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안전실험차량 ESF(Experimental Safety Vehicle)는 ‘자동차 안전의 역사’로 정의된다. 근래 양산차에 필수적으로 탑재된 ABS부터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까지 파생시킨 ‘움직이는 연구소’이기 때문이다.

ESF는 시대에 따라 안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1970년대 등장한 최초의 ESF는 대규모 자동차 보급과 이로 인한 교통사고 증가에 초점을 맞췄다. 2009년 선보인 ESF 2009는 안전에 대한 개념을 능동적 예방의 성격으로 변화시켰다. 이어 지난해 공개된 ESF 2019는 다가오는 자율주행과 전동화 시대의 비전을 담고 있다.

# ESF 24, 안전의 ‘기본’을 정의하다

ESF 24는 지난 1974년 영국 런던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는 물론, 자동차 안전 역사의 마일스톤 역할을 했다. 현재 양산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안전 기술을 최초로 소개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SF 24를 통해 ABS·에어백·벨트 텐셔너·사이드 에어백 등을 선보였다. 특히, ABS는 ESF 24가 공개된 지 불과 4년 만에 양산화됐으며, 에어백은 6년 만에 등장했다. ESF가 단순한 ‘개념’만을 제시한 차는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물론, ESF 24가 최초의 안전실험 차량은 아니었다. 회사는 1971년부터 30종 이상의 연구용 차량을 개발했고, 이는 ESF 24 이전 차량 안전성 평가에 적극 활용됐다.

# ESF 2009, 예방형 안전기술을 제시하다

ESF 2009는 당시 S400 하이브리드(W221)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이는 현재의 S클래스(W222)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 전반에 적용된 능동형 안전 기술의 ‘미리보기’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이빔 어시스턴트와 충돌 회피 시스템 등이 포함된 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 등이 ESF 2009에서 파생됐다. 대화형 차량 통신 기술은 물론, 안전벨트 내장 에어백 ‘벨트백’, 하차 후 운전자 시야 확보를 보조하는 스포트라이트 기능 등 현세대 S클래스에 적용된 기술도 이 차에서 처음 등장했다.

ESF 2009가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던 만큼, 현재 전동화 시대를 예견한 기술들도 적용됐다. 고전압 배터리에 대한 안전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고 발생 시 단 1초 만에 모든 전자 시스템을 종료시켜 누전 등 2차 사고를 예방하는데, 순수전기차 EQC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의 EQ 라인업에 적용되고 있다.

#ESF 2019, 자율주행차 안전의 기준을 내놓다 

ESF 2019는 지난해 6월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ESV컨퍼런스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차량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겨냥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안전 노하우가 집약된 모델로, 최소 18가지 이상으로 세분화된 통합 안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ESF 2019는 전방위적인 운전자 안전 개념이 도입됐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 페달, 브레이크 페달 등은 자율주행 시 충돌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차체 안으로 들어가며, 좌석 일체형 벨트와 계기반 내 운전자용 에어백, 2열 승객 에어백 등이 실내 공간 유연성을 높였다. 

자율주행차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도 내장됐다. ESF 2019는 교통 상황을 넘어 도로 이용자를 감지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사각지대에 위치한 보행자 사고 위험을 경고하고, 관련 위험을 주변 차량들에 전파한다. 회사는 이를 자동차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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