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본토에서 온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원조는 다르다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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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31 14:04
[시승기] 본토에서 온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원조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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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와 함께 1000km 장거리 주행에 나섰다. 다만, 당초 준비했던 캠핑 계획은 한겨울 폭우로 인해 취소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포드 F시리즈와 쉐보레 실버라도, 램 픽업 등 풀사이즈 픽업트럭이 수십년째 판매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콜로라도는 그보다 한 체급 낮은 미드사이즈 모델로, 북미 시장에서 포드 레인저, 토요타 타코마 등과 경쟁한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직접 경쟁할 만한 상대는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이 유일하다.

거대한 차체를 가늠하기 위해 익숙한 출퇴근길부터 달렸다. 콜로라도는 5415mm의 긴 전장을 자랑한다. 한 덩치 하는 포드 익스플로러(5050mm)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롱바디 모델(5280mm)과 비교해도 한 뼘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앞·뒤로 길쭉한 만큼 좁은 골목에서는 긴장할 필요가 있다.

의외로 폭(1885mm)은 넓지 않다. 기아차 카니발(1985mm)보다 날씬하며, 현대차 그랜저(1875mm)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간에 무리 없이 주차가 가능하다. 여기에 커다란 사이드미러가 사각지대를 대폭 줄여준다. 일반도로 주행 및 주차 난이도는 생각보다 쉬운 편이다.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앞·뒤 램프다. 최상위 트림(익스트림-X)에도 할로겐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필수적으로 장착되는 주간주행등조차 없다. 후미 방향지시등은 브레이크 램프가 점멸되는 미국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사항과 관련이 있다. 해당 조항을 살펴보면, 제작사별 연 5만대 이하 수입 차량은 국내 기준과 별개로 미국 안전 기준만 통과하면 된다.

실내 인테리어는 투박하다. 세련미와 다소 거리가 먼 느낌이며, 대부분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됐다. 변속 레버는 한 손에 꽉 찰 만큼 큼직하고 투박하다. LED 조명은 찾아볼 수 없지만 트럭임을 감안하면 바로 이해가 된다. 트래버스와 공유하는 가죽 스티어링 휠만이 고급감을 뽐낸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더없이 훌륭하다. 버튼과 조작 장치 모두 크고 직관적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간편하고 반응 속도도 빠르다. 내비게이션 또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여기에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돼 감성적인 측면까지 만족스럽다.

뒷좌석은 다소 불편하다. 무릎 공간이 협소하고 수직에 가까운 등받이로 인해 장시간 탑승에 무리가 따른다. 온 가족을 태우고 먼 길 나들이에는 다소 부적절하다. 다만, 공간활용도는 매우 높다. 뒷좌석 폴딩을 지원해 시트 손상 없이 짐을 적재할 수 있으며, 방석 아래 마련된 히든 스토리지를 이용해 추가적인 수납을 지원한다.

콜로라도 적재함 곳곳에는 쉐보레 100년 노하우가 숨어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으로 ‘이지 리프트 & 로워 테일게이트’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적재함 도어를 내릴 때 부드럽게 떨어지도록 돕는 기능으로, 무거운 도어가 급하게 떨어져 차량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방지하고 주변 사용자를 보호한다.

1170리터에 이르는 적재함 전체를 부식 및 미끄럼 방지 스프레이로 마감했으며, 코너 포켓 그립, 카고 램프 등을 탑재해 실용성을 대폭 높였다. 특히, 개인적으로 리어 범퍼 코너 스텝은 사소하지만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실내 환기에 유용한 리어 슬라이딩 윈도우는 전동식이 아닌 점이 아쉬웠다. 혼자 운전한다면, 차를 세우고 내려 뒷좌석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콜로라도는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kgf·m를 발휘하는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거대한 덩치를 가볍게 이끌어 간다. 더불어 V6 엔진 특유의 여유로운 음색을 낸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낮은 rpm을 유지한다. 덕분에 장거리 고속 주행에도 진동이나 소음 스트레스는 적다. 콜로라도가 트럭임을 감안하면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이른바 ‘발끝 신공’ 운전을 해야만 V4를 볼 수 있다.

다만 연비는 아쉽다. 1000km 이상을 달리는 동안, 평균 연비가 두 자릿수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막히는 시내 주행에서는 5~7km를 기록했다. 이는 비슷한 엔진 크기를 가진 제네시스 G80 3.8과 유사하다. 큰 차체에서 오는 공기 저항은 고속주행에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연비도 10km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복합 연비는 8.3km/l로,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렉스턴 스포츠 칸(10.3km/l)보다 낮다.

연비 개선을 위해 4기통 실린더만 운영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FM) 기술이 적용됐지만, 아주 조금만 가속 페달을 밟아도 금세 6기통으로 되돌아온다. 동일 기술이 적용된 카마로ss에서는 비교적 쉽게 4기통 상황을 유지했지만, 더 무거운 차체와 더 작은 엔진을 탑재한 콜로라도는 4기통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익스트림-X에는 LED 블랙 보타이가 적용된다.
익스트림-X에는 LED 블랙 보타이가 적용된다.

승차감은 훌륭하다. 콜로라도가 프레임 바디로 제작된 픽업트럭임을 생각하면, 분명 칭찬받을 요소다. 일상적인 도로 환경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출퇴근길과 장거리 주행 모두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특히 높은 지상고와 두꺼운 타이어를 통해 충격을 걸러내는 능력이 일품이다. 웬만한 방지턱은 과감하게 넘어도 차체에 무리가 적다. 방지턱을 내려올 때 충격도 잘 잡아준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액티브 사륜구동 시스템은 험로 주파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에도 심리적 안정을 준다.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날아온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이다. 육중하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이 ‘이게 진정 우리가 알던 미국차’란 생각이 절로 든다.

쉐보레 픽업트럭의 노하우와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을 무기로 삼는다면,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트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고배기량 엔진을 탑재하고도 연간 세금은 2만8500원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포드는 라이벌인 ‘레인저’를, 지프는 랭글러 기반 ‘글래디에이터’를 각각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렉스턴 스포츠 칸보다는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새롭게 물 건너 오는 픽업트럭들보다는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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