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3시리즈 ‘왕좌를 지켜라’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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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21 11:59
[시승기] BMW 3시리즈 ‘왕좌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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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정상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프리미엄 스포츠세단의 최강자란 타이틀을 빼앗기 위해 많은 경쟁자들이 ‘타도 3시리즈’를 외치며 수없이 도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앞서가는 BMW는 이 분야에서만큼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프리미엄 스포츠세단의 적이자 표준이라 불리는 BMW 3시리즈(330i M스포츠 패키지)를 만났다.

현행 3시리즈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전장 76㎜, 전폭 16mm, 전고 6mm, 휠베이스 41mm가 늘어났다. 주차칸 하나를 떡 하니 차지할 만큼 커진 차체가 눈에 띈다.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전면부는 한층 공격적이다. 최근 브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따라 헤드램프와 키드니 그릴을 하나로 이었다. 한층 부풀린 키드니 그릴은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확실히 커진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 물론, 집안의 큰 형인 7시리즈 그것과 비교하면 날렵해 보이는 인상이다.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차량의 윈도우 라인에는 블랙 하이글로시가 적용된다. 크롬이 주를 이루는 럭셔리 라인과 차별점이다. 또한 18인치 휠의 럭셔리 라인과 다르게 전용 19인치 휠과 M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된다. 앞·뒤로 다른 사이즈의 타이어를 신는다(앞 225/40, 뒤 255/35).

테일램프는 3차원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투톤 컬러를 입혀 모던한 느낌을 준다. 뒷범퍼 또한 M스포츠 패키지 전용 디자인이 적용돼 럭셔리 라인보다 좀 더 거친 이미지를 완성했다.

실내는 보수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6세대 모델과 비슷하면서도 소재나 마감 등에서 한층 고급스럽다. 풀 디지털 계기판과 10.25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세련미를 한층 높여준다. 완벽한 한글화를 자랑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빠릿빠릿하면서도 부드럽게 작동한다.

단, 국내 사양에는 제스처 컨트롤이 빠진 점은 아쉽다. 조그다이얼 주변부는 프리미엄 브랜드와는 사뭇 동떨어진 플라스틱 마감이 옥에 티다.

Qi 표준 무전충전을 지원한다

7세대 모델은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사양을 갖췄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이노베이션 패키지를 선택하면 레이저 라이트, 반자율주행시스템, 서라운드뷰가 포함된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가 적용된다. 통풍 시트가 빠진 점과 미지근한 열선 스티어링 휠은 다소 아쉽다.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차선중앙유지 및 재가속 등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인다. 계기판 연동 내비게이션과 한층 선명해진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쾌적한 주행을 돕는다.

단, 차선유지 기능은 차선을 지키려는 힘이 강해 다소 부담스럽다. 특히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 도로가 자연스레 갈라지는 구간에서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스티어링 휠을 강하게 당기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밖에 유용한 기능으로 후진 어시스트를 꼽을 수 있다. 주행했던 경로를 50m까지 기억해 별도의 스티어링 휠 조작 없이 그대로 후진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좁은 골목길이나 지하 주차장 등에서 돌아나가거나 막다른 길에서 차를 돌리기 어려울 때 유용한 기능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차량을 정차한 후 후진 기어를 선택한 뒤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버튼만 누르면 작동한다. 스티어링 휠만 돌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브레이크 조작은 운전자가 직접 해야 한다.

길어진 휠베이스 덕에 한층 넉넉해진 2열 공간을 확보했다. 무릎 공간은 어느 정도 여유롭지만, 헤드룸은 그렇지 못하다. 180cm 성인 남성이 허리를 펴고 앉으면 머리가 천정에 닿는다.

그럼에도 거주성은 훌륭하다. 뒷좌석 온도조절장치와 열선 시트, USB-C 타입 충전포트 2개와 12V 파워 아웃렛까지 적용해 뒷좌석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뒷좌석은 40:20:40 폴딩을 지원한다. 전동트렁크는 럭셔리 라인에만 적용된다.

330i는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40.8kgf·m를 내는 4기통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디젤 모델인 320d와 최대토크 수치는 같지만, 더 풍부한 영역에서 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보다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최대토크구간 320d @ 1750~2500rpm, 330i @ 1550~4400rpm). ZF가 만든 8단 자동변속기는 시승 내내 만족스러운 변속을 보여줬으며, 패들 시프터의 반응 속도도 괜찮다.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330i는 제법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이 적용됐다. 여기에 후륜구동 특유의 주행 질감이 맞물려 운전하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한 거동이다. 이는 앞뒤 50:50의 무게 배분의 역할도 한몫한다. 7세대부터는 트렁크 아래 위치한 배터리를 가운데로 몰아 좌우 밸런스도 신경 쓴 모양새다.

주행 모드 간 변화는 극적인 수준이다. 에코 모드에서는 한없이 부드럽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날카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일상적인 주행 환경인 출·퇴근길에서는 대부분 컴포트 모드로 주행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항속 주행과 급가속 모두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M스포츠 패키지는 단순히 외형만 변경된 것이 아니라 실제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에 전용 시스템이 탑재된다. 이는 고속주행 및 서킷 주행 시 큰 만족감으로 다가온다. BMW 드라이빙센터 서킷에서 체험했던 330i는 후륜 특유의 움직임을 보여주면서도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해 더욱 짜릿한 스포츠 주행을 가능케 했다.

단, 일상 주행에서는 다소 과하다고 느껴질 만큼 단단한 세팅인지라, 요철 구간에서는 운전 피로가 쉽게 쌓인다.

푸른 빛이 감도는 레이저 라이트는 그 존재감이 강렬하다.

약 800km를 주행하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10.8km/l. 막히는 시내 구간과 고속 주행까지 고루 주행했음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BMW 3시리즈는 시승 내내 즐거움을 선사했다. 편안함보다는 달리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고, 운전자는 그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3시리즈는 여섯 번의 세대교체를 거치며 다시 한번 D 세그먼트 스포츠 세단의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비싼 출고가는 구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6790만원이라는 출고가는 상위 모델 520i 럭셔리 라인(64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여기에 2020년 1월 기준 개소세 환원 및 애플 카플레이 지원 등으로 인해 차량 가격이 120만원이나 상승했다. 더 비싸진 3시리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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