

차이는 2열 폴딩 시 드러난다. XM3의 낮은 전고와 쿠페형 모양이 발목을 잡는다. 2열 폴딩 시 XM3는 1333리터, 트레일블레이저는 1470리터다. 사실 두 차량의 트렁크 공간 활용성은 평균 이상이다. 차급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두 차량 모두 러기지를 2단에 걸쳐 고정할 수 있게 해둔 점이나 주요 수납 공간 외에도 자그마한 물건들을 수납할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이 마련됐다. 그리고 두 차량에 적용된 러기지의 만듦새 또한 상당히 견고하다.

# 최신 IT 사양은 XM3

10.25인치 LCD 계기판의 XM3(좌)와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가 적용된 트레일블레이저(우)

쉐보레 트랙스가 터를 다지고, 르노삼성 QM3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으며, 쌍용차 티볼리가 주요 시장으로 자리잡게 만든 소형 SUV 시장이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뛰어든 결과, 이 시장에 속한 차들의 완성도와 상품성이 엄청나게 향상됐다. 사실상 이 차들의 경쟁력은 한두 차급 위를 넘볼 수 있을 정도다.

XM3는 신차 타이틀에 걸맞은 다양한 기술을 동급 최초로 더했다. 맵인 클러스터 기능을 더한 10.25인치 LCD 계기판과 면적 기준으로 제일 큰 9.3인치 디스플레이, 실내 공기질을 보호하는 에어 퀄리티 센서, 컴바인드 필터, 스마트키를 감지해 자동으로 문을 잠그고 여닫는 오토 클로징 & 오픈, 주차 조향 보조 및 360도 주차 보조 기능 등을 갖췄다. 정말 엄청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그에 비해 가짓수는 많지 않다. 무선 연결되는 애플 카플레이는 그리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핵심은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다. 소형 SUV에 이 기능이 적용될 줄 몰랐다. 심지어 트레버스처럼 리어 범퍼 하단에 보타이 엠블럼에 발을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다. 다만 인식률은 그리 좋진 않다. 결과적으로, 둘 다 보통은 아니다.

1편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 둘의 승부를 가리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특히 개인 취향, 사용 패턴에 따라 이 둘의 승부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하길 바란다. 다음편에서는 XM3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주행 장단점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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