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DS 7 크로스백, 프랑스 고급차는 이렇습니다
  • 권지용
  • 좋아요 0
  • 승인 2020.03.10 09:00
[시승기] DS 7 크로스백, 프랑스 고급차는 이렇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S오토모빌은 우리에게 친근한 브랜드가 아니다. DS는 시트로엥 산하에서, 2014년 독립을 선언한다. 대중 브랜드의 고급 모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우뚝 선 모습은 우리에게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관계를 떠오르게 한다.

DS는 ‘아방가르드’를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기존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감각의 혁신을 추구한다. 과연 DS 7 크로스백은 아방가르드한 차일까.

DS는 프랑스어로 ‘여신(Deesse)’을 뜻한다. 그럼에도 DS 7 크로스백의 외관은 남성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특히 전면부의 커다란 그릴과 직선 위주의 헤드램프는 강인한 인상을 갖췄다.

크기만 놓고 본다면 DS 7 크로스백은 준중형급 SUV다. 전장 4595mm, 전폭 1895mm, 전고 1630mm의 크기를 갖췄다. 기아차 스포티지와 르노삼성 QM6 사이 위치한다. 그럼에도 전장에 비해 긴 휠베이스(2740mm)를 통해 보다 나은 승차감과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크로스백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정통 SUV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차체 비율이다. 브랜드는 외관 디자인에 대해 ‘아방가르드 정신(Spirit of Avant-garde)’이 담긴 디자인 언어라고 말한다. 독특한 디자인과 색상이 만나 눈길을 끈다.

시승차 색상은 시그니처 컬러인 비잔틴 골드다. 밤에 빛나는 파리의 에펠탑을 형상화했다. 노란 불빛을 많이 쓰는 파리의 길거리를 브랜드 메인 컬러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프랑스답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는 평범한 색상은 아닌 탓에 길거리 이목을 쉽게 사로잡는다.

DS 7 크로스백은 도어락을 해제하는 순간부터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한다. 보랏빛을 발산하며 180도 회전하는 ‘DS 액티브 LED 비전’ 헤드램프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빛의 향연을 보고자 먼 거리에서부터 스마트키 언락 버튼을 누르게 된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LED를 보고 있으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느낌도 든다. 시퀀셜 타입의 방향지시등은 이러한 생각을 배가한다.

파충류 비늘을 형상화한 리어램프 또한 완성도가 제법이다. 현대차 싼타페(TM) 등이 LED를 활용해 테일램프 공간감을 살렸다면, DS 7 크로스백은 착시가 아닌 실제로 조형을 해놓은 모양새다. 

다부진 외관과 달리 실내 디자인은 꽤 부드럽다. 고급 브랜드를 지향하는 만큼 곳곳에 가죽을 둘렀다. 도어트림이나 글러브박스 상단부는 명품가방과 같은 느낌의 가죽 마감을 둘렀다. 한껏 기교를 부린 센터콘솔 주변 버튼도 백화점에 있을 법한 조형물을 연상케 한다.

마름모 디자인은 계기판으로 이어진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속 모든 디자인 요소가 마름모로 이뤄졌다. 디자인 통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디지털 디스플레이 반응속도는 느리다. 특히 시속 표기가 매끄럽지 않게 표기되는 점은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내비게이션 그래픽도 오래된 느낌이 강했다.

실내 거주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특히 2열 전동식 리클라이너 시트가 적용된 점은 칭찬할 요소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55리터로, 뒷좌석을 접을 경우 1752리터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전동식 트렁크는 자동 개폐가 가능한 핸즈프리 테일게이트가 적용돼 편의성을 높였다.

DS 7 크로스백에는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사각지대 경보 등 다양한 운전 보조 시스템 등이 적용된다. 여기에 최상위 모델에는 어두운 밤길에서 물체를 식별하도록 도와주는 ‘DS 나이트비전’이 탑재된다. 전방 100m까지 비추는 적외선 영상을 계기판에 띄워준다. 이는 해당 기능에만 의존하지 않게끔 헤드램프를 끄면 함께 꺼진다.

시동을 걸면 프랑스 브랜드 ‘B.R.M 크로노그래프’가 만든 시계가 빙 돌아 나온다.

DS 7 크로스백은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f·m의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4기통 디젤 엔진 특유의 흔한 엔진음은 차량의 독특한 생김새와는 거리가 멀다. 엔진은 초반 가속보다 중후반에 꾸준히 밀어주는 타입이다.

아이신과 함께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는 중·고속에서 낮은 엔진회전수(rpm)을 유지하기 때문에 연료효율성은 높아지고 소음은 줄어든다. 도심과 고속도로 구간을 적절히 섞어 약 500km의 탄 결과, 평균 연비는 17.5km/l를 기록했다. 연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공인 연비(12.8km/l)보다 잘 나오는 디젤차의 장점이다.

아이들링 스톱&스타트 기능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약 10km/h 이내 속도에서 시동이 미리 꺼지도록 설정되어 있다. 완전 정차 없이 다시 속도를 높일 경우 꽤 거슬리는 부분이다. 막히는 도로에서는 오히려 아이들링 스톱&스타트 기능은 끄는 것이 한결 낫다.

의외의 승차감에 놀랍다. 이는 차량에 탑재된 ‘DS 액티브 스캔 서스펜션’ 기능이 한몫을 한다. 앞 유리에 위치한 카메라와 4개의 높이 측정 센서, 3개의 가속도계를 통해 전방 5m~20m 내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예측해 네 바퀴의 댐핑을 독립 제어하는 기능이다.

도로에 충격이 예상되면 미리 댐퍼 압력을 낮춰 서스펜션을 말랑하게 만든다. 이뿐 아니라 가속과 스티어링, 제동과 같은 운전자 조작까지 감지하는 등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에 어울리는 고급 기능이다.

훌륭한 승차감은 반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두드러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 기능,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실력은 물론 앞차와의 간격 유지, 감속과 가속이 제법 부드럽다.

DS 7 크로스백은 명품의 나라 출신답게 고급 소재와 훌륭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는 LED로 치장한 독특한 외관을 지닌 프랑스 자동차가 내뿜는 개성을 맘껏 누릴 수 있다. 프랑스산 자동차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가성비’란 단어는 빼놓고 보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