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에 이은 브렉소더스…글로벌 車 업계 “위기냐 기회냐”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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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05 17:11
브렉시트에 이은 브렉소더스…글로벌 車 업계 “위기냐 기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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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지난 31일자로 유럽연합(EU)에서 공식 탈퇴했다(Brexit).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합류한 지 약 47년 만이다.

당초 우려와 달리 ‘노 딜 브렉시트(아무런 협정 없이 영국이 EU를 탈퇴)’는 없었다. 다만, 양측이 새로운 무역 협상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MINI와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혼다 등은 각자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MINI는 차세대 신차 개발 및 신규 투자를 미뤘다. BMW그룹 막시밀리안 쉐벨 대변인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세대 MINI 플랫폼의 수명이 연장됐다”며 “이는 연구개발 비용과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가 구조조정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올해 영국 헤일우드 공장의 일자리 500여개를 줄이고, 생산라인 시프트도 3교대제에서 2교대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로써 최근 2년간 회사를 떠난 생산직 근로자는 6000여명에 달한다.

혼다는 이미 지난해 영국 스윈던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3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스윈던 공장은 혼다가 유럽 내에 보유한 유일한 생산시설로, 오는 2022년 가동이 중단된다. 혼다 측은 브렉시트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유럽 시장 판매 부진과 브렉시트로 인한 판매 불확실성이 겹쳐 철수를 결정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영국 최대 노동조합 ‘유나이트 더 유니온(Unite the Union)’ 데스 퀸(Des Quinn) 국장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것은 영국 자동차 산업과 조합원들 모두에게 큰 타격”이라며 “정부가 유럽연합과 관세 없는 장기적인 무역을 보장하기 전까지 영국 자동차 산업은 계속해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닛산은 이 위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대탈출, 일명 ‘브렉소더스(Brexodus)’가 아닌 과감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닛산은 스페인 및 프랑스 지역의 생산을 멈추고 오히려 영국에 생산시설을 집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닛산은 영국 공장에서 캐시카이, 쥬크, 리프 등 주력 모델 3종을 생산하고 있다. EU와 영국 간 자동차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프랑스 르노 공장의 미크라 생산 물량은 영국 선덜랜드 공장으로 옮길 전망이다. 다만, 닛산은 프랑스 르노와 얼라이언스를 맺고 있다. 최근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사태로 인해 양사 관계는 다소 서먹해졌지만, 동맹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한편, 영국자동차제조무역협회(SMMT)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130만3135대로, 2018년(151만9440대)대비 14.2% 감소하며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SMMT는 주요 해외 시장에서의 수요 둔화와 더불어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로 여러 제조사가 일시적 공장 폐쇄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SMMT 마이크 호스 회장은 “영국 자동차 제조업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우려 대상”이라며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우리는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관세 등 추가 부담 없이 모든 자동차 제품을 구매 및 판매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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