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체포부터 도주까지…그 행보의 끝은?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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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7 18:21
카를로스 곤, 체포부터 도주까지…그 행보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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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前)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오는 8일 오후 10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그는 2018년부터 일본에서만 두 번의 체포와 석방을 거쳐 최근 레바논으로 도주한 상태다.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그의 행적을 타임라인 형태로 정리해봤다.

# 일본 검찰, 카를로스 곤 체포(2018. 11.)

카를로스 곤(사진=르노)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2018년 11월 19일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을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검찰 측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유가증권 보고서에 자신의 연봉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되지 않은 액수는 4400만 달러(한화 약 496억원)에 달한다.

며칠 후, 닛산은 임시이사회를 소집하고 카를로스 곤의 회장직 해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닛산은 이사회 직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닛산-르노 간 협력 관계 유지 의사를 강조했다.

# 검찰 기소, 징역 10년 구형(2018. 12.)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2018년 12월 10일 곤 전 회장을 보수 축소 신고 등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전격 체포된지 3주 만으로, 당시 검찰은 최대 10년 징역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현지 수사당국이 닛산에 대한 기소장을 함께 제출했지만,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은 입건하지는 않았다. 

# 법원, 보석 결정…100일만 석방(2019. 03.)

카를로스 곤(사진=닛산)

곤 전 회장은 2019년 3월 7일 석방됐다. 구속된지 100여일 만으로, 세 번의 보석 신청에 따른 결과다. 현지 법원에 따르면, 그의 보석금은 10억 엔(한화 약 1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인터넷 사용 및 관계자 접촉 금지, CCTV 감시, 외출 제한 등이 보석 조건에 포함됐다.

이날 석방된 곤 전 회장은 변호인단을 통해 “근거 없는 비난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일본 검찰 측에 대한 적극 항전 의지를 밝힌 셈이다.

# 석방 한 달 만에 또 체포(2019. 04.)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2019년 4월 5일 곤 전 회장을 특수 배임 혐의로 다시 체포한다. 이는 석방된지 한 달 만에 일어난 것으로, 조사 당국은 그가 닛산 중동지역 딜러 네트워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당시 곤 전 회장의 체포는 일본 당국의 ‘입막음’ 목적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을 말하겠다”라는 글을 남긴지 불과 하루 만에 체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불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있었다는 점도 의문을 더했다.

# 곤의 반격 “르노-닛산 간 20년 권력암투 있었다”(2019. 04.)

사진= 카를로스 곤 폭로 영상 갈무리
사진= 카를로스 곤 폭로 영상 갈무리

곤 전 회장은 자신의 변호인단을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4월 10일 당시의 상황이 닛산의 음모임을 주장한 비디오 영상을 공개했다. 원본 영상에는 그의 구속을 주도한 관련 인물 실명이 거론됐지만, 기자회견에는 법적 이유로 편집본이 상영됐다.

곤 전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난 20년간 르노와 닛산간의 권력 암투가 있었으며 현재의 상황은 자신의 이익과 이기적 두려움을 가진 닛산의 일부 임원들로부터 시작됐다”며 “르노와 닛산의 통합 과정에서 그들의 위치가 위협받을 것을 두려워한 것”이라고 말했다.

# 법원, 두 번째 보석 결정(2019. 04.)

도쿄지방재판소는 2019년 4월 25일 5억 엔(한화 약 52억원)의 보석금을 받고 곤 전 회장의 석방을 허가했다. 외신들은 피고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보석 신청이 두 차례나 받아들여진 점을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곤 전 회장의 석방이 프랑스 정부에 대한 외교적 배려라는 분석이 나왔다. 석방 결정이 있기 이틀 전, 프랑스와 일본간의 정상회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회담 직후 성명을 통해 “곤 전 회장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정상회담에서 언급됐으며 프랑스 시민인 곤 전 회장의 권리들이 존중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곤 아내, 트럼프 대통령에 구명 요청(2019. 06.)

카를로스 곤 (사진=르노)

곤 전 회장의 아내 캐롤 곤은 2019년 6월 17일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명을 요청했다. 그녀는 미국 시민권자로, 지난 4월 프랑스 정부에도 그의 남편에 대한 구제를 요청했다. 남편과의 접촉을 금지한 일본 법원의 결정이 인권침해라는 주장이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에 보내는 공개 메시지를 통해 “체포 이후 그(카를로스 곤)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며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공정한 재판을 요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곤, 닛산·미쓰비시 고소(2019. 07.)

곤 회장은 2019년 7월 20일 닛산·미쓰비시의 연구개발 합작법인 NMBV(Nissan Mitsubishi BV)가 자신을 부당해고했다며 네덜란드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닛산과 미쓰비시 측에 1500만 유로(한화 약 198억원)에 달하는 배상도 함께 요구했다.

곤 회장 측은 해고에 대한 근거 제출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당해고 사유로 꼽았다. 네덜란드 현지 법에 따르면, 문제가 된 임원을 해고할 시, 관련 증거가 수반되어야 한다. 다만, 닛산과 미쓰비시 측은 고용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관련 법에 근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 영화 같은 탈주(2019. 12.)

카를로스 곤 (사진=닛산)

2019년의 마지막 날, 곤 전 회장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한 사실이 주요 외신들에 속보로 타진됐다. 그는 악기 케이스에 숨어 자신의 전용기를 탑승하고 31일(현지 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다. 이는 곤 전 회장의 변호인단도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줬다.

곤 전 회장은 도착 직후 대리인을 통한 성명을 내고, “기본적 인권이 무시되는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되지 않겠다”며 “정의롭지 못함과 정치적 박해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 수사당국은 법원에 보석 취소 신청을 즉각 제출한 상태지만, 레바논과 일본 간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곤 전 회장의 송환은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나온다.

# “일본 정부 개입했다” 새 폭로 예고(2020. 01.)

곤 전 회장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폭로를 예고했다. 자신의 체포는 닛산과 일본 정부에 의해 계획적으로 자행된 것이라는 주장이 핵심이다. 사이카와 히로토 전 닛산 CEO가 그의 체포를 주도했다는 주장과 함께 “배신당했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오는 8일(현지 시간)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곤 전 회장은 “닛산과 일본정부가 나를 축출하기 위해 쿠데타를 벌였다는 증거와 서류들이 있다”며 “그들은 내가 닛산과 르노를 합병하려 했기 때문에 날 제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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