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 XM3, ‘가격·크기·성능 다 잡은 퓨전 요리’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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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6 10:32
[시승기] 르노삼성 XM3, ‘가격·크기·성능 다 잡은 퓨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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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3 이후 소형 SUV 시장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르노삼성이 XM3를 앞세워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신차의 데뷔 분위기는 과거 QM3 때와 완전히 다르다. 시장은 어느새 SUV가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대와 다양한 고객 선호 사양을 내세운 소형 SUV 시장은 그 무엇보다 뜨겁다. 더욱이 XM3는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끝난 부산공장의 생산 절벽을 막아야 한다는 중책도 맡고 있다.

어느 때보다 기대와 이목이 집중된 XM3를 만나봤다. 

신차는 SUV와 세단의 디자인을 절묘하게 섞어놓았다. 차체 크기도 동급에서 가장 크다. 정통 SUV보다 앞·뒤 오버행이 길어 경쟁자들보다 훨씬 더 긴 차체를 갖고 있다. 전폭과 휠베이스도 마찬가지. 이로 인해 넉넉한 실내 공간과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르노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C자형 주간주행등을 포함한 LED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17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장 낮은 트림에도 LED 헤드램프를 탑재해 다소 파격적이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으로 차량 위쪽만 본다면 영락없는 세단 혹은 패스트백 형태이지만, 높은 지상고를 갖춰 SUV가 가진 승하차의 편리함을 겸비했다.

후면 역시 르노삼성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리어램프 디자인을 장착했고, 하단부 배기구 모양 장식으로 스포티함도 더했다. 개인적으로는 QM6처럼 후면 엠블럼과 후방 카메라를 분리한 것이 가장 반갑다. 그동안 클리오나 SM6 등이 회사의 ‘얼굴’과도 같은 엠블럼 한가운데 돌출형 후방카메라를 탑재해 ‘옥에 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내 구성은 합리적이다. 소재와 원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췄다.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 등 몸이 직접 닿는 부분은 부드러운 소재로 마감했다. 시트 어깨 부분의 부드러운 가죽 소재나 스티어링 휠 촉감은 이 차의 가격대를 잠시나마 잊게 한다. 모든 창문이 원터치 방식으로 열리는 점도 가격대를 생각하면 파격적이다.

큰 차체만큼 넓은 공간도 갖췄다. 183cm인 기자가 운전석에 앉아도 2열 탑승객의 무릎이 의자에 닿지 않는다. 쿠페형 루프라인을 갖춘 만큼 머리 공간이 걱정됐지만, 실제로 앉아보니 손가락 2마디 정도가 남는다. 신차는 소형 SUV로 분류되지만, 넉넉한 공간을 바탕으로 한 체급 위 준중형 SUV나 준중형 세단까지 커버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널찍하다. 아래쪽 커버를 열면 아래로도 깊은 수납공간이 나온다. 그 밑 커버를 하나 더 열면 스페어타이어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스페어타이어보다 훨씬 큰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가 XM3 공식 출시 이후 시장 반응을 살핀 뒤 LPG 모델 투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이 공간은 LPG 도넛 탱크 탑재를 위해 미리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새로워진 9.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다. SM6나 QM6에 탑재됐던 S링크 디스플레이와 비교한다면 엄청난 발전이다. 디스플레이는 한층 커지고 선명해졌으며, 터치 반응도 더이상 느리거나 답답하지 않다. 순정 내비게이션으로 T맵을 탑재해 실시간 안내가 가능하며, 더이상 지도 업데이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르노삼성 차량을 탈 때마다 순정 내비게이션이 불만스러워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필요가 없어졌다.

답답한 터치 조작으로 악명 높던 공조 제어가 별도 다이얼로 분리된 것도 만족감을 높인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공조 다이얼 사이 건반 형태의 물리 버튼이 있어 누르기 쉽고, 누르는 느낌도 좋다.

다만, 아직 더 개선될 여지는 남아있다. 시트 열선이나 통풍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건반 버튼을 누른 다음 화면에서 운전석/조수석 버튼을 각각 터치하고, 통풍/열선 강도를 각각 설정해야 한다. 과정이 복잡하고 직관성도 떨어진다. 

디지털 계기판은 화려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속도계와 RPM 사이에는 센터 디스플레이의 T맵이 연동되며, 주행 모드에 따라 실시간 출력 등을 표시할 수도 있다. 계기판 각도가 다소 누워있어 한 눈에 보기 편하지는 않다.

의외로 전동 시트나 사이드미러 조작 등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발견했다. 모든 모터가 안쓰럽게 느껴질 만큼 낑낑 소리를 내며 느리게 겨우 움직였다.

시승은 1.3L 터보 엔진을 탑재한 TCe 260 모델로 진행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시트 포지션이 다소 높다는 점 외에는 SUV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시동을 걸었는데도 진동이나 엔진 소음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자 그제야 엔진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0kg·m를 발휘하는 1.3L 4기통 터보 엔진은 이 체급의 차량을 끄는데 전혀 문제없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해당 엔진이 르노와 다임러그룹이 함께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7단 DCT의 궁합도 우수하다.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반응도 빠르다. 패들시프터가 탑재되어 수동 변속도 편하게 할 수 있다.  

가속력보다 놀라운 부분은 코너링 능력이다. 차량이 좌우로 흔들리는 SUV 특유의 롤링 현상 거의 느낄 수 없다. 거칠게 코너를 돌아도, 과속방지턱을 빠른 속도로 넘어도 언제 그랬냐는듯 곧 균형을 되찾는다.

뒷자리 승차감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앞좌석보다 흔들리기는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욕설을 들을 정도로 부족한 성능은 아니다. 2열 송풍구까지 마련되어 장거리 여행에도 쾌적함을 유지한다.

다만, 저속에서 DCT 특유의 울렁거림은 종종 느껴진다. 또한, 트렁크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노면 소음이 뒷좌석에서 꽤 크게 느껴진다. 르노삼성은 하체 풀 커버를 통해 노면 소음을 억제했다고 설명했으나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80km/h를 넘어서면 앞 유리에서 풍절음도 들려오기 시작한다.

주행 모드는 에코, 스포츠, 마이 센스 등 3가지가 마련됐다. 각 모드에 따라 엠비언트 라이트 색상이나 디지털 클러스터 내용이 바뀌며, 스티어링 휠 강도가 살짝 변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이외 서스펜션 등은 동일하다. 다만,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 반응이 너무 느려 답답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간격을 부드럽게 유지한다. 차선을 넘어가려고 할 때마다 다소 투박하게 중앙으로 이끌기는 하지만, 차선 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도 잘 작동한다. QM6 1.7 dCi에 적용된 것과 마찬가지로, 앞 차와의 간격을 도달 시간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시했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은 2013년 QM3 출시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QM3는 탄탄한 기본기와 유려한 디자인으로 소형 SUV의 ‘판’을 키웠다. 하지만, 이내 쌍용차 티볼리가 나타나 과실을 먹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베뉴와 셀토스, 트레일블레이저 등 우수한 상품성의 강력한 경쟁자가 다수 등장하며 르노삼성의 자리는 더 위축됐다.

르노삼성은 XM3를 두고 ‘작정하고 만든 차’라고 소개했다. 이를 증명하듯 사전계약대수는 5500대를 돌파하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국산 신차인 XM3에서는 출범 20주년을 맞은 르노삼성의 비장한 각오가 엿보인다. 프랑스 모기업의 차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 아닌, 한국인이 선호하는 사양들과 두루 버무리며 하나의 멋진 ‘퓨전 요리’를 만들어냈다. XM3가 르노삼성 부활의 에피타이저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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