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용 부담 크게 덜어주는 해외 직구

스포츠 복장 규정은 각 종목에 따라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중에서도 모터스포츠는 관련 규정이 매우 타이트하게 구성된 대표적인 스포츠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속도를 주제로 경쟁을 펼치는 만큼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운전자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레이싱 용품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이 극장에서 챙겨 보신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통해서도 그와 같은 상황이 제법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레이싱 용품에 대한 세부 규정 및 관리는 전 세계 모터스포츠 발전과 저변 확대에 집중하는 국제자동차연맹(이하 FIA)에서 총괄합니다. FIA는 각 레이싱 용품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 그에 해당하는 공인 인증 번호를 부여합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모터스포츠 역시 이를 따릅니다. 다만 경기마다 이를 해석하는 기준이 상이하며, 관련 규정을 해석하는 방법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참가하는 벨로스터 N컵은 총 8가지에 이르는 레이싱 용품 규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나열하자면 헬멧, 한스(FHR), 슈트, 내의, 장갑, 신발, 양말, 발라 클라바 등으로 나뉩니다. 

레이싱 용품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대비하고자 방염 소재로 제작되며, 최대한 드라이버 안전을 보장하게끔 높은 강성을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기본 개요는 동일하지만, 금액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를 구분 짓는 요소는 가벼운 소재 사용, 타이트한 핏 확보, 멋진 디자인, 높은 브랜드 인지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은 레이싱 용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각각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요.

이해를 돕기 위해 레이싱 용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모두가 생각하는 그 헬멧은 얼굴을 덮는 범위에 따라 풀 페이스와 하프 페이스로 나뉩니다. 한스는 충돌 및 전복 상황에서 드라이버 자세를 온전히 유지시켜 주는 일종의 구명조끼라고 보시면 됩니다. 헬멧 양쪽을 연결해서 운전자 경추 손상을 최대한 억제합니다. 발라 클라바는 헬멧을 쓰기에 앞서 눈과 코를 제외한 얼굴을 덮는 마스크를 말합니다. 이를 테면 ‘복면’인 셈이죠.

# 자동차 용품계 구글 같은 존재, 데몬트윅스

과거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면서 레이싱 용품을 전부 구비했었지만, 정작 집을 뒤져 보니 제 품에 남아 있는 용품은 헬멧과 슈트뿐이더군요. 다시금 경기에 참가하는 제 마음을 심기일전하고자 레이싱 용품을 새롭게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헬멧, 한스를 제외한 장비를 가상의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시험 기간이 목전인데, 공부보다 집 청소해서 마음을 가다듬는 사람. 저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레이싱 용품은 어디서 구매하는 것이 좋을까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레이싱 용품을 치면 꽤 많은 업체의 URL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두 업체를 통해 구매해도 되겠지만,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고 가격 또한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다른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윤을 크게 남기지 않는 양심적인 업체도 있지만,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각 사이트를 비교하며 구매해야겠죠. 발품을 판만큼 합리적인 쇼핑이 가능합니다.

저는 자동차에 관한 모든 파츠를 판매하는 영국의 데몬트윅스(demontweeks)가 해답이라 생각합니다. 크게 레이싱, 퍼포먼스, 모터사이클, 툴 & 워크샵 등으로 세분화됐는데요. 이곳에서 판매 중인 파츠만 조합해도 충분히 자동차 제작 및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분야의 구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양한 제품군을 구비하고 있으며, 가격 또한 국내 업체보다 합리적입니다. 홈페이지 이벤트 및 블랙 프라이데이 때는 반값의 핫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데몬트윅스는 자동차 마니아 입장에서는 판도라의 상자입니다. 한 번도 들어가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간 사람은 없습니다. 이는 마치 길에서 우연히 주차된 명차를 봤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 홈페이지에서 아주 잠깐 아이쇼핑만 했을 뿐인데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게 되죠. 그러다가 가끔 고삐가 풀려 장바구니에 미친 듯이 제품을 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게 필요한 레이싱 용품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이틀을 더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인 선물용이라 생각한 장갑과 헬멧 및 한스 세트, 많은 짐을 쉽게 수납할 수 있는 전용 백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정말 필요한 구매라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카드 결제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이성을 되찾고 불필요한 용품을 덜어냈습니다. 아래 스크린샷이 바로 그 결과입니다. 슈트, 내의, 신발, 장갑(2종), 발라 클라바, 전용 백 등을 구매했습니다. 슈트를 제외한 나머지 용품은 모두 알파인스타로 통일했습니다.

별도 제품 할인과 운송료 등을 반영한 총금액은 892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110만원)였습니다. 참고로 동일 제품을 국내에서 구입했을 때와 20만원 이상 차이가 나더군요. 

그로부터 1주일 후, 택배 배송 문자를 받았습니다. 지인 선물일 것이라 생각하고 집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걸, 데몬트윅스에서 구매한 제품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주문 당시, 여유롭게 제품 수령까지 1달을 잡았던 저로서는 심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제품 구매 후 발송, 그리고 배송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가 물 흐르듯 전개됐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구매 후 제품을 수령하기까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변수가 하나 있었는데, 제가 인지한 신체와 실제 사이즈 간 차이가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 산 레이싱 슈트는 몸에 잘 맞다 못해 살짝 터질 기미를 보였거든요. 만약 제가 구매하기에 앞서 슈트를 입어볼 수 있었다면, 한 사이즈 더 큰 것을 주문했을 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쌀쌀한 날씨의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느날 우편함에 책 한 권이 꽂혀 있네요. 그렇습니다. 데몬트윅스에서 2020년 판매할 각종 제품이 수록된 카탈로그였습니다. 무려 530쪽에 걸쳐 정말 많은 제품에 대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카탈로그를 버릴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보내준 성의가 있지, 잠깐 펼치게 됐습니다.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카탈로그와 홈페이지에 등록된 제품들을 견주어 보며 장바구니에 무엇인가를 또 담기 시작했거든요. 카드 한도가 얼마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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