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CT200h, 섬세한 하이브리드 해치백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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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02 19:18
[시승기] 렉서스 CT200h, 섬세한 하이브리드 해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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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200h는 여러모로 일반적인 렉서스와 다르다. 우선 렉서스 최초의 해치백이자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점이 그렇다. 연료효율성이 극대화됐으며 전륜구동인 점도  ES와 함께 특이한 점이다.

차별점은 또 있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그래서 연령대 높은 임원들이 수두룩하고 ‘남성 파워’가 절대적이다. 그런데 그런 렉서스가 CT200h의 운명을 렉서스 최초의 여성 수석 엔지니어인 ‘치카 카코(Chika Kako)’에게 맡겼다. 그녀는 2012년 6월 CT200h의 수석 엔지니어로 임명돼 곧바로 신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렉서스 CT200h 수석 엔지니어 치카카코

그래선지 유독 섬세하고 친절하다. 남들이 신경쓰지 않는 곳까지 정성들여 마감했고 디자인도 꼼꼼하다. 또 최근들어 부쩍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렉서스의 특징도 담겼다. 치카카코 또한 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운전의 즐거움’이라고 꼽기도 했다. 

그러나 렉서스는 렉서스다. 마감의 품질 수준에서 일반 도요타와는 급을 달리한다. 

◆ 확 바뀐 얼굴, F 스포트의 강렬함까지 더해져

이번에 출시된 CT200h는 일부 외관 디자인이 변경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스핀들 그릴이 적용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헤드램프나 테일램프의 변화는 크지 않다. 렉서스 최초로 적용됐다는 ‘블랙 루프 스킨’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앞뒤 범퍼도 조금씩 디자인이 변경됐지만 이젠 충격이 크지 않다.

 

어쨌든 스핀들 그릴은 눈에 확 들어오고 그로 인해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전에는 차분한 모범생 같았는데 이번엔 좀 까칠해진 느낌이다. LED 주간주행등도 새롭게 변경됐는데, 헤드램프 때문인지 중간에 이가 빠진 디자인이어서 다소 엉성한 느낌도 든다. 

 

렉서스 최초의 해치백이라지만 어색함은 크지 않다. 정통 해치백의 비율을 잘 따랐다. F 스포트 모델에는 스핀들 스릴과 함께 과격한 인상을 주는 앞범퍼와 리어스포일러, 디퓨저 등이 장착됐다. 단순히 멋을 위한 패키지가 아니다. 리어스포일러나 디퓨저는 무척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공기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차체 뒷부분이 세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해치백의 약점도 보완해준다.

 

실내의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팝업 스타일에서 고정식 타입으로 변경됐다. 이를 제외하면 새로운 것은 없다. 몇년이 지난 디자인이지만 촌스럽지 않다. 직관적인 구성은 누구에게나 사용 편의성을 높여준다. 오히려 어지간한 국산차보다 사용하기 쉽다.

 

2세대로 발전한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는 여전히 장점인지 단점인지 갸웃거리게 만든다. 분명 BMW iDrive나 아우디 MMI에 비해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긴 쉽다. 컴퓨터 마우스처럼 움직이고 조작도 그와 비슷해서다. 하지만 마음대로 조작되는 커서를 움직여 원하는 부분을 클릭하자니 꽤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점은 아쉽다. 

 

실내 곳곳에선 여성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가죽 스티어링휠의 스티치는 마치 야구공의 정교한 실밥을 보는 듯 하다. 도어 트림이나 센터 콘솔의 가장자리, 컵홀더 주변 등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은 부드러운 인조 가죽으로 마무리했다. 소형차도 렉서스가 추구하는 바는 똑같다.

◆ 이론은 이론일 뿐, 현실에선 조금 다르다 

렉서스의 이론상으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정말 궁극의 기술인 것 같다. 출발과 동시에 곧바로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전기모터가 다소 빈약한 엔진을 돕는다. 배기량을 낮춘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과 비교할 수 없는 정숙성을 지녔다. 전기모터로만 움직일 수 있으니 연료효율성은 더욱 극대화된다.

CT200h의 시스템 출력은 136마력이며 최대토크는 35.6kg.m다. 2.0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된 폭스바겐 골프와 비슷하고 최대토크는 오히려 더 높다. 하지만 전기모터는 너무 빨리 고개를 숙이는 경향이 있고, 99마력에 불과한 가솔린 엔진은 몸을 들썩이게 하지 못한다. 힘을 짜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회전수를 극도로 높게 가져가고 배터리가 빵빵하게 충전된 상태에서 전기모터를 쌩쌩 돌려야 한다.

 

디젤 엔진처럼 힘 있게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엔진과 전기모터가 무리 해야한다. 당연히 연료효율은 복합연비만큼 나오기 힘들다. 연비를 위해서 섬세한 운전이 요구되는 셈이다. 막 굴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연비를 기록할 수 있는 디젤 엔진과 사뭇 대조된다. 하지만 섬세한 발끝 컨트롤을 통해서 얻어지는 효율성은 무시하지 못한다. 더욱이 CT200h는 전기모터로만 최대 2km까지 달릴 수 있다. 막히는 도심을 생각하면 굉장히 솔깃하다.

실제로 천천히 발진하는 느낌은 전기차와 비슷하다. 아무런 소리도 없다. 대략 시속 30km를 넘어서면 가솔린 엔진이 동작하기 시작하는데 서로 임무교대하는 것이 무척 깔끔하다. 애초에 가솔린 엔진 자체의 정숙성도 탁월해 낮은 속도에서는 소리로 분간하기 조차 힘들다. 

 

겉으론 보이지 않지만 CT200h 페이스리프트는 매우 큰 변화를 겪었다. 차에서 가장 중요한 골격을 새롭게 다듬었다. 신형 IS를 제작하며 얻은 노하우가 고스란히 이어졌다. 스팟용접과 접착제 사용을 늘렸다. 덕분에 차체 강성은 향상됐고 잠들어있던 주행감각이 깨어났다. 특히 렉서스가 최근 가장 공들이고 있는 핸들링은 결코 유럽 정통 해치백에 뒤처지지 않는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스티어링은 제법이다. 코너에서 속도가 잘 안나서 그렇지 꽤 날카롭다. 또 렉서스 중에서 서스펜션은 가장 단단한 편이어서 하중을 떠받치는 능력도 탁월하다.

 

시트의 느낌은 동급을 넘어선다. 편안한 시트에 일가견 있는 볼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촉감과 적당한 쿠션은 허리, 엉덩이 등을 효과적으로 받쳐준다. 작은 차지만 장거리에도 피로감이 덜한 것은 편안한 시트가 한몫을 한다. 이에 반해 뒷좌석 공간은 특출나지 못하다. 공간적으로 내세울 것이 없고, 별도의 송풍구가 마련되지도 않았다.

 

얼굴이 바뀌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다듬어진것 보다 소비자들을 강력하게 유혹하는 것은 새로운 가격이다. 슈프림 모델은 210만원, 시승한 F 스포트는 410만원 가격이 낮아졌다. 그래서 가격은 각각 3980만원, 4490만원이다. 여전히 매우 저렴한 편은 아니고, 이 가격대에는 쟁쟁한 경쟁자가 많지만 하이브리드에 적용되는 각종 세제 혜택을 감안하면 어쨌든 가격 경쟁력은 조금이나마 높아진 셈이다.

* 장점

1. 소형차 답지 않은 고급스러움과 정숙함. 렉서스는 렉서스.

2. 차체 강성이 향상돼 전반적인 주행성능이 향상됐다.

3. 정신차린 가격. 사실 더 낮아져도 괜찮아. 

* 단점

1. 디젤 엔진에 비해 폭발력은 다소 떨어진다.

2. CVT의 지루한 느낌은 지루증처럼 답답하다.

3. 뒷좌석은 좁은 것보다 개방감이 부족해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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